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der board list icon](/assets/common/header-board-list-icon-871ea5b4968af0aff7ac9000984dc947.png)
2008 3*4월호 [모람풍경]3.8 세계 여성의 날을 축하해_잔차
모람풍경
3.8 세계 여성의 날을 축하해
나 요즘 사랑에 빠진 것 같아~ 축하해줘^^
잔차 ●
주말에 무얼 해야 하나, 맨날 싸돌아다니다가 좀 놀망놀망해 볼꺼나, 아님 친구들이랑 여행을 갈꺼나, 단번에 나를 사로잡은 싸인 하나. 바로 민우회와 함게 하는 <세계여성의 날 100년, 3·8 여성축줴~> 아이 부끄러워~ㅋㅋ
주말에 1시 30분 약속이면 너무 이르잖아. 그래도 일어나 보니, 부랴사랴 준비하면 얼추 맞춰 갈 수도 있겠구나 싶다. 엄마가 밥을 차려주겠다고 하지만 않았다면. 헐~
그렇잖아도 내가 엄마의 노동을 무임금으로 착취해 먹고 산다는 자괴감에 고민하는 중인데, ‘주말이라도 내가 밥을 챙겨디려야지’하며 떡국을 요란뻑적지근하게 끓여서 좀 기분 좋게 먹고 설거지까지 마치고서야 나오는 마음이 한결 편하다.
엄마랑 머리 맞대고 빨강 컴셉을 어찌 배치할까 궁리하고 목이며 머리에 두르고 나왔다. 이미 한 시간 지나설랑은 잔차타고 띠루리랄라 출발. 사실 여성의 날 행사의 처음 가는 나로서는 여성운동상을 받으실 할머니들 만날 기대에 설레었는디 어쩌랴, 느즈막이 집을 나서는 나는 이 버릇을 그다지 고치고 싶지도 않거늘.
곰이 된 마냥 나른해지기는 아직, 알싸한 봄날의 정동거리를 헤매다 이화여고에 들어서니 잔차는 ‘보라(올해 전체 드레스코드)’색 물결을 타고 오는 ‘붉은(민우 드레스코드)’색 파도를 맞는다. 퍼레이드 하러 나서는 이들의 꽁무니를 따라 시청으로 내려가다가 빨강 ‘민우들’이 있는 즈음, 잔차에서 내려 함께 구호를 외치며 걷는다. 낯선 이들 한켠에서 ‘그닥’ 쑥스럽지 않은 마음으로 걷다 서다 하는데, 전혀 모르는 사람들과 알 듯한 사람들과 하나 둘 인사도 하고 이야기도 한다. ‘아이참, 머이리 반가운 사람들이 다 있노~’하는 잔차라뉘!^^~*
청계천을 휘- 돌아 나오며 이 친구 저 친구랑 이야기 하는 가운데 내 살던 이야기, 그들이 사는 이야기, 가까운 데서 들리는 사람들의 수다들.
“울 엄마가 오늘 아침에 그랬어. ‘여성의 날 축하해!’라고.”
“좋겠다. 부러워.”
“여성의 날 퍼레이드가 예전보다 많이 다채로운 것 같아.”
“겉모양만 그렇지 뭐.”
비정규직이고, 운하고, 군가산제고, 차별금지법이고, 외칠 것 많은 여성으로서의 목소리들 사이에서 잔잔하니 요렇게 저렇게 오고가는 것들이 있다.
시청 앞 마당에서는 가수들이 오고 큰 사회자들도 오고 퍼포먼스도 한단다. 그 한켠으로 온 종일 시민들과 만나며 자리를 지키고 있는 여러 여성단체들의 목소리가 있었다. 각 단체들이 하는 활동을 소개하고 소식지와 자료들을 나누어 주고 생태 관련한 간단한 체험도 하고 자신들이 발행한 책들도 전시하고 더러는 팔기도 하고 했다.
꼼꼼히 들여다보며 서명도 하고 선물도 챙기고 소식지도 챙기고 이랜드에 엽서 보내기 액션도 하고. 해가 떨어지니 슬슬 싸늘해지는 기운에 옷들을 챙겨입고 행사의 마무리를 했다. 오옷, 정말 간단하게 끝나는 구나. 그래도 민우들끼리 밥도 먹고 뒤풀이도 한다니 다행이구랴!
된장으로 밥을 썩썩 비벼 먹으며 왜 이렇게 맘이 편한 거지? 흠. 알 수 없군. 뒤풀이에서는 알 수 있으려나? 맥주집에 가서 공공칠빵이랑 이중몸짓 게임을 하며 우리는 이랬다. “민우회 게임 못하는구나!” 한 순번을 돌지를 못하는걸.ㅋ. 그러다 게임 싫다는 소리에 그럼 진실(게임)놀이 하자. 굉장히 오랜만에 원초적이고 단순한 질문들. 그러다가는 어느새 서로의 성적 환타지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하고 경험들을 스스럼없이 열고 닫는다. 옆에서도 기웃거리던걸~
근데 말야, 낯모르는 이들과 더 친해져야 한다는 부담감 보다는 말이지, 이런게 있더라. 지금 당장 친해지려고 애쓰지 않아도 띄엄띄엄 만나지겠구나, 우리의 마음들을 서로를 향해 열어 놓았구나, 스치듯 지나치더라도 서로의 향내 아련하게 기억할 정도로 그대들이 내 거리 안에 들어 왔구나, 한다.
잔차 ●해바라기하는 잔차.
교육공동체 두리하나에 살고,
한여름 혹은 한겨울에 티벳의
밤별을 볼테고, 매일같이 사랑에
빠지는, 이 몹쓸 그립은 사람…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