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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11*12월호 [모람풍경]“끝이 아닌 시작-완경” 내안의 나를 만나다
모람풍경
“끝이 아닌 시작-완경”
내안의 나를 만나다
권주희 ●
‘완경’에 대해서 생각할 때, 나는 먼저 나의 월경 역사를 떠올려 보게 되었다. 그러 던 중 발견한 사실 하나는 올해가 나의 월경 20주년이라는 것이다. 1988년 5월 8일에 초경을 했으니 바로 얼마 전이 딱 20년이 되는 날이었던 거다. 이런 안타깝다. 조금만 더 일찍 알았더라면 조촐하게나마 기념식이라도 하는 건데…. 초경을 했던 그날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지금이야 초경파티도 하고 그렇지만 그때 는 뭔가 창피하고 감춰야 하는 것으로 생각해 아무에게도 말 못하고 무척이나 당황스러웠던 것 같다. 초경 이후의 월경은 나에게 귀찮음, 긴장, 당혹스러움과 같은 부정적인 느낌부터 나눔, 즐거움, 당당함 과 같은 긍정적인 느낌까지 다양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 주기나 양을 통해 나의 몸 상태를 진단해 볼 수도 있으니 지금까지 월경은 나에게 뗄레야 뗄 수가 없는 것 같다.
완경은 보통 40대부터 시작되니깐 그냥 이러고만 있으면 안 될 것 같은 불안감이 생긴다. 이젠 월경 후반부에 접어든 것이다!! 완경이 찾아왔을 때 초경을 했던 날처럼 당황하지 않도록 완경 이후의 몸과 마음의 변화에 대한 준비를 해야겠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모여서 완경 파티도 꼭 해볼 것이다. 그런 나에게 “끝이 아닌 시작-완경” 강좌라는 좋은 기회가 다가온 것이다.
서울동북여성민우회 새내기“달맞이”에 합류하다
서울동북여성민우회에 온지 얼마 안 되어 난 달맞이팀과 함께하는 완경 사업을 진행하게 되었다. 지금의 달맞이팀은 작년 면 월경대 교육, 완경카페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모여‘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란 책을 읽으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완경이라는 주제가 부담스럽기도 하고 모든 것이 아직 낯설기만 한 나를 달맞이팀은 따뜻하게 맞아주었다. 그리고 책을 발제해 와 이야기를 나누고 그녀들의 지혜를 들으며 달맞이팀의 놀라운 능력을 확인한 후엔 그녀들과 함께하면 잘 할 수 있을 거란 자신감이 생겼다.
명동부터 부천까지 사전 인터뷰로 만들어진 완경 강좌, 비빔밥 파티~
올해는 완경을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강좌와 거리축제를 하기로 했다. 첫 강좌는 한겨레신문에 ‘박어진의 여성살이’칼럼을 쓰고 있는 박어진 선생님의 “중년을 디자인하라”로 중년여 성인 본인의 경험을 이야기해 주셨다. 사실 처음 기획할 때는 박어진 선생님은 강의 경험이 전혀 없 다고 해 걱정을 하기도 했지만 직접 만나보니 말씀을 너무 잘 하셨고 강좌 역시 성공적이었다. 두 번 째 강좌는 “기, 운명, 행복 만들기”로 설영상 선생님이 강의를 해주셨다.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셨다. 그 다음은 황은영 선생님의 “중년 아직은 낯설은-애니어그램”강좌가 두 번 에 걸쳐 이뤄졌는데 애니어그램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로는 아쉬워 후속모임까지 이어지는 폭발적인 반응을 받았다. 다섯 번째 강좌 역시 황은영 선생님 에고그램 강좌를 통해 내가 몰랐던 나에 대해 알 아보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여섯 번째와 일곱 번째는 로리주희 선생님이 줌마네에서 진행하고 있는 “내공훈련”을 하여 이 사회에서 여성으로 살기위한 내공을 키웠다. 마지막 시간은 윤정숙 선생님이 “지역에서 희망 나누기”로 마무리 해주셨다. 8회까지 진행된 모든 강좌 하나하나가 다 의미 있고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그 중 가장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낸 것은 점심시간에 비빔밥을 같이 준비해 먹은 것이다. 생협에서 재료를 준비해 달맞이팀에서 직접 밥도 짓고 나물도 만들어 큰 양푼에 비빔밥을 만 들어 다 같이 모여 먹었다. 양푼에 있는 밥이 너무 많아 처음엔 다들 다 먹을 수 있을지 걱정을 하기 도 했지만 마지막엔 즐겁고 깨끗하게 비울 수 있었다.
완경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강좌를 통해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10월 5일엔 서울동북여성민우회 앞 거리에서 작은 축제를 마련했다. 나의 창조성을 새로이 발견하기 위한 완경에 관련된 책, 완경기에 나타날 수 있는 증상들을 완화해 줄 수 있는 음식, 행복과 축복의 기원의 상징인 타투, 다양한 내 안의 모습들을 만나게 되는 여신타로, 땅에 떨어져 쓸모없어 보이는 열매들의 재발견 메타세콰이어 열매로 목걸이 만들기 등의 다양한 행사를 진행했다. 나는 여신 타로 코너를 맡았었는데 타로에게 묻는 질문은“완경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였다. 그때 사람들한테 나왔던 카드는 정말 놀랍게도 새로운 시작 0번의 타라 여신, 다른 사람들을 돕는다는 펜타클6개, 내적인 힘을 나타내는 11번의 오야여신 등이다. 그럼 나는? 행운과 번영의 여신인 10번의 락슈미 여신이 나왔다. 나한테 뭔가 대단한 행운이 찾아오는 걸까? 언제인지 모르겠지만 나의 완경기엔 카드에 나오는 커다란 새를 타고 즐거운 여행을 하게 될 수도 있다는 기대를 해본다.
권주희 ● 동북여성민우회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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