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7*8월호 [연재기획II_자매애반론]연재기획'자매애는있는가'를읽고...
연재기획‘자매애는있는가’를 읽고…
강문순 ●
‘자매애는 있는가’라는 좌담과 자매애에 대한 이오님의 글을 읽으면서 다른 기사들을 읽을 때와는 달리, 무조건 공감이 가는 것이 아니라 마음 한 구석에 무언가 불편한 부분이 느껴졌다. 우선‘자매애는 있는가’라는 기사의 제목에서 좌담 참석자들과는 다른 방향에서 제목에 대한 의문이 들었고, 좌담 참석자들이 자매애와 소통을 연결하기 어렵다고 말하는 부분에서도 다른 말이 하고 싶어졌다. 이 불편함에 대해서 왜 그럴까 하고 곰곰이 생각하다가 요즘 나오는 여성운동에 관한 글에서도 이와 비슷한 불편함을 느꼈었다는 것을 기억해 내었다.
여태까지의 운동 방식에 대한 비판의 글들이나 이 기사에서 내가 느꼈던 불편함은 무엇일까. 새로운 생각이나 이론들은 당연히 기존의 생각이나 이론에 대한 비판에서 출발하는 것이고 그 비판이 불편한 것은 아니다. 다만 이러한 새로운 생각이나 이론들이 기존의 생각이나 이론을 바탕으로 해서 나왔다는 점에 대한 설명이 누락되어 기존의 생각들이 인정되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이 나를 불편하게 했던 것이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운동이든 개인이든 생각의 흐름에는 단계와 역사가 있다는 생각을 한다. 여성들이 자매애를 느끼고 자매애를 얘기하는 단계가 있었기에 지금 우리가 자매애를 넘어서는, 개인 간의 차이를 생각하고 존중하는 단계에 이르렀지 않았을까. 개인적으로, 나 자신도 자매애라는 개념을 받아들이고, 자매애를 느끼고, 자매애에서 힘을 얻고, 자매애를 통해서 여성들을 만나는 경험이 있었기에 지금 개인 간의 차이를 받아들이고 그것에 민감해지려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역사(단계)가 설명되지 않고‘자매애는 있는가’(이 제목의 정확한 의미는 자매애라는 개념이 실제적인 여성들의 경험을 드러내는 것인가라는 것으로 이해되는데) 라는 질문이 제기되고 자매애가 강박으로 작용하는 부분이 강조되는 것이 불편한 느낌을 준다. 물론 나 또한 여성주의를 통해 힘을 얻기도 하고, 여성주의를 실천해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좌절하기도 하였다. 어떤 이데올로기든 그것이 모든 사람에게 규범으로 작용하게 되면 개인을 힘들게 하고 좌절시킨다. 그러므로 자매애가 우리를 통해서 규범처럼 타인들에게 요구될 때 나타나는 문제와 자매애가 여성의 경험을 실제적으로 드러내는 개념이 아니라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좌담기사와 나의 생각이 다른 부분이 있듯이 후자에 초점을 맞추어 논의를 한다면 많은 이야기들이 나올 것이다. 나로서는 자매애가 여성의 경험을 드러내는 개념의 하나로, 그리고 여성주의가 지향하는 세상을 표현하는 개념의 하나로 아직은 유효하다는 생각이지만.
두 번째 불편함은 자매애가 추상이며 이상이라는 것에서 왔다. 여성이기 때문에 나와 같은 경험을 하는(같은 생각을 하면 더욱 좋겠지만) 사람들이 있고 그 경험을 통해서 서로를 공감하고 지지할 수 있는 것이 자매애라면 그것이 다만 추상이거나 이상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내 주위에 그런 사람이 한 두 사람만 있어도 그것은 나에게 직접적인 힘을 주는 현실이다. 외도 피해자와 여성주의자가 부딪힌다면 자매애가 추상적인 개념이어서가 아니라 자매애를 표현하는 방법의 차이일 수 있다. 물론 그 여성주의자가 추상적인 개념으로 외도 피해자의 경험을 한정하려 하거나 외도 피해자의 경험을 이해 못하는 사람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보다 많은 사람들은 그 피해자에게 여성주의적 시각을 알려주고픈, 그래서 그 피해자가 정치적으로 올바른 해결책을 찾기를 바라는 욕심이 앞서서 부딪히게 되는 것이라고 본다. 자매애가 추상이나 이상에 머무르지 않고 현실일 때 오히려 외도 피해자의 현실에 더 잘 공감하고 그 개인의 입장에서 그를 이해하게 될 것이고 그래서 부딪힘이 연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강문순 ● 진주여성민우회 회원, 열정적으로 여성운동을 했다고
자신할 수는 없지만 여성운동 속에서 살아 온 세월들 때문에
그리고 물리적인 나이 때문에 과거의 운동 속의 개념이나 운동방식을
비판하는 글들이 과거를 충분히 인정하는 바탕 위에서
이루어지지 않으면 서운함을 느끼게 되나 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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