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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3*4월호 [모람풍경]인도에는 인도가 없다_황금소영
모람풍경
인도에는 인도가 없다
황금소영 ●
인도여행에 대한 글을 써 달라는 부탁을 받고 마음속으로는 거절의 말이 오갔으나 여러 가지가 한꺼번에 고려되어 그러마 대답했다. 그러나 인도에 대해서는 표현하기 쉽지 않은, 느낌만 가득할 뿐이다.
나의 인도여행은 요가수련이라는 뚜렷한 목표가 있는, 듣기 좋게 말하면 테마여행이었다. 처음부터 불교대학원 요가치료 전공생들이 요가의 본토에서 요가수련을 해보자는 뜻에서 우리가 경험하고 싶은 프로그램을 인도의 아쉬람이나 치유센터에서 찾아내 우리들만을 위한 여행을 마련하였다. 오르빌(Auroville), 벵갈로르(Bengalore), 아루나찰라(Arunachala) 세 도시에서의 요가수련 프로그램, 그리고 아주 약간의 관광이 우리의 여행이었다.
오르빌은 스리 오르빈도와 관련있는 공동체 마을로 수행 관련 여러 센터들에서 고유의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다. 마을 중앙에는 ‘마티르만디르’라는 아직 완공되지 않은 연꽃봉오리 모양의 명상센터가 자리하고 있었다. ‘Quiet Healing Center’ 그 경관만으로도 깊은 치유가 일어날 것 같은 아늑하고 고요한 곳이었다. 그 중 ’Liquid Flow’가 가장 기대되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자궁체험’이라고도 한다. 따뜻한 물속에서 최대한 이완한 채 치유사가 이끄는대로 움직이는 것이 전부이지만 여러 가지 감정, 아주 핵심적 감정까지를 경험할 수 있다. 또 하나는 ‘아유르베다(인도 전통의학) 마사지’가 참 인상적이었는데 시작 전 치유사가 아주 경건하게 기도를 드리고 손길이 매우 부드러웠으며 아유르베다의 전통 오일을 사용하는 것이 특별했다. 마사지 후에는 세어놓고 치유사가 무릎까지 꿇으며 세심함과 부드러움으로 오일을 닦아주는데 그 과정이 기도와 같은 경건함과 인간에의 존중으로 다가왔다. 또 한가지는 ‘Ashtanga Yoga Class’였는데 창시자의 제자에게서 5일간 수업을 받은 것이 매우 뜻깊은 경험이었다. 선생님집 옥상에 천막으로 하늘을 가린 야외에서 아쉬탕가를 한 시간 반 동안 하는 것은 뜨거운 날씨 때문에 그 자체만으로도 수행이었다. 우리들 대부분은 아쉬탕가를 하러 가는 숲 속 오솔길을 가장 추억한다. 30여분을 걸어서 가는 그 길에서 우리는 빵냄새에 이끌려 빵도 사고 물을 받았으며 그 이후의 숲 사잇길은 요즈음 어디에서도 만날 수 없는 고즈넉함을 가져다주었기 때문이다. 인도 전통 옷도, 화장지, 선물도 사며 그 길에서 내가 정말 인도에 있음을 실감하곤 했다.
그 다음엔 ‘비베카난다’라는 요가치료의 메카에 5일간 머물렀다. 요가를 질병에 어떻게 처방하고 치료하는지 참관하며 증상별로 돌아가며 경험하였다. 그 밖에도 요가 호흡을 새로이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고 정화를 느끼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아루나찰라에서는 스리 라마나 마하리쉬 사원과 그의 마지막 수행지를 참배했고 새벽 다섯 시부터 아루나찰라산 주위 14km를 걷는 산돌기 명상으로 여행을 마무리 하였다.
여행을 통해서 내가 만난 인도는 몇 마디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좋다 나쁘다로 평가할 수는 더더욱 없다. 우연히 만난 장례행렬은 춤추고 연주하고 즐겁게 웃었고 숙소인 아쉬람에서 저녁 7시 경 시작한 결혼식은 그 다음날 오후까지 계속되었다. 아기들은 다 미숙아처럼 기력이 없어 보였고 사람을 포함한 동물들은 해부학 그림처럼 골격이 드러난 경우가 많았다. 너무 다른 모습이어서 혼돈스럽기도 햇지만 인도는 표현하기 어려운 영적 기운과 경외심의 나라였다.
물에서는 비릿한 냄새가 났고 침구를 물에 적신 듯 습기차고 방 안에 도마뱀과 온갖 곤충이 함께 있었으며 외양간이 바로 옆에 있어 냄새와 모기가 기승인, 그리고 차와 소와 사람이 경계가 없는 길을 함께 다니는 나라. 그래서 그 나라의 보호장치는 장착된 경적 외에 작은 호른 같이 생긴 경적기와 또 하나의 작은 경적기까지 세 개의 경적기를 거의 3초에 한 번씩 누르는 것이어서 온종일 귀가 찢어질 듯한 자동차 소리에 뒤덮여 있었다.
일행들이 떠나갈 정도로-습관대로 표현하면- ‘더러운’ 숙소가 내겐 큰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졌으며 그러는 나를 바라보는 나도 있었다. 일행 모두가 지치고 병이 났지만 가기 직전까지 망설여야 했을 만큼 아팠던 나는 몸도 맑아졌다. 멀리 왔으니 다 참여해야지 하고 조급해 했을 내가 모두 프로그램에 간 뒤 숙소에 남아 아무것도 하지 않고도 마음은 꽤 고요했다. 처음에는 아파서 다른 사람 신경 쓰게 하는 것이 두려워 삼가는 뜻에서였는데 점점 나를 관찰하는 여유로움이 되었다. 그건 달리 할 게 없이 혼자 남아서였기도 했지만 분명 인도라는 나라였기 때문에 가능했을 거라 믿는다.
황금소영 ●민우회 성폭력
상담소에서 상담활동 하고 있고,
서울불교대학원 심신통합치유학과 요가치료전공 학생이고,
따뜻해지는 날씨에 행복해지려고 하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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