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서]ㅇㅇ회사 비정규직 차별시정신청의 건에 대한 한국여성민우회 의견서
ㅇㅇ주식회사 비정규직
차별시정신청의 건에 대한 한국여성민우회 의견서
1. 서론
본 회는 지난 8월, ㅇㅇ회사 노동조합으로부터 비정규직 차별에 관한 상담을 접수했습니다. ㅇㅇㅇ 외 26명의 기간제 여성노동자들이 7월과 8월 임금 중 기본급, 문화활동비를 차등 지급받았으며, 도약수당, 정기 상여금을 지급받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또 개인연금 지원금, 경조금, 의료비, 주택자금구입자금대여규정 및 자녀학자금지급규정에서 기간제 노동자를 배제하는 취업규칙(급여 및 복지규정 등)을 적용하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본 회는 이번 사건이 비정규직에 대한 임금 및 근로조건에서의 차별이라 판단하고 비정규직 차별시정의 판단례가 축적되지 않은 상황에서 추후 비정규직 차별해소에 미칠 영향이 상당하다고 보아 다음과 같은 의견을 제출합니다.
2. 이번 사건 판단의 중요성과 본회의 사건 해석
1) 이번 사건의 판단은 차별시정제도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인지 검증하는 시초이자 추후 비정규직 및 기타 차별사안에 대한 판단의 지표가 될 것이므로 그 중요성과 사회적 영향력이 매우 큽니다.
비정규직의 남용과 차별 금지는 평등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주요 화두이자 쟁점이 되어왔습니다. 기간제및단시간근로자에대한법률(이하 기간제법),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 노동위원회법 등 비정규직 관련법은 법안의 합의 과정에서 끊임없는 논란이 있었고 시행을 전후로 비정규직 대량해고, 외주화, 분리직군제 신설 등 부작용이 잇따라 비정규직 문제에 관한 사회적 관심이 증폭되었습니다. 이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애초에 비정규직 남용의 금지와 차별의 해소라는 취지와 이를 뒷받침하는 2년 후 정규직 전환, 차별금지는 비정규직 법의 골자로서 관심과 기대를 모았습니다.
기간제 법에서는 다음과 같이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제1조[목적] 이 법은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을 시정하고 기간제근로자 및 단시간근로자의 근로조건 보호를 강화함으로써 노동시장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이러한 법의 목적에 부합하고, 실효성 있는 차별시정제도가 되기 위해서는 그간의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분명한 원칙과 기준을 마련해야 합니다. 귀 위원회의 판단이 그 지표가 되는 상황이므로 다수의 비정규직 노동자는 물론 우리 사회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노동위원회의 이번 결정은 비정규직 법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인지 검증하는 기회가 될 것이며 추후 비정규직 및 기타 차별사안에 대한 판단의 지표가 될 것이기에 그 책임이 막중하다 할 것입니다.
2) 본 사건에서 차별을 정당화하는 합리적인 이유에서 ‘합리성’의 범위를 정하게 됩니다. 합리성의 이유를 넓게 인정하는 것은 차별시정제도의 실효성을 크게 약화시키는 것이므로 엄격한 판단이 요구됩니다.
차별 판단기준에서 차별처우의 심사기준을 완화된 심사기준을 적용할 것인지 엄격한 심사기준을 적용할 것인지 논란이 있었습니다. 완화된 심사기준인 ‘자의금지의원칙’을 따를 경우 사용자의 불리한 처우에 합리적인 이유만 있으면 그 내용의 타당성, 적정성에 대해서 심사할 수 없는 것으로 차별금지의 취지를 부당하게 축소시키는 결과를 낳게 될 것입니다. ‘합리성’의 범위를 너무 넓게 인정할 경우 비정규직 노동자가 차별 주장을 인정받기는 매우 어려울 것입니다. 사용자들은 이러한 이유로 자의적 차별이 아니다, 차별의 의도가 없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주장할 것이 예상됩니다. 이번 사건에서도 신청인들의 자의적 선택에 의해 불이익한 근로조건을 수용하였고 회사측은 차별의 의도가 전혀 없었다는 점을 주요하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귀 위원회가 이러한 사용자측의 주장을 폭넓게 인정한다면 기간제 법의 주효한 구제수단인 차별시정제도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 될 것입니다. 또 차별을 법적으로 정당화시키는 것이 되어 그 사회적 파장은 중차대한 것이 될 것입니다.
3) 비정규직으로 채용되었다는 것은 차별의 합리적 사유가 될 수 없습니다. 채용시점이 아니라 현재 상황에서 차별이 있는가를 판단해야 합니다. 비교대상 노동자 또한 최대의 시정효과와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대상으로 보아야 할 것입니다.
비정규직으로 채용되었다는 것은 차별을 허용하는 근거가 될 수 없음에도 회사측은 이를 주요한 근거로 주장하고 있습니다. 채용경로가 다르면 불리한 처우를 해도 되는 것은 아닙니다. 시정을 신정한 당시, 차별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의 고용형태에 의한 차별의 유무를 주요 판단의 근거로 보아야 할 것입니다. 이 점은 추후 차별판단의 분명한 원칙과 기준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또한 비교대상노동자는 차별의 피해자인 노동자가 최대의 차별시정효과와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방식이 되어야 할 것이며 동일한 사업장에 있는 노동자중 동일한 조건에서 최고의 대우를 보장받는 노동자를 선정할 수 있는 권한을 인정하여야 할 것입니다. 이번 사건에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한 노동자가 그 비교대상일 필요가 없는 이유 또한 여기에 있습니다.
4) 업무의 동일, 유사성을 판단하는 기준은 이번 사건과 같이 업무가 혼재되어 있고 고용형태에 따른 직무분리가 없는 사업장인 경우에는 귀 위원회의 적극적이고도 단호한 판단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비교대상 노동자의 업무 동일성, 유사성을 판단할 때는 업무 성격을 기준으로 하되 업무에 있어서의 각 노동자가 상호 대체가능한가의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입니다.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한다 함은 차별처우의 금지라는 대원칙에 적용을 위한 하나의 비교 기준일 뿐이므로 엄격한 기준에 의해 비교대상 노동자를 검토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이번 사건의 경우 신청인들은 정규직 노동자와 동일한 업무를 행하고 있습니다. 순번을 정해서 마감업무만을 분담하고 있을 뿐, 계좌공통업무, 현금출납, 증권출납, 수탁, 금융상품상담 업무 등은 팀 체계로 업무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팀 내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업무는 구분되어 있지 않아 상호 대체가능한, 동일한 성격입니다.
본 사건 외에 다른 사건에서 업무의 동일, 유사성을 판단할 때도 지나치게 좁은 의미의 동일, 유사성 판단은 지양해야 합니다. 만약 이러한 좁은 해석을 한다면, 비정규직 노동자가 비교대상이 없어 차별을 시정 받지 못하는 불합리한 사례가 발생할 것입니다. 이것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차별시정의 첫 단계에서 좌절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만약 좁은 의미에서 업무가 동일하지 않다는 이유로 시정신청을 기각한다면 귀 노동위원회가 차별시정의 주체로서 편의적으로 판단을 유보하는 것이 될 것이므로 이러한 일은 반드시 방지해야 합니다.
5) 시정대상이 되는 임금에서 사용자가 업무성과에 따라 혹은 시혜적으로 지급한 것이라 할지라도 차별의 소지가 있다면 엄격한 판단을 통해 차별금지의 강행규정이 강제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입니다.
본 사건에서 정규직과 기간제 노동자간의 임금체계를 연봉제나 포괄임금제로 달리 운영하고 있어 비교를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차등에 대해 사용자는 차별의 대상이 되는 임금에서 단기고용의 특성에 따른 것이라는 근거를 사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실제 ㅇㅇ주식회사측은 개인연금공제금의 지급, 정기상여금의 지급에서 단기고용의 특성이라는 점을 주요근거로 들고 있어 추후 사용자들의 대응논리를 대변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공헌보상적 특별지급금품, 근로의욕 고취목적의 격려금, 특정직무수행능력 향상훈련에서 차별을 인정하는 합리성의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하는 것이냐에 대한 문제와 연동되어 있습니다.
사용자의 임의적 지급, 은혜적 지급, 일회적 지급이라 하더라도 근로관계에서 발생한 부가적 급여라고 한다면 차별시정의 대상과 범위에 포함하여야 합니다. 성과연동에 의한 상여금 지급이라고 하더라도 그 적용비율을 정규, 비정규직간에 달리 정하였고 이에 대한 정당한 사유가 없다면 이는 달리 둘 근거가 없는 규정이므로 시정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6) 차별시정 명령에는 차별로 인하여 미지급된 임금만이 아니라 향후 차별적 임금의 지급중지, 차별적 임금을 규정하고 있는 단체협약 및 취업규칙 등의 수정이 포함되어야 합니다.
신청인 회사는 정규직 노동자, 무기계약직 노동자, 기간제 노동자간 다른 임금제와 취업규칙을 적용하고 있어 그 위법성이 있습니다. 정규직 노동자의 경우 차등상여금을 적용한 호봉제, 무기계약직 노동자들은 성과연동제, 기간제 노동자의 경우 호봉제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무기계약직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퇴직금을 중간정산하면서 불이익을 초래하였습니다. 퇴직급여보장법에서는 동일사업장에서 하나의 퇴직금 제도를 적용하도록 되어있으나 사실상 정규직과 기간제 노동자에 대해서는 퇴직누진제를 적용하고 무기계약직에 대해서는 1년 단위 중간정산을 하고 있습니다. 이는 퇴직급여보장법을 위반하게 될 뿐 아니라 사용자들이 비정규직 법의 회피수단인 별개의 취업규칙을 적용하는 것을 허용하는 것으로 정규, 비정규직간의 차별을 묵인, 허용, 지속시키게 되는 것입니다.
과거의 차별을 시정할 뿐만 아니라 장래의 차별도 금지하여야 한다는 관점에서 차별시정이 실질적인 의미와 실효성을 가지려면 당연히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의 효력을 문제삼을 수 있어야 합니다. 이번 사건에서 개인연금 및 주택자금 지원 적용배제, 경조금 및 의료비 등의 차등지원, 기타 기간제 근로자에게 적용을 배제하도록 정한 피신청인 회사 사규, 기본급과 상여금, 시간외임금 차액 등의 산정을 규정하고 있는 취업규칙 및 인사규정은 추후에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차별을 시정하고 비정규직 노동자의 피해를 시정한다는 의미에서 반드시 시정되어야 할 것입니다. 차별판단 및 시정의 대상을 근로기준법상 근로조건으로 한정하는 경우 단체협약, 취업규칙에서 정한 다양한 방식의 차별에 대응할 수 없어 그 실효성을 스스로 제한하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4. 결론
본회는 이번 사건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과 다름없는 상시적인 업무를 맡아 4년에서 11년까지 수차례 계약을 갱신하여 오면서 사실상 상시적 고용을 유지하여 온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그런데도 비정규직이라는 신분을 유지하여 차별하여온 비정규직 차별의 전형적인 사례라고 판단합니다. 이에 귀 노동위원회가 이번 차별시정신청의 중요성을 감안하여, 비정규직 남용금지와 차별해소라는 비정규직 법의 취지에 맞는 적극적인 판단을 해 주실 것을 요청하는 바입니다. 본회는 이번 사건의 사회적 중요성에 크게 주목하고 있는바 이번 사건에 대한 결정 및 다른 비정규직 차별 시정신청의 결과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활동할 것을 알려드립니다. 또한 이후 시정명령의 이행과정에서도 실효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철저한 이행감시와 감독을 요구합니다. 귀 위원회는 비정규직 차별의 유일한 결정권한을 가진 권위 있는 조직으로 추후 다른 차별의 판단에 있어서 이번 결정의 의미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우리 사회가 보다 평등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귀한 거름이 되는 판단을 하여 주실 것을 요청하는 바입니다.
2007년 10월 2일
사단법인 한국여성민우회
공동대표 유경희, 권미혁, 최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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