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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9*10월호 [모람풍경]몽정파티를 다녀와서_이정은
2007 9*10월호 [모람풍경]몽정파티를 다녀와서
모 람 풍 경
몽정파티를 다녀와서
이정은 ●
몽정파티 예정일 한 달 전쯤 내 맘대로 참가신청을 하고 6학년인 아들에게 파티참여를 끈질기게 한 이유는 아들 녀석의 신체적 변화를 내 몸으로 느꼈기 때문이었다. 물론 녀석은 파티 직전까지도 안가면 안 되냐며 볼멘 얼굴이었고 그 며칠 전엔 안 가겠다며 엉엉 울었었다.
학교에서 다 배웠다며 가지 않겠다고 했을 때 하마터면 속을 뻔했지만 그럼 몽정이 뭐냐고 물어보니 고추에 털이 나는 거라고 대답하는 그 천연덕스런 얼굴이라니. 학교도 엄마도 시원스레 알려주지 못하는 자신의 신체적 변화를 지루한 강의가 아닌 파티를 통해 알게 되는 것은 참으로 좋은 방법이라 생각되어 끈질기게 아들 녀석을 설득했다. 그리고 또래 엄마들에게도 함께 참가하기를 권유했는데, 미리 알려줌으로 인한 부정적 영향을 걱정하는 이들도 있음을 알게 되었다.
아들 녀석의 변화는 올 초부터 있었던 것 같다. 얼굴에 여드름이하나, 둘씩 나기 시작했고 영화나 드라마에서 포옹이나 키스장면이 나올 때 엄마를 꼬옥 껴안는다거나 잠들기 전 뽀뽀해달라며 입을 내밀어 해줄라치면 혀를 날름거리며 엄마 입에 침을 묻히질 않나 나중엔 누워있는 엄마위에 덥석 엎드려 스킨십을(뭘 알고 그러는지 모르는지?!) 즐기질 않나, 그럴 때마다 녀석이 상처받지 않도록 조심하며 덥다는 둥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아이를 밀쳐냈지만 내심 당황스러워 어찌 대처해야할까 여기저기 아들 둔 엄마들에게 묻기도 했었다. 다행히 고양여성민우회에서 몽정파티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정말 필요한 시기에 아들을 참여시킬 수 있었다. 몽정파티가 아니었다면 아들과 지금처럼 거리낌 없이 몽정과 자위에 대해서 이야기 나눌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들 녀석은 그 날 뾰루퉁한 얼굴로 참가해서는 만족한 얼굴로파티를 끝냈고 나도 다른 엄마들과 함께 세 시간 정도의 교육과이야기 나눔을 가졌다. 엄마들은 대부분 같은 고민들을 하고 있었고 그에 따라 대응하는 방법도 다양하였다. 자세히 이야기를 해주거나 다른 말로 관심을 돌리거나 훌쩍 큰 아이에게 유아틱한 설명으로 어물쩍 넘어가거나 그때그때 다르거나…. 비록 처음 만났지만 서로에게 공감을 느끼며 또래 아이 키우는 지혜를 교환하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또한 엄마들 자신의 몸도 돌아볼 수 있는 기회였는데 나의 생식기, 남녀의 생식기능 중 40년 넘게 몰랐던 부분들이 있었다는 것에 대해서도 서로 놀라워들 했다.
몽정파티를 통해서, 아이들을 대하며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우리 아이들의 성지식이나 성의식을 파악하여 아이들이 알고 싶어 하는 것들을 아이들 수준에 맞게 알려주고 도움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또한 몽정파티를 경험한 아이들과 부모와의 소통이 더 자연스럽고 효율적이라는 것을 내 자신이 입증했음은 물론이었다. 또래 아이들에게 모두 경험시켜주고 싶은 이런 소중한 시간이 학교 교육 안에서 이루어 질 수 있다면 우리 아이들 앞날이 더욱 건강할 것이라 생각되었다.
만족한 얼굴로 파티를 끝낸 아들 녀석에게,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어때! 재미있었니?”라고 물으니 “아니, 별로…”란다. 참내, 중간중간 잘 참여하고 있나 문틈으로 보았을 때는 즐거운 표정이더니 꼭 엄마가 물어보면 무뚝뚝 오리발이라고 속으로 투덜거리고 있는데 몽정하면 무얼 선물해 줄 거냐 묻는다. 받고 싶은 선물이 무언지 생각해보라고 답하며 염불보다 잿밥에 관심있는 동자같다는 생각을 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그 며칠 후 아들녀석 왈
“엄마! 나 아무래도 몽정 벌써 한 것 같아”
“그래? 언제?”
“6학년 되고 얼마 안됐을 때 아침에 팬티가 젖어있어서 그냥 갈아입었었어.”
“엄마한테 얘기하지 그랬어!”
“그게 몽정인줄 몰랐지…. 근데 선물은 언제 줄 거야?”
“지나간 일은 소용없어! 담번에 하면 그 때 선물할께. 선물받고 싶으면 꼭 얘기해!”
허걱, 당장 뭐든지 선물해주고야 싶었지만 미주알고주알 모든 일을 얘기하는 딸과는 달리 이 무뚝뚝한 아들과 다음에도 그에 관해 스스럼없이 이야기 나누고 싶은 욕심에 맘에도 없는 말이 퉁명스레 튀어나와 버렸다.
이정은 ● 고양여성민우회생협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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