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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9*10월호 [생협이야기]서른아홉의 새로운 도전기 자출족 되다 _황윤익
2007 9*10월호 [생협이야기]서른아홉의 새로운 도전기 자출족 되다
생 협 이 야 기
서른아홉의 새로운 도전기 - 자출족 되다
황윤익 ●
구의동에서 성산동으로 이사하다
구의동에서 약 7년여를 살다가 아이의 학교가 있는 성산동으로 이사를 한 것이 지난 4월. 일터가 잠실이라 손쉽게 출퇴근하던 시절을 뒤로 하고, 서울의 서쪽 끝자락에서 동쪽 끝자락을 매일 오가는 상황에 직면했다. 다른 걱정에 앞서 출퇴근 시간이 늘어난다는 것이 은근히 스트레스가 되었고. 막상 출퇴근을 하니 은근한 스트레스가 피부로 와 닿았다.
자전거로 출퇴근을? 성산동에서 잠실까지???
친한 회사 동료 중에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이가 있었다. 그는 이른바 자전거로 출퇴근을 한다는 ‘(초보)자출족’이었다. 그가 나에 하는 말은 대충 이랬다.
‘성산동’과 ‘잠실’은 한강변에 위치해 있다. 그러니 도심을 통하지 않고 강변을 따라 자전거를 탈 수 있으며, 이는 천혜(?)의 조건이다. ‘성산동’과 ‘잠실’의 거리는 출퇴근하기에 최적의 거리다.
상식적으로 ‘성산동’과 ‘잠실’을 자전거로 출퇴근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나의 질문에 그의 대답은 ‘그렇다’였다. 그 말이 어찌나 간단하고도 명료했는지 차라리 퉁명스럽기까지 했다.
일단 저질렀다.
그 말을 듣고 불과 며칠이 지나지 않아 바로 자전거를 사러 갔다. 그 동료 자출족의 추천을 받아, 다양한 모델과 저렴한 가격을 자랑한다는 면목동 소재 자전거 가게에 갔다. 그리고 바로 샀다. 자전거와 최소한으로 필요한 장비 몇 가지(헬멧, 장갑)를. 그리곤 중랑천을 따라 면목동에서 성산동까지 귀가하고, 다음 날 아침 성산동에서 잠실까지, 그리고 거꾸로 잠실에서 성산동까지 자전거를 탔다. (이틀 사이에 대략 80km를 넘게 탄 거다.)
나의 기분은 어땠을까? 지하철과 마을버스에선 도저히 느낄 수 없는 자연이 주는 상쾌함과 성취감에 도취되어 날아 갈 것 같은 기분을… 느낄거라 예상했지만. 사실은 그 날로 약 일주일간 자전거 근처도 가지 못했다. 몸살이 나고, 정상적으로 걷지도 못했고, 놀림도 받았다. 시간도 편도 1시간 반이나 걸렸다. 그리곤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는 건가 처량한 마음으로 스스로를 객관화해보기도 했다.
놀란 다리가 가라앉을 즈음
놀란 다리가 가라앉을 즈음 다시 자전거 타기를 시작했다. 처음보다 훨씬 조심스럽게. 시간이 조금씩 줄어들더니 자전거 타기를 시작한지 4달이 되어가는 요즘은 1시간 정도로 시간이 단축됐다. 운동으로 인한 피로를 야기하는 젖산 분해 능력도 점점 배가 되는지 휴일이면 조금 먼 거리를 가보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기까지 ‘좀 더 자전거 잘 타기’를 목표로 운동을 따로 하진 않았으나 약간의 장비의 도움도 있었다. 한강변에 길게 형성되어 있는 날파리들 때문에 시선과 호흡에 지장이 있어서 고글과 마스크를 샀다. 그리고 또 짧지 않은 거리로 인해 필연적으로 따르는 사타구니 통증을 방지하고자 사이클용 져지와 타이즈를 샀다.
처음에 자전거 탈 때는 옷에 고글에 헬멧에… 겉 멋만 들어서 다들 챙겨 입었구나 하는 마음이었는데, 불과 네달 사이에 나도 그들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입문 다섯 달을 앞두고
초등학교 1학년 우리 딸은 아빠가 자전거 타고 잠실로 출퇴근한다는 사실을 자랑으로 여긴다. 듣는 이들의 놀랍다는 반응에 신이 나서 더 자주 하는 눈치다. 그리고나선 내가 나선다. 일터와 이웃 사람들에게 자전거를 많이 권하고 있다. 그리고 실제로 나로 인해 자전거를 시작하는 사람이 주위에 생기고 있다.
난 그들에게 왜 자전거 타기를 권하는 걸까? 가장 큰 이유는 달리기나 걷기처럼 힘들거나 지루하지가 않다. 따로 운동 시간을 낼 필요없어서 좋다는 점도 좋다. 처음엔 부담스러웠지만 지하철 타고 출퇴근하는 날 보다 기분이 훨 낫다.
참고로 나는 각종 일정으로 인해 일주일에 세 번 정도 자전거로 출퇴근한다. 각종 일정이 없다 해도 아직 나에겐 매일 자출은 무리다.
22.9km vs 27km
서울시 전체 통행속도는 시간당 22.9km에 불과하며, 도심 지역의 경우 14.4km다. 종로는 약 15.9km 정도라고 한다. 저 통계가 몇 시부터 몇 시까지를 기준으로 했고, 어느 지역을 대상을 했는지도, 몇 년도 통계인지도 모르겠지만, 나의 자전거 속도는 대략 27km 정도니까 저 통계를 전적으로 신뢰한다면 내가 차보다 낫다.
자전거 타는게 대기오염을 줄일 수도 있고, 그래서 환경오염도 막거나 줄일 수 있는, 그리고 결국 교통체계를 바꾸는, 그럴싸한 담론을 최근 들어 많이 접한다. 그런 마음까지 갖추고 자전거 타면 나쁠 건 없겠지만 다섯 달을 타고 나서도 저 거대한 담론들은 내가 자전거를 타는 이유에 끼지 못한다. 내 경우엔 ‘건강’과 ‘재미’가 큰 이유인 것 같다.
출퇴근을 하며 강변북로와 올림픽대로를 지나는 차들을 보면 미련해 보이기도 하지만 좀 부럽기도 하다. 무슨 어린아이의 푸념처럼 들리겠지만, 차는 어디든 갈 수 있어서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다. 차도 옆에 자전거길이 잘돼 있음 다른 모습으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훨씬 행복하고, 건강하고, 재밌겠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 요즘이다.
황윤익 ● 여성민우회 생협 구의동 조합원 전이미경 님의 남편 되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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