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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3*4월호 [평동사무실에서]전환기의 평동, 새 세대 청춘송가_신기루
푱동 사무실에서
전환기의 평동, 새 세대 청춘송가
신기루 ●
2008년 민우회 핵심 사업에 민우YOUTH라는 게 있다. ‘민우가 무슨 뜻인가? 종종 물어온다. ‘한국’
과 ‘회’가 만들어내는 무겁고 구린 느낌은 동시에 역사와 전통이기도 해서 이름 바꾸자는 말들이 나왔다 들어갔다 했다. 근래 ‘M’단체라고 부르는 것을 듣고 그건 또 무언가 하는 사람들도 있다. (강동원 영화가 흥행만 됐어도 이 별칭이 자리를 잡았을 텐데…)민우YOUTH는 여성운동을 실천하는 공간을 확장하고 새로운 세대와 조우하고자 하는 ‘조직적’판단과 지향이다. 이로써 ‘민우회’가 사람들 사이에 소통되는 방식이 조금 더 상콤해지리라.
정체된 민우회를 상상할 수 있는가? 없다. 평동 사무실 가득 에테르를 쏘아대는 활동가들 각각이 중하다. 그 파장 중에서, 시대가 부여한 우울함을 등에 지고도 우주가 발산하는 감수성에 시시각각 반응하고 인간에 대한 깊은 정을 버리지 못한 문제적 청춘. 먼지, 락소년, 꼬깜, 신기루, 폴, 바람, 따우, 다라, 하나, 너굴에 주목한다.
가락국수(칼 마르크스의 은어)님이 일찍이, 양질전환의 법칙을 전한 바 있다. 양적으로 늘어나다보면 질적인 도약을 한다는 것인데, 27명 상근활동가 중 10명이니 익숙한 비율 30%도 넘는다.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 낼 이들의 습성은 대개 이러하다.
표현해야 살 수 있다
글자가 잘 안 보일 정도로 시뻘겋지만 색감이 살아있는 독특한 웹자보를 기억하는지? 이것은 먼지와 락소년이 만들어낸 것이다. ‘차별은 나쁘다’를 ‘별나다’팀으로 줄여낸 것, 부산영화제를 슬쩍 도용하여 PIFF(Pyeong dong Irreplaceable(Imitation) Film Festa)로 응용한 예에서도 이들의 표현본능은 확인된다. 행운의 편지를 만들어 내 “이 편지는 평동에서 시작되어…”의 놀라운 응용은 따우가 했다. 조합, 도용 및 가공 능력이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원칙과 규정을 새로이 구성한다
765차 수요시위의 성명서를 읽어보았다면 성명서를 틀에 박히게 쓸 필요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내 역사로 구성하는 연대의 의지가 그 글에 오롯이 담겼다. 어떤 말을 하든지 근거가 있는 말로 들리게 하는 다라는 상근활동의 방식을 바꾸었다. 격무에 시달리거나 노동의 주기가 보편적이지 않은 이를 위한 반차는 그를 통해 도입되었다. 8시간을 앉아서 일하는 것은 어려운 일, 바람은 산책하는 문화를 만들었다.
예민한 촉수는 일상의 곳곳을 뒤적인다
‘곱추’라는 말을 농담으로 쓸 수 있는가? 남자친구가 있냐고 묻거나 당연히 아이가 있느냐고 물을 수 있는가? ‘언니’라는 말은 친근한가? 불편한가? 비닐봉지, 난방기구의 과다사용, 점심시간에 사무실 등이 켜 있는 것이 거슬리는가? 혹시 타인의 몸을 함부로 만지거나 너무 크고 빠르게 말하고 있지는 않은가? 회의, 의사결정, 역할배치에서 억압스러움을 느꼈는가? 밥은 모두가 모여서 같이 먹어야 하나? 이런 물음들이 오간다.
취향을 소유한다
다라는 샷을 추가한 에스프레소를 마신다. 따우는 91년에 사서 넝마가 된 옷을 아직 입는다. 너굴은 동그란 두상 위에 상담소 머리(=바가지 머리)를 얹고 있다. 언제, 어디서나 몸을 이완시킬 수 있는 개인기가 있다. 락소년은 여름에 티셔츠 소매를 두 번 접어 입는다. 먼지는 색동 반스타킹이 있다. 나는 목에 손수건, 머플러를 줄곧 두른다. 공통적인 취향은 유머구사. 웃기지 않으면 불안하다. 자학이든, 공격이든, 언어유희든, 무엇이든. 모람세상을 보시라, 평범한 사진을 남기지 않으려는 부끄러운 흔적들이 허다하다.
아직은 신비주의, 3인이 온다
폴은 ‘솔’과 ‘파’가 뒤섞인 목소리다. 벌써부터 격무에 시달리게 되어 얼굴빛이 좀 탁해졌다. 여과장, 봉사마, 부장님 먼저 가겠습니다 등 독특한 어법을 구사한다. 하나는 “꺄올 ”을 남발, 밝은 에너지는 만방에 웃음을 전하고 있다. 아이디어가 많고 이것저것 경험 많은데, 도시락 설거지는 자꾸 지는 모양이다. 꼬깜은 내공이 깊어 보이나 은근 웃기는 사람으로 낮고 기품 있는 목소리 뒤에 장난스러움이 있다. 예를 들어, 홍삼엑기스를 배즙과 바꿔먹는 센스를 가진.
10인을 둘러보니, 역시 도저히 안 묶이는 개별성이 핵심이다(어쩌다가 여기서들 만났는지, 인연이 다시 보이기도 하네). 요즘 단체들은 상근자의 M자 현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오랜 연차와 신입연차의 간극에서 중간연차가 없는 현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우회에 끊임없이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오고 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읽으면서 못내 서운했을 이들에게, 오늘 발견한 구절을 전한다.
"젊은 자의 영화는 그의 힘이요, 늙은 자의 아름다움은 백발이니라,
백발은 영화의 면류관이라 공의로운 길에서 얻으리라."
새 세대라는 것이 저들뿐이 아니고 앞 선 세대와 주고받을 것이 많으니, 동시대를 살아간다는 기쁨, 민우회에서 만났다는 운명이 더욱 놀라운 일이다. 전환기의 여성운동, 새 시대를 만들어갈 청춘! 봄을 맞아 기리어 보았다.
신기루 ●
[괜찮지?] 괜찮아. [다시 생각해봐 ]
하지만 그것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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