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11*12월호 [민우ing]모자보건사업에 대한 여성주의적 비판_봉달
[민우ing]
여성건강포럼 후기
모자보건사업에 대한 여성주의적 비판
봉달 ●
임산부 건강관리, 임부체조교실, 임산부에게 철분제와 엽산제 제공, 신생아 도우미 파견…. 이런 사업들을 하는 곳은? 바로 지역보건소이다. 지역보건소에서 모자보건사업으로 임산부를 위해 제공하고 있는 사업이다.
이외에도 보건소는 각종 예방접종이나 건강검진 등을 아주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고 있으며, 지역 주민들의 편의를 위해 야간진료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왜 이런 정보는 낯설기만 할까? 단지 보건소에대한 나의 무관심과 선입견 탓일까?
보건소가 궁금한 이유
우리가 알건 모르건 사실 보건소는 정말 많은 일을 하고 있다. 금주, 절주, 운동사업 등 건강증진사업, 독거노인이 나 거동이 불편한 저소득층 사람들을 방문하여 진료하고 간호하는 방문사업, 만성정신 장애인에 대한 재활프로그 램을 제공하는 정신보건사업, 관절염이나 고혈압, 당뇨병 등의 만성질환관리사업에서 모자보건사업까지. 내가 조금 만 관심을 기울이거나 알게 된다면 공짜로 혹은 아주 싼 가격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그래서 보건소를 자주 이용하자고? 보건소가 궁금한 이유는 단지 그것만은 아니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여성건강 과 관련하여 거의 유일한 사회적 지원과 관심이 쏟아지고 있는 분야가 바로 보건소에서 하는‘모자보건사업’이기 때 문이다. 그런데 보건소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낯선 것처럼, 실제 그 지원과 관심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효 과는 어떤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모른다. 보건소와 복지부의 담당자들은 알고 계실지 모르지만.
모자보건사업이 뭐야?
지난 16일 민우회는 이러한 모자보건사업의 내용과 방향에 대해 여성주의적인 관점에서 검토해 보는 포럼을 진행 했다. 모자보건사업의 구체 내용, 담론과 방향의 문제점, 여성건강의 관점에서 보완되거나 변화해야 할 부분들에 대한 발제와 토론이 이어졌다.
첫 번째 발제1)는 모자보건사업이 뭔지, 어떻게 진행되어 왔는지에 관한 것이었다. 모자보건사업의 목표는? ‘생애주기별 모자보건서비스 제공을 통한 인구자질 향상’이다. 이를 위해 임산부와영유아 건강진단, 미숙아 및 선 천성 이상아 의료비 지원, 산모∙신생아도우미사업, 불임부부지원 등의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임산부를 위한 소변검사나 혈액검사 등 기본 검사는 물론 고위험 임산부에 대한 풍진검사, 기형아검사, 임신성당뇨검사, 초음파검사도 지원해 주고 있다고 한다. 이런 사업이 보여주듯이 모자보건사업은 임산부 및 영유아를 위한 ‘의료봉사’라는 협의의 영역으로 국한되어 있다. 그래서 모성 및 영유아의 건강증진이라는 시대적 요구에는 부합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특히 모자보건사업의 대상이 결혼제도 내의 임산부, 즉 정상적인 가정의 모성으로 한정되어 있다는 점은 중요한 지적이었다. 현재 모자보건사업에서 비혼모나 비혼여성의 가임기 건강문제 등은 완전히 배제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는 다양한 여성들의 의료접근성 및 형평성의 면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부분이다.
모자보건사업의 ‘모성’은 누구인가?
두 번째 발제2)는 모자보건사업이 어떤 방향과 담론 속에서 시작되고 지금까지 진행되어 왔는지에 관한 것이었다.
목표에서 드러나듯이 모자보건사업의 주요 관심사는‘여성 혹은 모성’이라기보다는‘인구’였다. ‘모성 건강’은‘인구 억제, 출산력 향상, 인구의 질적 상승’을 위해 시대에 따라 관리되거나 통제되는 대상이었다. 따라서 여성들이 원 하는 수준에서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는 부족할 수밖에 없었고, 가임기 여성의 임신과 출산 이전 시기나 이 후 시기의 건강문제는 공적 보건 서비스에서 배제되었던 것이다.
이처럼 배제되어 있는 여성건강 영역, 즉 가임기 여성(임산부가 아닌)의 건강문제를 모자보건 정책 속에 포괄하는 안이 제안되었다. 이를 위해 먼저 여성건강의 개념을 여성주의 관점에서 사회, 심리적 건강으로 개념화하고 기존의 의료틀 내에서 여성건강의 영역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그 바탕 위에서 모자보건사업이 원치 않는 임신 예방사업 의 활성화, 모성건강과 관련된 포괄적인 예방서비스, 임신 전, 임신기, 임신 후의 모든 건강 문제에 관한 관심, 소수자 여성에게 문화인지적인 모자보건서비스의 제공 등을 포괄하는 방향에 대한 고려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모자보건사업에 개입하기
그리고 열띤 토론3)이 이어졌다. 모자보건사업에서 여성의 몸은 국가의 인구조절 기제로 대상화되어 왔던 현실이 지적되었다. 여성은 자기 몸에 대한 결정권을 갖기보다 사회적 분위기와 강제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제도로 인해 모자보건사업에 객체로 편입되어 왔다. 또한 모자보건사업 내에는 인구정책, 어머니(모성) 담론, 여성주의적 담론 등 세 가지 담론이 공존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었다. ‘어머니 담론’과‘여성주의적 담론’사이의 긴장을 유지하는 가운데 모자보건사업에 대한 어떤 질문을 구성할 수 있을까? 고민해야 할 지점이다. 그리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모자보건사업에 대한 개입이 시급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비혼모 등 제도권 밖의 여성들과 낙태를 한 여성들에 대한 서비스, 제왕절개 분만율을 낮추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 등이 모자보건사업에 포괄되어야 하며, 여성의 재생산권을 둘러싼 문제들도 모자보건사업에서 다뤄져야 한다는 것 이다. 출산지원 정책으로 실시되고 있는 불임부부 지원 사업은 모자보건사업의 개입이 필요한 정책의 예로 언급되 기도 했다.
‘아무도 몰랐던’모자보건사업의 내용과 문제에 대한 이야기는, 무엇보다 모자보건사업의‘모’는 과연 누구인가 하는 질문을 남겼다. 여성건강 증진을 위해 모자보건사업을 확대할 것인지, 이와는 별도로 여성건강 증진을 위한 인프 라가 필요한지는 더욱 많은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모자보건사업의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공적 보건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없는 대상이 존재한다는 것은 여성주의적 개입이 당장 시급함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정부의 막대한 지원 속에서 수혜를 받는 대상은 ‘정상 가족 내의 가임 여성’이라는 현실에 대한 문제제기가 필요할 때이다. 보건소 혹은 모자보건사업에 대한 무지는 무관심과 선입견의 탓이 아니라 내가 그‘대상’이 되지 않았기 때문은 아닐까.
모자보건사업에 대한 비판과 논의는 이제 막 시작되었다. 앞으로 이에 관해 민우회가 어떤 활동을 벌여나갈지 모 두 지켜봐 주시라. 물론 거침없는 조언과 의견은 언제든지 환영이다.
1) ‘여성건강 관점에서의 모자보건사업의 현황과 발전방향’: 황나미(한국보건사회연구원 공공의료팀장)
2) ‘모자보건사업의 담론 및 방향에 대한 검토’: 조영미(서울시 여성가족재단)
3) 토론자로는 정진주(미래사회와 건강연구소)님과 배은경(서울대 여성학협동과정)님이 수고해 주셨다.
봉달 ● 인도로 간다. 가슴이 먹먹하다.
‘삶은 여행’이고‘강해지지 않으면 더 걸을 수 없다’는 그녀의 노래처럼
나도 강해지고 싶다. 이 작은 여행이‘나에게 없는 걸 아쉬워하기보다는
있는 것들을 안을 수 있는’내가 되는 시작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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