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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9*10월호 [모람활동]우행가의 베트남 여행기
![](http://www.womenlink.or.kr/nxprg/editor/uploaded/img/1193968927.jpg)
모람활동
우행가(우리 공부해서 여행가요)는 여행가기를 목표로 꾸려지는 단발성·자발성 소모임입니다.
멋진 민우회원들과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추억을 만들고 싶다면! 당신이 우행가 2기를 꾸려보세요~!!
1기의
여행기 1
위풍당당(?) 자전거도전기
타기 ●
베트남에 온 지 3일째. 술자리에서 무심코 던진‘여행이나 갔으면…’하는 바람이 실현되었다. 첫 기착지 하노이를 떠나 다낭에 도착하니 비가 흩뿌린 오후였다. 곧 호이안행 승합차를 타고 1시간 남짓 온 뒤 한 호텔에 멈췄다. 주변을 보니 그림 같은 물가 옆 카페가 영화의 한 장면이다. 어찌하여 호이안 시내에서 자전거로 5분 거리라는 이곳이 숙소가 되었다. 그‘5분 거리’가 내겐 무엇을 뜻하는지 아는 데는 1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짐을 풀자마자 길을 나선 우리는 호텔직원이 즉석 섭외한 동네 청년이 모는 오서방의 오토바이를 길잡이로 하고, 호이안 옛거리에서 자전거로 집결하기로 한다. 그런데 가도 가도 호이안 옛 거리는 나오지 않고, 길잡이오토바이는 종적이 묘연해진 것이다!!! ‘5분 거리’라는 여정은 그렇게 처절한 모험으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시간이 갈수록 내 표정은 사색이 되어갔고, 맨발로 자전거를 모는 내 기색을 살피며 일행은 조심스럽게 나와 보조를 맞추었다. 좁은 도로에서 지나치는 차량들은 계속 경적을 울려댔다. 그 소리는 서울에서 교통전쟁에 익숙한 긴장한 나에겐“이봐, 비켜 서. 당신 때문에 갈 수가 없잖아”라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다른 차의 진로를 방해하지 않으려 인도 쪽으로 바짝 자전거를 몰았다가 인도 턱 아래 고인 빗물 덕에 양 다리는 흙탕물 범벅이 되었지만, 최강자전거 초보는 이를 신경 쓸 1초의 여유조차 없었다. 나중에야 알았는데 베트남에서 경적은
‘앞으로 가겠소’하는 소극적인 의사표현이란다. 나처럼 필사적으로 길을 비켜줄 필요가 없었다.
좀처럼 호이안 옛 거리도 보이질 않고 도로엔 어스름이 짙다. 나는 자꾸‘나, 갈 수 있을까? 숙소로 돌아갈까?’하며 초초해 했다. 일행의 배려로 잠시 쉬어 물 파는 할아버지에게 안내받은 갈림길로 들어서 좀 더 가니 그때 신기하게도 호이안 옛 거리와 오서방과 한 번에 마주쳤다. 오서방에게 원망을 퍼부었지만, 그도 나름대로 가이드와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마음고생이 심했나보다. 상봉의 눈물을 거두고 구경을 하는데, 난 진이 빠지는 듯한 피로감과 일행에게 미안한 마음이 뒤엉켜 구경도 하는 둥 마는 둥 여전히 심란했다. 작은 하천 건너편 식당에서 주린 배를 채우니 그제야 웃을 수 있었고, 호이안 거리의 야경이 눈에 들어왔다. 늦은 저녁을 먹고 자전거 운전에 능한 두 사람이 먼저 출발했다. 남은 셋은 식당에서 부른 택시가 작아서 타지 못하고, ‘지옥의’야간 운행을 해야 했다. 오서방은 오토택시로, 나와 여진은 자전거로. 이미 기력이 바닥나 처질 때마다 난 호텔에 가야한다는 일념으로 이를 악물고 페달을 밟았다. 위태해 보이는 나를 보며 베트남 주민들이 미소로 응원하는 것 같았다. 상체에 힘이 빠져 자전거가 저절로 역주행하는 위기일발의 순간도 지나면서 드디어 호텔이 보였고, 반가운 마음에 그만 나는 주차장에서 자전거와 함께 미끄러져 넘어졌다. 그때 자전거를 일으켜 세운 관리 아저씨의 환한 미소가 눈물 나게 반가웠다. 이때 내가 지른 한마디.“ I’m sorry…….”
늦어서 미안하고, 자전거를 못 타서 미안하고, 나 때문에 고생한 여진에게 미안하고, 모든 게 미안한 채로 이렇게 나의 호이안 첫 날 밤은 처절한 기억을 남기고 깊어갔다.
타기 ● 지금도 호이안‘지옥의’레이스에서 살아 돌아온 자신을 자랑스러워하고 있다.
여행기 2
사막과초원과호수의앙상블
묘랑 ●
의기양양 시작한‘우리 공부해서 여행가요’였다. 모임 빠지기를 숨 쉬듯 하다 마지막 모임에 불쑥 나갔다. ‘묘랑, 너두 우행가냐?’부터‘가긴 가는구나~’까지. 애매한 독려(?)를 받으며 꿋꿋이 베트남으로 향했다. 하노이Hanoi에서 시작해 호이안Hoi An, 나짱Nhatrang을 거쳐 호치민Saigon까지 종단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여행지에서 만난 이의 권유로 일정을 바꿔 마지막 여정은 호치민에서 200km 떨어진 해변가 작은 마을 무이네Mui Ne로 정했다. 호치민에서 5시간 반 가량을 달려 새벽 한시 반 도착. 짭쪼름한 소금 내음과 파도소리가 바다가 지척임을 알린다. 오랜 버스 여행에 지친데다 가로등이 없어 깜깜한 낯선 바다로 달려갈 용기도 나지 않았다. 방갈로라 허술하고 침대도 눅눅하지만, 시장이 반찬이듯 피곤이 곧 숙면이었다.
다음날 좀 더 안락하고 편안한 티엔닷Tien Dat으로 숙소를 옮겼다. 차양이 드리워진 원목의 발코니에 앉아 우아하게 책을 읽는 여인! 꼭 해보고 싶던 일을 드디어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수영장 비치의자에 앉아 쉬엄쉬엄 책을 읽다가 수영도 즐기며 여유로운 오후를 보냈다. 저녁을 먹고 수달, 여진, 오서방은 낮에 봐둔 마사지 숍으로 향했다. 나는 마지막 밤을 위해 마사지는 아껴두기로 했다. 대신 타기, 엄산과 함께 밤바다로 나아갔다. (무지 우아하게 느껴지지 않는가? 밤바다 별을 헤며 우리는 드라마 제목 잇기 놀이를 했다.)그렇게 또 아까운 하루가 가고 마지막 날, 우리는‘선셋 투어’를 했다. 창문도 없이 골격이 앙상한 짚을 타고 처음 도착한 곳은 피싱 빌리지Fishing Villege. 뜨거운 한낮이라 내게는 대형 광주리로밖에 보이지 않는 배가 정박해있을 뿐 한산하다. 잠시 사진 찍고 화이트 샌듄White Sand Dune으로 이동했다. 화이트 샌듄으로 가는 길은 자체로 ‘이국적’이었다. 그동안 사실 한국의 시골마을에 온 거 같았지만 드디어 관광책자에서나 보던 드넓은 초원이 지평선과 만나고, 소떼와 염소떼가 풀을 뜯는 풍경을 만났다. 도로를 횡단하는 소떼들이 우리 차를 멈춰 세웠을 땐 이색적
인 경험이 오히려 기쁨이었다. 도착한 화이트 샌듄, 푸른 초원과 작은 숲(?)을 지나 나타난 사막은 장관이었다. 한쪽에는 호수와 초원이, 반대편은 하얀 모래 언덕이 하늘과 맞닿았다. 신기해하며 정신없이 그리고 열심히 걸었다. 모래에 발이 묻혀 걷기도 어려웠지만 눈앞에 펼쳐진 하얀 언덕을 지나칠 순 없었다. 사막과 초원과 호수가 빚어내는 감동의 앙상블이었다. 화이트 샌듄에 너무 많은 감동과 환호를 한 탓인지 이후 만난, Yellow Sand Dune과 붉은 협곡으로 그랜드캐년을 닮았다는 Red Canyon은 찬밥신세가 되었다. 마지막 코스인 요정의 샘(Fairy Spring)까지.
밤이 되자, 지치고 지친 몸을 마사지사에게 맡겼다. 처음 받는 마사지라 부끄러움이 앞서다가 나중에는 나보다 훨씬 체격이 작은 그이에게 미안함이 들었다. ‘너무 커서 미안해요.’피로를 풀고 인근 슈퍼의 맥주를 싹쓸이해서 티엔닷으로 돌아왔다. 여행 중 우리와 함께해 준 타이거와 바바바(333) 맥주로 마지막 밤의 아쉬움을 달래본다. 새로운 음식만 나오면 냄새부터 맡아보던 오서방, 초지일관 타이거와 함께한 음주가이드의 달인 수달, 방랑자의 여유가 묻어나는 여진, 어쩐지 허술한 타기와 어울리지 않게도 예민한 산적과 함께한 멋진 여름을 위해 브라보~
묘랑 ● 바빠서 얼굴보기힘들지만 중요할 땐 꼭 나타나는 열심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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