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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3*4월호 [생협이야기]이제, 논에서 사는 생물과 이야기하자 !_박민경
생협 이야기
이제, 논에서 사는 생물과
이야기하자 !
박민경 ●
올해 여성민우회 생협의 화제는 단연 ‘논생물 다양성’이다. 내가 논에서 사는 생물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던가? 음……, 생물은 아니고, 해충들은 생각해봤던 것 같다.^^;
그런데, 어느날 불쑥 논생물이 내게 왔다.
2006년 ‘한일 논생물 조사 교류회’에서 홍성 유기논과 관행논에서 논생물 조사를 하여 유기논과 생물다양성의 관계를 확인했다. 그리고, 여성민우회 생협에서 조합원 활동들을 기획하고 진행하던 나는 조합원들과 논생물을 직접 보러 홍성으로 갔다.
논두렁에서 플라스틱 용기로 가만가만 떠내 흰 쟁반에 모으니, 모양도 크기도 제각각인 녀석들이 꽤 된다. 전엔 징그러워 눈살 찌푸리던 실지렁이도 꼬물꼬물하니 기특하고, 어릴 적 탁하게 고인 물에 무수히 떠있던 소금쟁이도 오랜만에 만나니 반가웠다. 이름을 알고 싶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던 다양한 곤충들과 물풀이 담긴 쟁반을 한참 요리조리 뒤져보며, 지도해주시는 선생님이 귀찮아할 만큼, 이건 뭐예요? 이건요? 하고 재차 묻는다. ‘참나~ 내가 왜 이러지?’
작년에는 고양남서여성민우회 생협에서도 한두번 조합원과 논생물 조사 체험 활동을 했다. 그야말로 체험 프로그램이었지만, 조합원과 아이들은 논생물을 직접보는 경험을 통해서 우리 논의 건강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논생물 조사는 단지 조합원과의 체험 프로그램이 아니다. 올해부터, 여성민우회 생협에서는 ‘논다’팀이 본격적으로 논생물 조사를 한다. ‘논다’는 ‘논의 다양한 생물을 생각하는 모임’의 약칭이다. 논다팀은 4월에 논습지와 논에 사는 다양한 생물에 대해 공부하고, 5월부터는 홍성 풀무생협 논에서 정기적으로 논생물 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이 논생물조사의 목적은 무엇보다, 유기 재배 논과 생물 다양성의 관계를 입증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를 확보해서 유기논의 가치를 알리고 보존 확대하자는 것이다.
논은 5천년 전부터 인간이 식량을 생산하기 위해 물을 가두어 만든 습지이다. 논에서는 벼와 다양한 생물이 공생 관계를 이루고, 우리 조상들은 이를 슬기롭게 이용하며, 벼와 생물을 함께 살리는 농사를 지었다. 그러나 근대 산업 발달과 함께 눈앞의 이익에 급급한 인간은 벼만 대량 생산하기를 원했고 온갖 화학약품으로 이 공생관계를 끊어버렸다.
갯벌, 논과 습지는 살아 있어야 한다. 미생물과 실지렁이는 유기물을 분해하고 흙을 갈아 진흙층을 만든다. 논에서는 이 진흙층이 잡초 씨앗의 발아를 억제한다. 1차 제초 역할을 하는 것이다. 또한 실지렁이나 유스리카 같은 먹이동물이 풍부하면 이들을 먹는 해충이나 곤충이 늘어나고, 거미나 개구리도 해충과 곤충을 먹고 개체수가 늘어난다. 이렇게 다양한 생물이 살아있는 논에는 백로 같은 새가 날아온다. 또한 벼는 이렇게 살아있는 환경 속에서 더 건강하게 자랄 수 있고, 이렇게 생산된 쌀을 먹는 인간도 역시 건강할 수 있으니, 이만한 공생이 있을 수 있을까?
농촌에서는 지금 ‘논의 생물다양성’을 살려서 농사를 짓고자 하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 여성민우회 생협의 주곡 생산지인 홍성 풀무생협이 그 중심에 있다. 제초제나 화학비료 대신 오리와 우렁이를 이용한 농법으로 건강한 쌀을 생산하던 분들이, 환경에 한걸음 더 다가가 생명의 순환을 생각하는 농사를 짓겠다고 하신다. 새로운 시도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럴 때, 우리 여성민우회 생협에서도 손발을 맞춰야 하지 않을까?
‘논에서 사는 다양한 생물’을 조사하고, 그 가치를 알려내는 일이 여성민우회 생협 조합원의 몫이다. 힘들여 생산한 쌀을 모두 소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 농민들은 도시 사람들이 논에 관심을 가져주는 것만도 고맙다고도 하신다.
자연과 인간의 공생, 농촌과 도시의 이어짐, 논에 사는 생물과 이야기하다 보면 찾아지지 않을까?
박민경 ●올해부터 남서여성민우회 생협에서
여성민우회 생협본부로 옮겨 일하고 있습니다.
‘논의 다양한 생물을 생각하는 모임’인 ‘논다’팀을 맡고 있습니다.
forarmian@empal. 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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