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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9*10월호 [국제통신원]인도네시아 여성이야기_김소연
2007 9*10월호 [국제통신원]인도네시아 여성이야기
인도네시아 여성이야기
김소연
우리가 알고 있는 인도네시아
내가 처음 인도네시아로 파견 나가게 되었다고 했을 때 대다수의 사람들은“인도의 어디로 간다고?”라고 되묻곤 했다. 이처럼 인도네시아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그리 잘 알려진 곳이 아니지만, 생각 외로 우리와 많이 친숙한 나라이기도 하다. 우선, 드라마‘발리에서 생긴 일’로 급부상한 발리가 인도네시아의 유명 관광지이고, 가구 브랜드로 유명한‘보루네오’는 좋은 목재가 생산되는 인도네시아의 섬이다(현재 칼리만탄 섬으로 이름을 바꿨다). 또한 한국 커피 애호가들이 즐기는 수마트라 커피와 자바 커피가 생산되는 같은 이름의 섬 역시 인도네시아이며, 자바 섬은 우리가 사회시간에 많이 들었던 자바원인이 출토된 곳이기도 하다.
인도네시아는 인구 2억 3천 만 명 중에서 대략 90%가 이슬람을 종교로 가지고 있는 세계 최대의 이슬람 국가이다. 재미있는 것은, 종교의 자유는 보장되어 있지만, 모든 사람이 꼭 한 가지 종교는 가지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다. 때문에 종교가 뭐냐고 물었을 때 없다고 대답하면 사람들이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나와 친한 인도네시아 동료는 무교라 하지 말고 아무 종교나 둘러대라고 웃으면서 말해 주었다. 괜히 이상한 오해를 살 수 있다고 하면서 말이다.
인도네시아에 온 지 7개월이 훌쩍 넘었지만 자카르타 한국 국제학교에 파견교사로 근무하고 있는 관계로 주변에서 접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한국 사람이어서 나의 인도네시아의 경험은 한정되어 있음을 먼저 고백한다. 게다가 인도네시아는 세계 4위의 인구를 가지고 있으며 크고 작은 300여 종족이 국민을 구성하고 있고 게다가 많은 섬-무인도를 제외하고도 10,000개의 섬-들로 이루어진 나라이기 때문에 지역에 따라서 사용하는 언어와 생활상이 각기 다르다. 때문에 나의 경험을 인도네시아 전체에 대한 것으로 일반화할 수 없다는 것을 기억해 주었으면 한다.
인도네시아 여성들의 지위
보통 이슬람 문화권 여성들을 생각하면 머리와 몸을 칭칭 감고 다녀야만 하고, 남자에게 거의 종속 되다시피 한 낮은 지위를 생각하게 되는데, 여기 인도네시아는 세계 최대의 이슬람 국가이면서도 여성들이 상당히 자유로운 나라이다. 사람에 따라 머리를 가리고 다니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고, 꼭 머리를 가리고 다녀야 한다는 강제성도 없기 때문에 사회적으로도 아무런 불이익이 없다. 주말에는 남녀가 데이트하는 모습이 흔히 눈에 뜨이며, 가슴 노출이나 길이가 짧은 치마도 서슴없이 입고 다니는 여성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으니 우리가 고정관념처럼 가지고 있는 이슬람 여성에 대한 생각을 일소하기가 어렵지 않다.
내가 접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남녀차별을 크게 느끼지 않고 있는 듯 했다. 대학교수나 정계 고위직에 진출하는데 여자들이 차별을 받지 않느냐고 물어봤더니 왜 차별을 받아야 하냐고 되묻기도 했다. 본인의 능력이 되고 의지가 있으면 다른 사회적 제약은 없다고 당당히 이야기해서 부럽기까지 했다.
13년 전쯤에 이리로 건너 와서 이곳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구한 한국 여자 분은 여기 여성의 지위가 한국보다 높다고 하시면서 한국 사회가 여성들에게 제약을 가하는 게 이젠 너무 답답하게 느껴진다고 하셨다.
부부 맞벌이가 증가하는 추세고 인건비가 싸기 때문에 입주 가정부들이 일반화 되어있어 한국에서처럼 여성들이 사회 활동하면서 양육과 가사 일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한국에서처럼 특별한 아들 선호도 없을뿐더러, 이혼시에는 부인이 양육권에 대해 우선적인 권리가 있으며 남편이 양육비를 대주게 되어 있다고 했다.
그러나 내가 접하고 정보를 구한 인도네시아 여성들은 최소 중산층이상이다. 그들은 다들 대학 교육을 받았고, 아니면 받고 있으며, 집에 일하는 사람이 있으며, 운전사를 두고 있는 경우도 많다. 그러니 교육이나 경제 수준이 그보다 낮거나, 시골의 경우에는 이야기가 달라질 것이다. 내가 여행을 하면서 들렀던 시골의 경우만 해도 여성들은 그저 부엌에서 가사일이나 하면서 학교도 못 다니는 경우도 많았기 때문이다. 이슬람 종교에서 허용했던 일부다처제를 지금은 법으로 금해서 공무원이 되는 길을 막았다곤 하지만 사회 다른 분야에 진출하는 데는 지장이 없기 때문에 여전히 시골에서나 일부지역에서는 행해지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과연 이 나라 여성의 지위가 어떻다고 얘길 해야 할지 나는 정말 난감하다.
후일담
이 글을 쓰기 위해 여기 저기 인터뷰하러 다녔는데, 내가 여기 여성들의 지위가 별로 높지 않다고 가정하고 질문을 한다고 사람들이 느꼈던 것 같다. 남녀 차별이 별로 없다고 하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정치, 사회, 가정, 교육 등등의 분야에서 왜 차별이 없다고 느끼는지 설명해 달라고 하고, 여기저기서 들은 이야기들로 이런 건 차별이라고 생각하지 않느냐고 질문을 해대기도 했다. 아마 내가 인터뷰한 여성들이 혹시나 그 쪽 분야에 관심이 없어서 그런 건 아닐까 하고 캐묻다 보니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한국보다 나은 조건에 대해서는 부러워서 그랬던 것 같기도 하다.
어떤 인도네시아 친구는 자카르타에서 내가 접하는 사람들에게서는 내가 원하는 문제제기가 나오기는 힘들 것이라면서 기회가 되면 수마트라섬의 미낭카바우 지역에 가보라는 말을 해주었다. 인도네시아 전역에서 남성우월주의가 가장 강한 지역이라고 알고 있다고. 언제 한번 수마트라 지역에 여행할 기회가 있으면 비교하는 글을 써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김소연 ● 인도네시아 국제학교에 영어교사로 파견중인 민우회원.
여행을 좋아하는 그녀는 오늘도 인도네시아 각지를 누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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