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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11*12월호 [모람풍경]M본부 상륙작전 - 대학생여성주의세미나에 상륙하다! _페달
M본부 상륙작전 - 대학생여성주의세미나에 상륙하다!
페달 ●
여성주의로 뭉친 언니들, 작은 풀꽃웃음을 피우다
지난 7월과 8월에 민우회 자원활동을 하였던 오디의 소개로 처음 M본부의 문턱을 넘던 그날의 작은 설레임이 새로운 만남의 풀씨를 날려주었다.
‘참 편하다 이 동네’로 시작된 그날의 느낌은 깊디깊은 5호선 지하철역을 나서며, 가파른 언덕에 하악대고, 과연 내가 가는 이 발길의 선택이 옳은 길인가를 한 두 번쯤 자문할 때, 비로소 나타나는 민우회 사무실, 바로 우리의 M본부로 쉬지 않고 나를 향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주었다.
여성주의로 세상을 향한 눈빛은?
첫 모임 이후 두 번째부터 우리의 본격적으로 시작된 여성주의 이바구(*이야기의 옛말)는 M본부 5층의 방바닥에 엉덩이를 찰싹 붙이고 앉아 한참이나 계속되었다.
‘왜 여성주의인가’로 시작된 물음에서‘객관성’이란 무엇을 뜻함인가, 그렇다면 과연 여성학은 객관적인 학문이며 시각일까라는 원론적인 물음까지, 우리의 깊은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페미니스트’가 되려면 어떤 규칙이 있나요?
세미나 모임의 유일한 남성회원인 민이의 물음에 우리는 쓰디쓴 웃음한 조각을 뱉어낼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마냥 웃을 수 없었던 것은 바로 세상이 정해놓은, 그리고 ‘페미니스트란 이래야 한다!’라며 우리 스스로도 그 규정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던 바로 그 모습들이 이 한마디에 outing 당하던 순간이었으니까. 여성성을 부각시킬수록 주어지는 특혜(가령, 불리한 순간에 연약함을 무기로 쓴다거나, 난 여자니까 남자인 니가 이거 해줘! 등) 속에서, 또 여성주의 시각을 지닌 여성으로 살아가면서 내 안에 상충하고 있던 불편함을 깨버릴 수 있는 물음이기도 했다.
‘페미니스트가 되려면 이러이러 해야 한다’라는 기존의 우리 안에 스며있었던 불편함과 부담감의 틀을 말끔히 허물어 버렸다.
너의 덧니와 찢어진 눈이 좋아
우리 사회에 만연한 외모지상주의가 세 번째 토론 주제였다. 여성과 남성, 자연과 문명, 몸과 정신으로 이분화 되어버린 사회에서, 왜 여성은 몸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가에 대해 우리는 또다시 입을 열었다. 세상이 정해놓은 44몸매에 맞춰갈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여성스스로 몸에 대한 권리를 되찾기 위해 우리는 자기 몸을 사랑하자는 10가지 약속을 소리 높여 읽기도 하고 서로를 릴레이 형식으로 칭찬하는 시간도 가졌다. 나는 니가 웃을 때 귀엽게 도드라지는 덧니가 참 좋아. 너의 찢어지고 치켜 올라간 눈매가 난 참 매력 있어. 따뜻한 눈빛으로 한 사람 한사람을 향해 사랑의 화살을 겨누며 우리 는 그 화살에 아파하기 보단 너무나 행복해서 마치 집단 상사병에 걸린 듯 모두의 얼굴이 발그스름해 졌다.
너의 자위는 안녕하니?
가장 친한 친구에게 조차 이야기 할 수 없는 많은 비밀(?!)들이 오갔다.
언제나 쉬쉬하고 모른 척 했던 우리의‘그’이야기는 2시간이 넘도록 쉴 새 없이 계속 되었다.
부끄럽고 감추어야 할 것이 아닌 자신있게 드러낼 수 있는 당당한 性, 아프거나 눈물이 아닌 웃음과 행복함이 넘쳐나는 즐거운 性, 그리고 당당히 즐기기 위해 필요한 안전한 性에 대한 이야기를 우리는 나누었다. 진솔의 펭귄모양과 애벌레 모양 마스터베이션 도구 사용 후기에 모두 숨 넘어 가듯 깔깔깔 웃고 서로 빌려달라고 아우성치기도 하고, 따뜻하고 기분 좋은 자위의 경험과 즐겁지 않았던 성관계 경험까지, 심도 깊고 진한[!] 性스러운 이야기는 우리 모두의 입가에 빙그레 웃음이 떠나지 않게 했으며 서로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감싸주는 이해와 소통의 시간이 되었다. (이 시간 이후 이 모임을 함께 했던 사람들끼리 급속도로 친해졌다.ㅋ)
행동하는 여성주의는 아름답다
지난 11월 20일, 차별금지법 저지를 위한 달빛시위에 우리 세미나 식구들이 광화문 사거리 그야말로 길 위의 여성들이 되어 만났다. M본부에 모여 앉아 의논하고 이야기 하며 쌓아온 내면의 지식을 몸으로 발산할 수 있음에 우리 모두는 코끝이 시린 줄도 모르고 피켓을 들고, 목청껏 ‘차별금지법 저지!’를 외쳐댔다. 차가운 겨울바람에도 우리는 서로의 눈빛과 미소를 난로 삼으며 함께 행동할 수 있음에 모두 마음만은 따듯했으리라. 대학생 여성학 세미나도 이제 거의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번외토론까지 마치고 나면 우리의 모임도 끝이 나게 된다. 하지만 나는 이 모임이 여기서 그치지 않기를 바란다. 아마 모두가 바라고 있을 것이다. 함께 모여 즐겁게 이야기하고 아픈 곳을 보듬어 주며 자신의 깊은 마음까지 내보이던 이 공간에서의 만남은 앞으로 더욱 발전할 것이다.
웃으면서 눈물지으면서 함께 했던 나의 벗님들 -
여진, 바람, 가을, 몬드, 꿀벌, 수, 진솔, 민, 오디, 달로
우리 이제 또 다른 도약을 꿈꿔보아요.
처음 만난 날 우리는 서로 작은 풀꽃 내음을 피워냈지요.
만남이 거듭될수록 우리의 향기는 더욱 짙어지고 그러면서도 연해졌어요.
각자의 향기가 그리고 우리의 향기가 아름답게 상생할 수 있는 만남이 되길.
페달 ● 대학생 여성학세미나 모임 회원
여성주의에 눈을 뜬 이후 하고 싶고 해야 할 일들로 넘쳐나는 이 세상에서
아직 갈길을 정하지 못한, 그러나 그래서 더욱 열정적인 페미니스트 수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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