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5*6월호 [국제통신원]OARS, 빈곤문제와 가정폭력이라는 이중의 고통을 겪고 있는 여성들을 위한 프로그램
[2007년 5,6월호_국제통신원]
OARS, 빈곤문제와 가정폭력이라는
이중의 고통을 겪고 있는 여성들을 위한 프로그램
● 한설아
저는 미국 캔자스 로렌스라는 도시의 가정폭력생존자여성을 위한 단체에서 사회복지석사교육과정의 일환으로 지난 일년간 인턴으로 실습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단체의 이름은 Women’s Transitional Care Services(WTCS)이고, 생존자여성들을 위한 쉼터 이외에 법률 서비스와 가정폭력예방교육 등의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이 도시의 유일한 가정폭력관련 여성 단체입니다. 저는 저의 실습시간을 두 프로그램으로 나누어서, 일부는 쉼터에서 위기전화를 받고 쉼터에 온 여성들을 도와주는 일을 하게 되었고 나머지 시간은 특별히 빈곤 문제와 가정폭력이라는 이중의 고통을 겪고 있는 여성들을 위한 프로그램, 일명 올스OARS 프로그램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여기서는 특히 올스 프로그램에 대해 잠시 소개를 드리고 싶습니다.
올스OARS 프로그램은 영어로 Orientation, Assessment, Referral, and Safety의 줄임말로, 가정폭력피해에 시달리는 빈곤여성들을 위한 캔자스 주만의 특별 프로그램을 칭하는 이름입니다. 이 프로그램의 탄생배경에는 미국 공공부조 정책의 역사적 변화가 맞물려 있습니다. 1996년 클린턴 정부는 공공부조를 받는 수혜자들이 반드시 일정시간 정도의 일을 해야 계속 혜택을 받을 수 있고, 그 부조수혜 기간도 최장 5년으로 제한하는 공공부조개혁법을 통과시켰습니다. 이 공공부조 수혜자들은 역사적으로 대부분 가난한 한부모 여성들이었는데, 당시 가정폭력운동을 하던 활동가들은 이 여성들 대부분이 빈곤문제뿐만 아니라 심각하고 만성적인 가정폭력에 시달려왔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이 여성들이 가정폭력으로 인하여 직업활동을 하는 것에 심각한 장애를 안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특히 학대자들은 여성들이 일을 하지 못하도록 교묘하게 혹은 노골적으로 방해를 하는 경우가 빈번하였고, 그런 명시적인 방해가 없다하더라도 가정폭력으로 인한 신체적. 정신적 건강의 손상은 여성들로 하여금 의욕적으로 직업활동을 하는데 큰 방해가 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일정기간 직업활동을 유지해야 계속 공공부조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정책은 많은 여성들을 그 혜택의 대상에서 제외시키게 될 것이었습니다.
이에 가정폭력운동가들은 캠페인과 로비를 통하여 공공부조개혁법의 일환으로 Family Violence Option이라는 법률을 통과시켰습니다. 이는 각 주 정부가 공공부조의 수혜여성들이 가정폭력생존자인지 아닌지를 확인하여 생존자일 경우 반드시 일을 하지 않아도 계속 부조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해주는 한편, 지역의 가정폭력단체와 연계하여 여성들이 폭력의 피해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법입니다. 지방자치제가 발달한 미국의 특성상 각 주마다 나름대로 정책을 입안하여 실행할 수 있는 자율권이 있는데, 제가 공부하고 있는 캔자스 주는 다른 어떤 주보다도 여성운동단체와의 긴밀한 연계가 보장되도록 프로그램을 만들고 운영하고 있고, 그것이 바로 올스OARS라는 프로그램입니다.
이 프로그램은 가정폭력생존자여성들을 위한 단체 혹은 사회복지기관에서 활동가들을 직접 각 도시의 사회 복지과로 파견하여 근무하게 하고, 그 활동가들은 정부사회복지사들과 연계하여 공공부조혜택을 받는 여성들 중 가정폭력생존자들을 위한 특별한 지원활동을 펼치게 됩니다. 지원 활동은 여성들의 안전에 초점을 맞추면서 전반적인 사례관리지원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원활동은 법원이나 육아시설 등 원하는 곳으로 여성들을 안전하게 데려다주고 독립할 집을 구하는 일을 도와주는 등 여성들의 거의 모든 필요에 부응하는 아주 다양한 활동으로 이루어집니다. 단순히 가정폭력이라는 문제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여성들이 쉼터를 나가서도 안전하고 독립적으로 살 수 있도록, 사회경제적 독립이라는 더 큰 목표를 염두에 두면서 지원활동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의 혜택을 필요로 하는 여성들에 비해 활동가의 숫자는 턱없이 부족하여 충분한 지원을 할 수 없는 현실이기도 합니다. 또한 가정폭력에 대한 사회복지사들의 인식부족으로 인하여 여성들이 제대로 올스 프로그램으로 연계되지 못하여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되는 경우도 왕왕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사회복지과에 가정폭력문제만을 전담하는 활동가가 일 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사회복지사들에게는 가정폭력과 빈곤문제를 연결시켜서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고 있습니다. 또한 정부의 사회 복지사들이 충족시켜줄 수 없는 지원 혜택에 대한 욕구를 올스 활동가들이 사례관리에 준하는 지원으로 충족시켜 주는 기능도 하고 있어서 여성들이 더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자원이 되고 있습니다.
저는 이 프로그램에서 실습을 하면서 여성에 대한 폭력과 빈곤의 연결고리에 대해 직접 목도하고, 더 깊이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한국에서도 공공부조의 혜택을 받는 한부모 여성들 중에 과거에 가정폭력을 경험하거나 여전히 그 폭력의 영향 하에 살아가야 하는 여성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여성들이 겪는 빈곤과 폭력이라는 이중적 고통에 주목하는, 특히 한국적 맥락에 맞는 프로그램들이 많이 고안되고 운영된다면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됩니다.
한설아 ● 미국 캔자스 주립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석사박사통합과정,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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