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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1*2월호 [민우ing]]다시 ‘차별’이라는 키워드로
[민 우 i n g]
다시 ‘차별’이라는 키워드로1)
은날 ●
‘차별금지법’을 넘어서
차.별.금.지.법. 이 법안명에서 무엇이 연상될까? 차별이 뭐지? 어떻게 금지할 것이지? 그리고 법으로 차별이 금지될 수 있을까?
물론 어떤 법 하나 뚝딱 만든다고 해서 우리 사회에, 우리 안에, 내 안에 잠재되어 있는 차별(의식)이 금지되거나 철폐되기는 어렵다. 이는 그동안 많은 법의 제정, 개정 운동의 역사가 우리에게 주는 하나의 교훈이다. 즉 어떤 법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법을 어떻게 만드는지 역시 매우 중요하고 따라서 그 과정에서 사회적인 여론과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지금의 차별금지법(안)이 하루아침에 뚝딱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차별금지법(안)은 국가인권위원회가 3여 년 동안의 의견수렴과정을 통해 2006년 7월 권고안을 제출하고, 2007년 9월 법무부 입법공청회를 거치면서 그 구체적인 내용이 드러났다. 의견수렴과정에서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기는 했지만, 법무부의 입법공청회 때까지만 해도 차별금지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그리 높지 않았다.
그러다가 지난 해 10월 법무부가 기존의 ‘차별금지법’(안)에서 금지한 차별사유 중 별다른 이유 없이 7개 항목(병력, 출신국가, 언어, 가족형태 및 가족상황, 범죄 및 보호처분의 전력, 성적 지향, 학력)을 삭제하여 법제처에 제출하면서 차별금지법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일고 있다.2) 이렇게 애초의 차별금지법의 목적 및 역할이 그야말로 ‘훼손’되면서 차별금지법, 그리고 ‘차별’에 대한 사회적 논의들이 새롭게 제기되고 있다. 7개 항목은 어떤 기준에서, 누구의 의견으로 삭제되었는가? 7개 항목에 해당하는 차별은 차별이 아닐까? 그렇다면 올바른 차별금지법은 어떻게 구성되어야 하는가? 나아가 우리 사회의 많은 차별을 어떻게 드러내고 문제삼을 것인가? 이러한 차별을 구성하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는 무엇인가? 이제 차별금지법(안)에 대한 논의는 법 자체에 대한 논의를 넘어서 우리 사회의 차별에 대한 논의, 이에 대한 대응활동에의 논의로 확장되고 있다.
‘차별’을 넘어서
이처럼 ‘훼손된 차별금지법’에 대응하기 위하여 [차별금지법 대응및 성소수자 혐오∙차별 저지를 위한 긴급 공동행동], [차별금지법의 올바른 제정을 위한 반차별 공동행동(준)] 등이 결성되었다. 이들 연대단위들은 현재 차별금지법(안)에 대한 대응활동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차별금지법의 입법활동을 넘어선 활동이 필요하다는 점에 동의하고 있다. 즉 차별금지법 마련을 위한 활동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입법 과정에서 우리 사회 전반적으로 ‘차별’에 대한 문제제기, 차별 감수성을 키우기 위한 일명 ‘반차별 운동’이라는 큰 틀의 운동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고, 이를 위한 논의를 전개하고 있다.
민우회는 그간 차별금지법이 우리 사회의 차별 문제를 드러내고 그 구조를 바꾸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차별금지법(안) 마련 과정에 개입해왔다. 이는 차별금지법이 우리 사회의 모든 차별을 해결할 수 있어서가 아니라 차별금지법을 계기로 우리 사회의 여러 다종다양한 차별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든 안되든, 바로 지금 ‘반차별 운동’으로 우리 사회의 ‘차별’에 대한 이야기가 말해져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민우회는 2008년 ‘반차별’을 키워드로 우리 일상에서의 차별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사실 ‘차별’, ‘반차별’을 이야기하는 것이 그간 민우회가 해온 활동과 동떨어진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다. 민우회를 비롯한 여성주의와 여성운동은 그간 우리 사회의 차별을 문제 삼아 왔고 또 그 누구도 차별이라고 생각하지 않은 일을 차별로 명명하면서 우리 사회의, 우리 내부의 차별을 드러내는 활동을 지속해왔다. 이러한 과정은 또한 개별 차별뿐만 아니라 그러한 차별이 만들어지는 우리 사회의 구조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이기도 하다. 이러한 여성운동의 역사는 성차별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 안에 얽혀있는 온갖 차별들을 좀더 민감하게 읽어내는 감수성을 키워주는 것이다.
지금까지 여성운동이 가진 차별철폐운동의 경험과 성과를 기반으로 이제 다시 ‘차별’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내 안의 차별, 우리 안의 차별을 이야기해야 한다. 어찌 생각해보면 우리 모두 온갖 차별의 당사자일 수밖에 없다. 나이 때문에, 성별 때문에, 성적지향 때문에, 학력 때문에, 혼인 여부 및 임신∙출산 때문에 어디선가 한 번쯤 차별을 경험했고, 또 나도 모르게 그 누군가를 차별했을 수도 있다. 나도 너도 우리 모두 차별을 경험하고 이것도 차별, 저것도 차별이니 어쩌란 말이냐고? 이 질문은 그래서 어쩔 수 없는 문제로 정리되는 것이 아니라 그래서 왜 그런 차별이 발생하는지, 그런 차별이 없는 우리들의 공동체를 어떻게 만들어갈 수 있는가의 질문으로 다시 만들어져야 한다.
은날 ● 노동∙지역팀장. 한기가 드는 창가자리에 앉아 조용히 수많은 일을 처리하는 사람이죠.
이 사람을 이번 호 ‘평동사무실에서’에서 찾아보세요. ^.^
1) 이 글은 지난 2007년 12월 광주여성민우회 소식지 [민우]에 실렸던 ‘다시 차별이라는 키워드로’란 글을 수정∙보완한 것이다.
2) 현재 국회 법사위에 제출된 차별금지법(안)의 문제점, 그 과정에서의 논점들에 대해서는, 한국여성민우회 홈페이지(www.womenlink.or.kr), 차별금지법 대응 및 성소수자 혐오∙차별 저지를 위한 긴급 공동행동 홈페이지(www.lgbtact. org), 차별금지법의 올바른 제정을 위한 반차별 공동행동(준)(http://cafe.naver.com/banchabyul)을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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