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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9*10월호 [평동 사무실에서]직장인 건강검진 체험기_나디아
2007 9*10월호 [평동 사무실에서]직장인 건강검진 체험기
직장인 건강검진체험기
나디아 ●
아랫배가 묵직하다. 이건 똥배도 아니고 밥을 많이 먹어서 불룩해진 배도 아니다. 생리할 때도 아닌데…. 갑자기 머릿속에 빨간불이 켜진다. 혹시 자궁에 이상이?
나이 서른이 넘어가기 이전에는 2박 3일 밤을 새워 일을 하더라도 다음날이면 여느 날과 다름없이 나의 몸은 제 자리를 찾아왔었다. 그러나 불규칙적이고 무절제한 생활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체중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고, 어느새 가족들이 몰라볼 정도로 나의 몸은 내 것이 아닌 듯 변해버렸다. ‘넌 누구냐.’ 5년여 정도 만에 만났던 아버지의 놀라운 반응은 아직도 뇌리에 남아있다.
여러 가지 노력도 했었지만 작심삼일이었다. 아흐~ 나의 이 놀라운 의지박약함이란…. 그러다 어느새 ‘그래 작심삼일만이라도 자주 하자’라는 마음을 먹게 되었다.
몸에 좋다는 생식을 구입해서 저녁 대신 먹고 가급적이면 인간관계도 끊어버리고 술자리약속을 피하자고 굳게 결심했다. 그러기를 한 달. 웬일인가. 배고플까봐 여러 숟가락을 타 먹은 생식이 화근이었다(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허기진 배를 조금 달래기 위해 먹었던‘약간의’저녁식사는 나에게 5kg이라는 몸무게를 선사하였다.
이러저러해서 원래보다 30kg이상 무거워진 살들을 모시고 다닌 지 어언 8년이 되어간다. 그리고 아침이면 바닥을 제대로 딛을 수 없는 허약하지만 튼튼해 보이는 다리와 여기저기 몸이 쑤시는 증세들을 달고 산다.
나이 서른이 넘어가면서 조금씩 나의 몸과 건강에 대해서 자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의 생활습관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던 중이었다. 그러다 얼마 전부터 이상해진 나의 아랫배에서 생리통과 다른 묵직함을 느낄 수 있었는데, 혹시나 하는 생각에 겁부터 덜컥 났다. 나이의 문제인지, 환경이 그만큼 여성의 몸에 안 좋아져서인지는 알 수 없지만 몇 년 전부터 자궁근종이나 여성질환에 걸린 이들을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내 몸이 아프다는 것에 귀를 기울이기 보다는 치료비용을 어떻게 감당할 지에 대한 걱정이 먼저 떠올랐다. 해지하고 남아있는 보험의 수를 헤아려보니 종신보험과 모 카드회사에서 싸게 홍보한 건강보험이 있었다. 그런데 정작 그 보험으로 무엇이 적용되는 지에 대해서는 너무나 무지했다. 약관을 받아놓고 꼭 읽어봐야지 했던 것이 책상위에 먼지를 뽈뽈 날리며 빳빳하게 서 있었다. 이것저것 알아보고 여성질환에 적용되는 보험을 가입할까? 그리고 보험이 적용되는 6개월 뒤에 검사를 받는 거야, 그러면 설사 질환이 있더라도 마음은 놓이겠지. 하지만 이내 생각을 가다듬고 몸의 신호에 충실하기로 했다. 마침 직장 건강검진기간이라 내 몸이 자꾸만 전달하는 그 신호에 대해서 의사와 상담을 해봐야겠다고 결심했다.
자궁경부암이나 자궁근종이 있는지 알려면 초음파 검사를 하는 건가?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예전에 건강검진을 받았을 때는 할 건지 말 건지 물어봤었던 것 같은데…. 아니다. 미혼인 경우에는 아예 물어보지도 않았었던가? 천천히 검진센터를 둘러보는데 간단한 기구들만 즐비하다. 여기서는 그런 검진은 안 하나? 추가 검진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아휴, 난 왜 이렇게 모르
는 게 많은 게야. 역시 게을러서 그런거야, 쯧쯧. 속으로 여러 생각을 하고 있는 가운데 간호사가 들이미는 검진표를 받아들고는 소변검사와 피뽑기, X-ray, 시력.청력검사를 정신없이 해댔다. 마지막으로 키와 몸무게를 재고 나니 15분이 채 되지 않은 시간에 마칠 수 있었다. 그리고 의사와의 면담시간! 불안하게 생각되는 나의 몸신호가 별 게 아니라는 의사의 확답을 받고 싶었다. 그리고 뭔가 문제가 있다면 그 다음에 생각하고 대처하면 될 거라고. 의사는 나의 검진표를 잠시 본 후, 질문을 던졌다.
“최근 아파서 병원 가본 적이 있나요?” “아니요.”
그리고 또 질문이 있을까 잠시 뜸을 들이고 있는데, 간호사가 검진표를 주더니만 나가서 기다리란다. 정말 얼떨결에 진료실에서 떠밀려 나왔고, 그 다음 사람이 진료실로 들어갔다. 질문은 커녕 생각할 시간도 없는 찰나의 순간이었다.
옷을 갈아입으며 의사의 태도뿐만 아니라 건강검진 시스템에 대한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리고 다람쥐 쳇바퀴 돌리듯 진행되는 검진과정에서 이것저것 물어보지 않고 그냥 시키는 대로 다 한 나의 모습에도 약간 짜증이 났다. 어쨌든 끝난 건 끝난 거니까, 원래 이런 건 줄 몰랐어? 라고 되묻으며 기대할 걸 기대하라는 식으로 마음을 정리했다.
건강염려증일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의사와의 상담을 통해서 불안을 덜어보자는 생각은 너무 큰 기대였다. 같은 날 다른 시각에 검진을 받은 여진도 나와 같은 상황에서 같은 이유로 짜증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서로 공감대를 나누다가 결국 입소문으로 유명해진 친절하고 세심하게 상담을 한다는 의사를 찾아서 진료를 받기로 했다.
건강검진을 받긴 했는데도 불안감은 가시지 않고 여전히 찜찜하다. 건강한 직장생활을 위해 한다는 건강검진… 적어도 병을 키우지 않는 건강검진이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어차피 비용을 들여 시행하고 있는 것인데, 이왕 하는 거 신뢰감을 주도록 할 수 있지 않을까?
나디아 ● 우주의 기운이 느껴지는 북해의 은하수와
가슴 속까지 시원한 바다바람을 되새기며 살아가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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