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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9*10월호 [민우역사기행]희망선언, 여성의 노동할 권리를‘다시’외치다_여진
2007 9*10월호 [민우역사기행]
① 1997 민우회와 돌꽃, 지하철을 건들다
② 1988 직장내 폭력 추방운동
③ 성희롱 소송, 그 역사적 장정에 함께 하다
④ 희망선언, 여성의 노동할 권리를‘다시’외치다
희망선언,
여성의 노동할 권리를 ‘다시’외치다
여진 ●
# 1998년
아버지 힘주기 캠페인의 아우성에 가려
우리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그렇다고 우리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듯
우리의 이야기 역시 존재한다.
단지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다.
이제 우리의 이야기를 시작하려 한다.
-‘희망선언’비디오 영상물「그 많던 여학생은 어디로 갔는가?
신규여성실업에 관한 보고서」中에서
초고속 경제성장으로 ‘한강의 기적’을 만들었던 한국경제는 1990년 중반부터 급브레이크가 걸리기 시작하다가 결국 1997년 말, 그 위기는 대폭발하여 일명‘IMF시대’를 만들었다.
‘한번 직장은 영원한 직장’이라는 신화는 경영상의 이유로 언제든지 해고될 수 있다는 ‘구조조정’강풍에 산산조각이 났고, 경제성장률 1% 내외라는 초유의 저성장은 매해 봄과 가을에 연례행사처럼 이루어져왔던 ‘신규채용’을 사라지게 하였다.
구조조정 강풍은 ‘고개 숙인 남자’로 대변되어 ‘아빠 힘내세요~!’라는 CF송을 국민 가요화 시키며 ‘여성 해고 1순위’의 현실을 철저히 가리며 여성 1순위 해고가 당연시되는 사회분위기의 주요한 밑거름이 되었다. 이로 인해 실업자의 70%가 여성이었으나 여성실업 관련한 대책은 여성단체가 그 심각성을 제기하기 이전까지 결코 마련되지 않았다. 이런 현실 속에서 존재조차 인식되지 않았던 신규여성실업의 문제에 대한 논의는 두말할 나위가 없을 정도로 척박하였다. 존재하나 존재하지 않는 존재가 되었던 신규여성실업의 문제는 ’98년부터1) 대학 내 여학생들의 목소리가 나오면서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당시 민우회는 ’99년부터 여성실업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면서 신규여성실업자 조직을 만들게 되었다.2)
# 1999년 3월
“학교는 나에게 졸업장을 주었고, 사회는 나에게 실업을 주었다”
-신규여성실업자 조직‘희망선언’가입신청서 中에서
실업대란 속에서 단지 사회에 진출한 경험이 없다는 이유로, 여자라는 이유로 신규여성실업의 문제는 이중 삼중의 고통 속에 놓이게 된다. 취업을 앞둔 대부분의 여성들은 상대적 박탈감, 자신의 능력과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심한 정신적 공황에 빠져있는 상황이다. <중략>
은폐되는 신규여성실업의 문제를 이제는 우리가 우리의 손으로 문제제기하고 해결해 나갈 것이다. <이하 중략>
- ’99년 3월 희망선언 발대식 선언문 중에서
신규여성실업과 관련한 활동을 하는데, 왜‘조직’까지 구성해야 했는가라는 질문이 있을 수도 있다. 이에 대해 굳이 이유를 대자면, 신규여성실업자들은 대량실업의 시기 속에서 어떤 위치에 있고, 그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직접적으로 듣고 해결책을 만들어 가고자 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리고 실업자 양성소가 되어버린 학교를 졸업한 이후 ‘그 많던 여학생들은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사라지기 시작한 여학생들은 어디에 있는가?’라는 의문이, 그 여성들과 만나서 함께할 수 있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 아주 상식적이었던 말들
메달이 있는데 금메달, 은메달, 동메달 보통 그렇게 주잖아요. 금메달은 취업도 하고 남자친구도 있는 완벽한 사람, 은메달은 취업은 못했는데 남자친구는 있는 사람, 동메달은 취업은 했는데 남자친구가 없는 사람이고 목메달이 취업도 못하고 남자친구도 없는 정말 한심한 인간, 이런 식으로 이야기 하는데, 여자이기 때문에 은메달과 동메달의 위치가 바뀌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 99년 2월 대학졸업자, 이 ** 」
신규실업의 대안이 마치 여성들의 경우는 결혼이 될 수 있는 것처럼 몰아가면서 여성들도 취직은 안 되고 결혼이라는 것이 마지막 탈출구가 되는 것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다는 분위기들이 존재하는 것 같아요.「 여성노동권 확보를 위한 대학연대, 손**」
- 희망선언, 신규여성실업자 인터뷰 중에서
모든 인간에게는 당연하게 주어진 ‘노동할 권리’가 IMF로 인하여 신규실업자는 기회조차 박탈당했다는 명제가 ‘여성’이 들어가면 성립되지 않는다. 뿌리 깊은 성별분업이데올로기는, 여성에게 노동은 당연한 권리가 아니라‘없어도 되는 것’일 뿐이라고 주장하고, 노동해야 할 존재가 아닌 ‘여성’이 왜 이렇게 국가적으로 힘든 시기에, 젊은 여성들까지 나서서 ‘일자리 없음’을 이야기 하는 것인지, 더욱이 그것이 왜 사회구조적 문제인‘실업의 문제’인 것인지 인정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여성들에게는 최상의 가치인양 결혼을 독려하는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모 결혼정보 회사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여대생 회원의 수가 무려 30배
이상 증가하여 전체 여성회원의 1%정도였던 여대생의 비율이 ’99년 2월에는 16%이상을 차지하였다고 한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희망선언은 아주 상식적인 말들만을 이야기하게 된다. 여성에게도 당연히 노동할 권리가 있다고, 일하고 싶다고 말이다. 이런 상식적인 말들이 신규여성실업문제에서 중요했던 이유는 ‘여성=결혼=취업’이라는 강력한 이데올로기가 정당하지 않음을 드러내고, 여성 스스로가 노동의 주체임을 내면화할 수 있도록 하는 목소리였기 때문이었다.
# 일하고 싶은 여성이면 누구나 일할 수 있는 세상을 희망하며
“나는 일하고 싶다. 그러나 일자리가 없다”
“나는 일할 능력이 있다. 그러나 나의 능력을 보여줄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다”
당당한 경제활동의 주체로서 일하고 싶은 여성이면 누구나 일할 수 있는 세상을 희망하며
-신규여성실업자 조직 ‘희망선언’가입신청서 中에서
흩어져 있던 신규여성실업자들과 함께 하기 위해 ‘희망선언’이라는 신규여성실업자 조직을 만들어 발대식을 하고, 신규여성실업자들이 겪는 문제를 하나하나 드러내기 시작했다.
여대생 350명을 대상으로 한 취업실태 설문조사를 통해서 입직과정의 성차별의 문제(남성에게만 취업기회 부여, 용모제한, 취업연령제 등)를 드러내었고, 정부의 실업정책을 모니터한 결과 신규여성실업정책은 매우 미흡하다라는 뻔한 결론3) 속에서 정부지원 인턴사원제에 대한 대응활동을 기획하기도 하였다. 이 과정에서 2명의 인턴사원이 부당해고 사례를 희망선언에 제기하여 ‘인턴사원의 근로자성 여부’에 대한 공청회를 조직하기도 하고, 정부산하 기관의 공기업에 있는 50여명의 인턴사원들의 모임에 007작전4)으로 함께 하여 인턴사원제와 관련한 대책을 모색해 보기도 하였다.
가장 적극적인 대응활동 중에 하나는 ‘군복무가산제’에 대한 활동이었다. 군복무가산제 폐지를 위한 연석회의를 구성하여 장애인실업자연대, 학생단위, 여성단체 등과 함께 통신방에서 피해사례 접수를 위한 고발 창구를 개설하고, 9급.7급 공무원 시험장 앞에서 폐지요구 시위를 펼치기도 하고, 유인물을 만들어 대형서점의 책에 유인물을 끼워 넣는 깜짝 이벤트도 하였다. 이러한 활동의 결과는 아니겠지만(^^) 그 해 99년 12월말에 군복무가산제는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귀중한 판결을 얻어내었다.
# 희/ 망/ 선/ 언
1년간 실업자 조직이었던 희망선언은 그 다음해에 아스라이 역사 속으로 퇴장하였다. 우스개 농담으로 이름이 희망 ‘선언’이여서 선언만 하니 끝이 났다는 말을 하곤 했다. 개인적으로 가장 어려웠던 것은 실업자 조직의 전망이 개인의 전망과 동일시되는 부분이었다.
‘실업자’라는 존재의‘불확실성’은 언제나 모임의 안정성을 추구하기 어렵게 하는 요인이었다. ‘실업’은 벗어나야 하는 상태의 무엇이지, 그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상태는 아니기에 그 상태를 벗어나기 위한 노력과 시간이 항상 우선시 된다는 것, 그리고 한번 실업자면 영원한 실업자가 아니기에 실업자라는 정체성을 내면화하기 힘들다는 것, 끊임없이 불완전한 고용상태를 넘나는 여성에게 있어 실업의 상태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로 봐야 하는 가의 문제…. 그래서 과연 ‘실업자 권리 운동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풀어낼 수 없어 조직의 전망을 찾기 어려웠고, 때문에 실업자 조직은 지속되기 어려웠던 것이다.
<전국실업운동단체연석회의 실업대책 요구안>
..노동시간 단축으로 일자리를 창출하고, 고용안정 보장하라!
..실업자 노조 결성을 즉각 허용하라!
..신규 실업자를 포함한 모든 실업자에게 실업수당 지급하라!
..생계가 어려운 실업자 가정에 대해 각종 공과금을 탕감하라!
..실업자에게 공공 교통을 무료로 이용토록 하라!
..실업자와 가족의 진료 및 치료를 무상으로 지원하라!
..실업 가정의 학생들의 학비를 고등학교까지 무상으로 지원하라!
..실업자들을 위한 종합복지카드를 발급하라!
..취업연령 제한 철폐 법제화하라!
..인턴사원제 반대, 정규직 확대하라!
1) 대학 내 여성신규실업의 문제를 풀어내고, 여성이 배제되어 있는 노동 담론 속에서 여성노동권을 확보하기 위해 만들어진「살맛나는 세상」,「 여대생 먹고 살기 대책위원회」, 「간호실업대책모임 준비위」, 일에 대한 개념을 바꾸어 내고, 여성들이 자신의 일에 대한 평가와 가치를 스스로 만들고 자긍심을 갖는 일들을 만들어 가고자 하는「여성경제공동네트워크 프리워」등이 1998년 4월 부터 대학내에서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2) 99년 한국여성민우회 여성노동센터는 여성실업문제를 주요한 활동과제로 가져간다. 실업대상자에 따라 실업상태를 극복할 수 있고 임파워먼트 할 수 있도록 대상자별 집단상담프로그램 실시, 대졸신규실업자 조직 가칭 ‘일을 찾고 있는 여성들’, 고졸여성실업관련 토론회, 여성창업강좌, 실직자녀캠프 등의 활동을 계획하였다. 대졸신규여성실업문제와 관련한 활동은 가칭「일을 찾고 있는 여성들」을 조직하여 성차별적인 모집채용 기업에 대한 감시활동, 공공근로사업 등 고용창출프로그램 개발을 통해 대졸여성들의 취업보장과 고용창출을 위한 활동을 벌여나간다.
3) 신규여성실업대책과 관련한 정부 정책은 인턴사원제와 공공사업에 여성할당 40%외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99년 노동부 여성실업대책 [여성가장 - 취업훈련, 자영업지원, 기업의 채용장려금 / 신규미취업여성 - 인턴 공공사업 여성활동 40%권장 / 기혼여성(남편실직 장기화의 경우) - 직업훈련 / 기타 -고용상의 남녀차별 시정조치]
4) 정부지원인턴사원제는 해당 사업장에 6개월 동안 근무하게 되고, 그 임금을 정부에서 지원하는 제도이다. 그렇게 되다 보니 인턴사원들의 지위는 매우 열악하여 사업장에서 인턴사원들이 2-3명씩 모이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여 인턴사원끼리 모이기 위해서는 몰래 숨어서 만나야 하고, 이후 불이익 여부로 인해 개인의 신상을 드러내지 못하였다.
여진 ● 시간이 주는 ‘약’과 ‘독’의 경계에서 달콤, 쌉싸름한 치료제를 찾는 가을을 준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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