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7*8월호 [민우ing]스포츠하는‘여성’을위협하는폭력과차별,이에맞서는아주상식적인대안들
우리은행 여자농구단 성폭력 사건
스포츠하는 ‘여성’을 위협하는 폭력과 차별,
이에맞서는 아주 상식적인 대안들
박봉 ●
우리은행 여자농구단 성폭력사건이 발생한 지 두달이 지났다. 4월 26일 우리은행측은 박 감독이 일신상의 이유로 자진사퇴하였다고 밝혔고, 박 감독은 5월 30일 구속수감 되었다. 그리고 6월 29일 1차 공판이 있었다.
박 감독을 성폭력으로 고소한 피해선수와 박 감독 사퇴 이후 신임감독 선임과정에서 성차별로 인해 채용탈락 되었음을 제기한 박찬숙 농구인, 두 여성의 용기로 폭로된 스포츠계의 성폭력과 성차별은 6월 27일 민우회와 문화연대가 개최한 토론회에서 구체적으로 밝혀졌다.
사실 나는 스포츠에 그닥 관심이 없다. 소위 성별차이에 따라 달리 주어지는 체육, 운동의 경험, 접근성, 비격려에 의한 것은 아니다. 어려서부터 원하지 않아도 몸 좋다는 이유로 체육부장이 되고, 잘 하지도 못하는데 선수제의를 받았던 나로서야 그렇게 주장하기는 좀 어렵고, 아마도 즐기는 것이라면 춤이든, 노래든, 운동이든 몽땅 어색한 천성과 승부근성이나 집요함과는 거리가 먼 널널한 성격이 한 몫 하는 것 같다. 그래서 남잔지 여잔지 프로농구단이 있다는 얘긴 들어본 거 같은데 선수 한 명 알지 못하고 프로농구단 이름은 당연히 들어본 적도 없는 와중에 스포츠계의 성차별이라니!! 스포츠는‘페어플레이’가 기본이 아니던가. 그 곳에 다른 분야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은 비상식적 플레이가 횡행 한단다.
현재 우리나라에 여성 프로팀이 있는 종목은 농구(6팀)와 배구(5팀) 2개 종목이다. 이들 팀을 이끄는 감독과 코치 22명 중 여성은 단 한명이다. 실업팀도 별반 다르지 않다. 농구(5팀), 핸드볼(5팀), 축구(5팀), 하키(5팀), 소프트볼(2팀)등 주요 종목에서 감독 중 여성은 2명뿐이다.
이 외 44개 종목에 걸쳐 1859개의 여성 실업팀에는 여성지도자 수가 얼마나 되는지 대한체육회는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비인기 종목인 것을 감안해 여성지도자수가 훨씬 적을 것이라는 예측만 할 뿐이다.
그럼, 인재가 없어서냐. 체육의 꽃(이런 표현에 비호감이신 분들께 죄송하다-.-;)이라고 하는 올림픽에서 76년부터 96년까지 20년간 여성선수가 딴 메달이 전체의 40%에 달한다. 세계에서 이름 떨치는 스포츠인 대다수가 여성이다. 그 여성들은 다 어디로 가고, 남자스포츠도 남자가, 여성스포츠도 남자가 지도자를 할까?
박찬숙 농구인은 우리은행 신임감독 후보 6명 중에 올랐다가 1차 과정에서 탈락되었다. 박찬숙은 이를 성차별로 인권위에 진정했다. 신임감독은 남자가 되었다. 10년 동안 여자감독은 한명도 없었다. 우리은행장은 유승희 의원과의 통화에서“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남자감독이 팀을 위해 필요하다”고 했다고 한다. 우리은행 구단측은 6명의 감독후보를 나란히 놓고 누가 가장 감독으로서 적합한지 꼼꼼히 살펴보았을까? 공정한 평가의 대상으로‘박찬숙’이 있었는지,‘ 들러리’로‘여성’이 있었는지에 대해 우리은행측은 대답을 해야 한다.
한편, 성폭력 혐의로 기소된 박 감독은 우리은행을 사직했다. 박 감독은 우리은행의 직원이다. 피해선수는 우리은행구단의 소속이다. 자, 그렇다면 우리은행이 할 일은 너무 명확하다. 우리은행은 이런 일이 발생하게 된 환경을 제공한 것을 사과해야 하고, 성폭력 가해자를 제대로 징계하지 않고 사직으로 무마하려 한 것을 사과해야 하며, 피해자가 내외적으로 불이익을 받지 않고 선수생활과 사회생활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책임져야 한다. 그래서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다. 우리은행도 알고 있을 것이다. 관련법이 만들어진 지 벌써 8년이나 지났는데, 총자산 200조가 넘는 최정상급 은행이라면 법을 알려주는 변호사도 있을 테고, 은근슬쩍 모르는 척하기에는 너무 큰 기업이지 않은가.
민우회, 체육시민연대, 문화연대는 6월 29일 우리은행 앞에서 시위를 했다. 우리은행 성폭력사건에 대한 책임 있는 자세와 해결을 촉구했다. 선수를 트레이드한다는 소문도 있고, 박 감독은 재판장에서 몇몇 질문에‘술을 많이 먹어서 기억이 안 난다’고 했다. 최모의원을 역할모델 삼았나 보다. 우리은행이 처음부터 사건을 제대로 풀지 않아서다.
다시 각을 잡아야 한다. 문화관광부는 27일 토론회에서‘이 정도인지 몰랐다. 대책을 세워 앞으로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미덥진 않지만, 믿는 거 말고는 대책이 없으니 일단 믿어보자. 두 여성의 용기로 스포츠계가 평등과 인권확보라는 가치를 돌아보고 새롭게 만들어낼 기회를 갖게 되었다. 감사한 줄 알아야 한다.
박봉 ● 필자소개 매번 하는 것이 힘들다고 하는 게으른 봉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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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이 씌어진 후인 7월 6일, 박 감독은 사회봉사 200시간에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우리은행은 같은 날 성희롱예방교육과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만취와 국위선양이 감형의 이유가 되었다. 우리은행과 체육계가 약속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행해야 할지는 아직 모른다.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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