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7*8월호 [민우ing]호주제를대체하는새로운신분증명제도의가능성과우려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호주제를 대체하는 새로운 신분증명제도의 가능성과 우려
여진∙다라 ●
2005년 위헌판결을 받고 폐지된 호주제를 대신하여 2008년부터는 새로운 신분증명제도가 시행된다. 지난 4월 27일, 국회는‘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을 통과시킴으로써 드디어 새로운 신분증명제도를 마련하였다. 새로운 신분등록 제도에서 달라진 점은 무엇이고 앞으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알아보자.
우선 가장 큰 변화는 역시 개인정보의 편제 방식에 있다. 호적법에서는 일정 지역에 본적을 정한 가부장적 호주를 기준으로 그 가족의 구성과 내력을 기록하였다(때문에 혼인 또는 이혼한 여성의 경우 아버지, 남편(시아버지)의 호적으로 왔다 갔다 한다). 새로운 법률은 모든 개인이 자신의 기록부를 가지고 국적 및 가족관계 등 신분 사항을 기록하는 1인1적제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호주제 하에서는 하나의 기록부인 호적등본에 모든 개인의 정보와 가족의 정보가 집적되어 있어 개인정보의 과다 유출로 많은 비판을 받았다. 새로운 법률에서는 개인의 신분증명서를 증명 목적에 따라 5개의 증명서(기본증명서, 가족관계증명서, 혼인관계증명서, 입양관계증명서, 친양자관계증명서)로 분류하여 발급한다. 회사나 공공기관에 신분 증명이 필요한 경우 불필요하거나 공개를 원치 않는 개인정보 유출을 줄일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지금은 본적과 성명을 알고 있으면 타인의 호적등본을 발급받을 수 있지만 새 제도 하에서는 본인, 직계혈족, 직계비속, 배우자, 형제자매만이 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있도록 제한하여 개인정보 보호가 강화되었다(라고 하지만 사실 이것이 당연한 수준이 아닌가 싶다. 남의 혼인∙이혼경력, 성명 변경, 성별 변경, 입양 내용 등을 타인이 맘대로 볼 수 있다니..--;).
새 신분등록제도에서의 변화 중 주목할 것 또 하나는 자녀들이 어머니의 성을 따를 수 있게 된 것이다. 혼인신고 시 자녀들이 어머니의 성을 쓰기로 부부가 합의하고 출생신고 시 한 번 더 신고하면 자녀가 어머니의 성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그러나 자녀들의 성이 서로 다르면 안 된다고 하니 첫째는 엄마 성, 둘째는 아빠 성 붙이는 재밌는 상상은 실현 불가능하게 되었다^^;).
호주제의 극심한 성차별성과 비인권적 문제점이 일부 수정되었으나 이 법은 여전히 여러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우선 1인1적제를 기본으로 한다면서도 법률명을‘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이라고 한 것은 이 법의 가장 큰 한계이며 아쉬움이다. 이는 호주제 폐지라는 커다란 변화에 불안을 느낄 국민정서를 고려한 법률명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이름은 본 법률이 개인을 중심으로 한 신분등록제임을 전혀 드러내고 있지 못한다는 데서 우선 부적절 할뿐만 아니라 여전히 개인의 신분을 가족관계안에 묶어 두는 시각을 견지하는 한계를 드러낸다.
또한 행정편의상의 이유로 개인의 신분 증명을 하는데 전혀 상관없는‘본적’을‘등록기준지’라는 이름으로 존속하는 것은 법의 취지에 맞지않는 것으로 비판받고 있고,‘ 본’과 주민등록번호가 모든 증명서에 선택의 여지없이 필수 항목으로 들어가는 것도 불필요한 개인정보의 과도한 노출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개인의‘신분사항’과‘신분변동사항’이 전혀 분리가 되어 있지 않은 것은 심각한 우려지점이다.주1) 개인 신분의 변동사항이 일반신분사항이라는 항목에 모두 기재되고, 증명 당시 신분상태와 상관없는 과거의 변동사항이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개명을 했거나, 성전환을 했거나, 국적이 변화되었거나 하는 등의 내용이 원치 않아도, 필요하지 않아도 모두 드러나게 되고, 혼인관계 증명서에는 이혼경력이나 재혼 사항 등의 변동내용이 기록되어있어 이를 알릴 필요 없는 상황에서도 사적인 정보가 그대로 유출되고 마는 것이다. 이는 심각한 차별과 인권침해를 가져올 수 있다(성변환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극심한 사회에서, 직장을 구할 때 성변환 사실이 드러난 증명서를 제출해야 하는 상황을 상상해 보라). 증명서 발급 시 불필요한 경우 변동내용을 삭제하고 발급하는 등 시행규칙(법을 실제로 시행할 때 필요한 세부사항에 대한 규칙)에서 제정 된 법률의 한계가 최소화 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또한 모든 증명서에 필수사항으로 들어가 있는 본, 등록기준지, 주민등록번호 등도 신청인의 의사에 따라 취사 선택하여 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있도록 선택항목으로 변경할 수 있어야 한다.
신분등록부에는 개인의 모든 신분사항, 변동사항이 집적되어 있다. 국가 차원에서의‘효율적 관리’에만 집중하면 개인에 대한 통제와 사생활 침해의 가능성이 높고, 개인의 생활에 엄청난 영향을 끼치는 개인정보 유출의 위험도 크다. 개인정보의 관리에 있어서 개인의 인권이 더욱 신중하게 고려되도록 계속된 노력이 필요하다.
여진∙다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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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민우회가 함께 활동한 목적별신분등록법제정을 위한 공동행동은 지난 2004년부터 성평등과 다양한 가족에 대한 차별 해소, 정보인권 보호라는 원칙 하에 목적별신분증명제도를 만들어내고 입법화를 위해 노력해 왔던 시민사회단체 연대체로 신분사항기록부와 신분변동사항인 변동부를 분리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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