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2월호 [평동 사무실에서] 그녀들의 메디컬 히스토리
[평동사무실에서]
平온한 平동 사무실을 꿈꾸며....
그녀들의 메디컬 히스토리
*따우
전 사회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양극화는 건강 문제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저소득 저학력자들의 건강이 고소득 고학력자들보다 더 나쁘다는 연구결과나 보도를 굳이 인용할 것도 없다. 대부분의 상근자들이 갑근세도 안 내는 민우회의 건강사정만 한 번 훑어봐도 눈물이 앞을 가린다.
A는 얼마 전 눈 많이 내리던 날 엎어져서 출근을 못 했다. 퇴행성 관절염도 모자라, 어르신들이 하실 법한 일은 골라 하는 것 같다. 술 많이 먹는다고 구박 않을 테니 건강하게만 늙어다오!
B는 자궁경부염(독해에 주의할 것. ‘암’아님)에 걸려 한동안 병원을 들락거렸다. 그러던 어느 날 원장샘의 불친절한 치료에 놀라병원출입을 관뒀다나. B야, 병원 옮겨서라도 마저 치료 받으렴.
C는 집에서 아가들이 잠든 후 밤새 일하느라 눈이 퀭해지는 일이 잦아졌다. 내가 일은 대충대충 하는 거라 그랬지!
D는 역시나 밤새우는 일이 잦아졌는데, 술 마시느라 그렇다는 후문이다. D, 이제 나이를 생각하셔야지.
E는 창가좌석 때문인지 손목이 시큰하단다. 그러나 아픈 척 잘 않고 일만 하는 탓에 사람들은 E가 아픈지 어쩐지도 잘 모른다.
F는 최근 큰 병을 앓았다. 본인의 주장으로는 계속 떡볶이만 먹어서 생긴 병이라는데, 나은 후에도 떡볶이만 먹는 걸 보니 병인은 다른 데 있지 싶다.
G는 역시 냉 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차일 피일 미루고 있다. B랑 손잡고 병원 좀 가시지!
H도 오십견에, 정체불명의 출혈에, 질염에, 안검염까지 자질구레한 병을 한데 앓고 있다. 착실히 병원에 다니지만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아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울 생각을 하고있다. 그간 담배연기 때문에 잡균이 몸에서 안 자랐던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어서라나.
I는 모든 일을 너무 열심히 하는 바람에 두세 달에 한 번씩 꼭 앓아눕는다. 당신도 일 좀 대충대충 하랬지!
J는 프로젝트 결산이 끝났는데도 얼굴이 아직 누렇게 떴다. 총회 끝났으니 좀 괜찮으려나. 고향 집에 자주 좀 보내줘야겠다(니가 보내냐!).
K는 연말에 도를 닦고 왔음에도 불구하고 득도한 것 같지 않은 표정이다.
L은 술은 좀 줄인 것 같은데 살은 좀체 줄일 것 같지 않아서 걱정이다.
M은 늦은 나이에 치아교정을 시작해서 밥도 제대로 못 먹고 다닌다고 한다. M의 매력은 그 덧니였다규~! 소심하게 외쳐 보지만 이미 늦었다.
N은 결산이 끝났는데 왜 아직 다크 서클은 그대로인지 모르겠다. (이참에 N과 한 사무실에서 일하는 O랑 P에게, 그녀들의 병력은 몰라 못 적은 데 대한 심심한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 벽 하나 사이에 두고 있을 뿐인데 아는 게 별로없어 미안타. 그냥 건강하려니 생각할게요. 좋지?)
Q는 뱃속 아가는 다행스럽게도 건강히 자라주고 있는 것 같다. 조만간 휴직 들어가면 꽤 오래 못 볼 텐데, 부디 순산하길. 이 와중에 몇 안 되는 건강한 상근자 R은 일하기 싫어서 자기도 아프고 싶다고 울부짖는다. 야야, 없는 사람들은 몸이 재산 이랑게.
S는 연초에 사이버 테러라는 끔찍한 일을 겪은 후 조금 늙어버린 것 같다. 사이버 테러리스들이야 S에게 못생겼다고 악담을 퍼부었지만, 그래도 내 눈에 S는 여전히 예쁘다.
며칠 지나면 신입상근자 세 명이 출근한다. 이 글은 아마도 그들이 상근자로서 처음 읽는 <평동 사무실에서>가 될 것이다. 기운이 넘쳐 뵈는 그들이 이 글을 읽고 지레 겁을 먹지나 않을지 조금은 걱정스럽다.
그러나 동병상련이라 하지 않았던가. 이 와중에 자질구레하게 아프면 서로 더 잘 이해하게 된다. 사랑하게 된다. 새 상근활동가 여러분, 우리 병약한 몸으로 서로 위해 가면서 열심히 살아봅시다그려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