2007 5*6월호 [생협이야기]행복중심으로 반포에 서다
[2007년 5,6월호_생협이야기]
‘행복중심’으로 반포에 서다
● 구명숙
시작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알림> 서초 조합원 번개팅 *2007년 2월 15일 오전 11시* 강남 영풍문고 앞 분수대
문자 370통을 보내놓고 마음이 조마조마하였다. 설밑인데다 아무이유 없이 번개팅이라는데, 조합원들이 나올까? 전화가 왔다.
“어떻게 만나지요? 얼굴도 모르는데….”
“아직 이런 연락은 없었는데, 무슨 성격의 모임인지….”
“제가 피켓을 들고 있을게요. 민우회생협의 새로운 계획도 이야기하고, 점심도 먹고, 조합원들간 친목도 다지고…. 19년만의 첫모임인데 얼굴도 뵙구요.”
2월 15일 영풍문고 분수대 앞에는 9명의 조합원이 나왔다. 어떻게 시작할 지가 걱정이었지만 일단 만나니 반가웠고, 조합원인 것만으로도 뿌듯한 자부심을 느꼈다. 여성민우회 생협의 비전‘고령화사회에 대한 대응’으로서‘행복중심-happy zone’즉,‘ 새로운 매장에 대한 사업계획’을 이야기 할 때는 모두 즐거워하였고, 응원의 목소리들이 나왔다.
그날 이후 조합원들은 매주 모임을 가졌다. 왜 매장을 개장해야 하는지, 우리 조합원들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조합원이 바라는 매장은 어떤 것인지 등등 많은 희망과 기대 그리고 우려의 목소리들이 나왔고 매장을 준비하는 데 모두 담겼다. 김윤숙, 임영애, 신창기, 박미정, 박영수, 김현희, 이숙희 조합원님 등 수많은 조합원님들의 소중한 꿈들은 다른 듯 닮아있었다. 민우회생협 조합원이라는 이름으로….
그 결과, 조합원-생산자-직원이 모두 주인이 되어‘행복중심’여성민우회생협의 비전을 실현할 수 있는 기반으로서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여성민우회생협 매장이 되어야 한다는 희망과 의지를‘매장사업’에 담았다.
한편, 매장은‘반포상가 L동 105호’로 결정하고, 사무국에서는 첫 직영매장을 성공적으로 개장하고 운영하기 위한 6명의 특별팀(김자현 상무이사, 허경희 생활재개발관리과장, 임영미 전산개발팀대리, 양성희 홍보담당, 구명숙 매장 사업담당, 유통 컨설턴트인 최성원 유어초이스 대표)이 만들어졌다. 매주 회의를 갖고 매장운영방안 등을 논의하고 준비하였다.
2월 24일 정기총회 후에‘민우회를 사랑하는 생산자모임’을 통해 생산자들에게 민우회생협의 사업방향을 브리핑하였다. 생산자들도 매장사업에 대한 많은 관심을 표현하였다. 3월 21일 매장을 계약하고, 생산자들의 참여와 출자가 이루어졌다. 조합원들과 직원들의 참여와 출자도 진행되었다. 4월 2일 입점하여 설비와 인테리어를 시작하고, 공사 중 개장을 알리는 현 수막을 걸고, 조합원들은 거리에서 전단지를 돌리며 지역 홍보에 나섰다.
드디어 개장 전날, 간판이 달렸다. 고심해서 결정한 간판명은‘여성이 웃는다, 세상이 웃는다 친환경식품전문점 행복중심 - happy zone.’생활재를 매장에 진열하며‘이 생활재를 통해서 지역주민과 이제 대화를 시작할 것이다. 우리의 꿈이 이 생활재에 담겼다’고 생각하니 내가 집에서 공급받던 그 생활재가 아닌, 더 큰 가치를 지닌 무엇으로 보였다.
각 분야에서 조각조각 흘린 노력을 모아 매장의 형태를 갖추고 나니‘정말로 매장을 개장하는구나’하는 생각과 함께‘과연 잘 될까’하는 두려움에 밤잠을 설쳤다.
그리고 5월 3일! 첫 직영매장과 함께 여성민우회생협의 새로운 도전이 시작되었다.
이제 개장 후 보름이 지났다. 1천8백명의 지역주민과 조합원이 매장을 방문하였다. 도토리묵 생산자 농민식품의 김영순 생산자가 장날을 열었고, 씨알축산의 냉장육 판매가 이루어졌다. 6월에는 또 어떤 생산자가 우리와 함께 장날을 펼칠지 기대된다.
구명숙 ● 이전에는 조직활동을 하며 조합원을 만났었지만 이젠 매장에서 조합원들과 만나는, 하루의 거의 전부를 매장에 쏟고 있는 반포매장 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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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챙 재쟁 챙챙’
꽹과리 소리가 높이 울렸다.
여성민우회 생협 반포매장이 봄의 새싹처럼 고개를 내밀고 솟아오른 것이다.
그 동안의 많은 애쓴 날들과 애쓴 손길들이 거름이 되어 분명 쑥쑥 자라줄 ‘씨앗’인 것이다. 북적거림이 좋았다.
반듯하게 채비를 한 생활재들과 함께‘사람’이 있다는 것이 좋았다. 예전엔 나도 말 한마디 할 필요 없는 인터넷 장보기를 이용했다. 나만의 닫힌 공간에서, 지극히 개인적으로….
매장은 만나고, 나누고, 소통할 수 있는 광장이라 할 수 있었다. 생활재를 만나고, 사람을 만나고, 대화를 나누고, 마음을 나누는 열린 광장인 것이다. 물론 우리의 반포매장은 제 역할을 멋지게 해낼, 많은 좋은 것들을 되살릴 참다운 광장으로 가기 위한 큰 발걸음을 내딛었다고 본다. 그렇기에 그 속에서 활동가로 이름 지어진 나는 큰 책임감을 느낀다. 이 공간이 사람을 살리고, 자연을 살리고, 세상을 살리는 생명의 광장이 된다는 것에….
느낀 만큼 열심히 배우고 활동해서 더 필요한 사람, 더불어 사는 세상에서 더 잘 쓰일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나를 열어 놓아야겠다.
박영수 ● 방배동 집에서 매장까지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반포매장에서 오전 상근을 하고 있는 새내기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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