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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5*6월호 [특집_군가산점제 남성회원좌담회]그들이 원하는 건 정말 여자도 군대가는 것일까
특집_군가산점제 남성회원 좌담회
군가산점제 남성회원좌담회
그들이 원하는 건 정말 여자도 군대가는 것일까
1999년 헌법재판소의 위헌판결로 폐지된 군가산점제 부활논의가 지난 대선과 총선의 바람을 타고 다시 등장했습니다. 군가산점제도를 부활시키는 내용을 담은 병역법 개정안이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2005년), 고조흥 의원(2007년)에 의해 발의되었고, 고조흥 의원의 개정안은 올 해 국회 국방위원회를 통과하면서 다시 논란이 되었지요. 이런 논란 속에서 여러 매체들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군가산점제도부활에 대한 남성들의 찬성 비율이 70~80%에 달하는 것과 10년 전에서 전혀 진화하지 않은 인터넷 논쟁 등을 보면서, 민우회는 군대와 군가산점제도에 대해서 민우 남성회원들의 생각이 어떠한지 들어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진행 | 은날, 락소년(민우회),
참석
재윤 : 카투사(한국에 주둔하고 있는 미국 육군에
배속된 한국 군인) 만기제대
노익장 : 공익 근무, 현역판정 받았으나
집시법 위반으로 집행유예기간이어서 공익근무
드릴러 : 공익(우체국) 근무
반달곰 : 병력에 의한 면제
‘군대 경험’이라는 것 - ‘정상인’의 증표
반달곰 : 제가 고등학교때부터 정신과적인 약물치료를 하고 있는데, 군대 갈 시점에서 의사가 ‘가고 싶으면 갈 수는 있다, 근데 가면 스트레스가 많은 상황이니까 재발할 수도 있고, 군대에서는 그게 바로바로 대처가 안되니까 위험해 질 수도 있다. 본인이 선택을 해라.’ 했거든요. 그때 ‘저기만 갔다 오면 내가 정신과적인 기록이 있다는 게, 평생 사회생활 하는데 문제가 되지 않겠지’라는 생각이 들어서 고민을 했어요.
대학교를 졸업하는 시점에 취업을 앞두고는, 면접을 보려 하는데 이력서에 5급 면제라는 사실이 있고, 조금만 말 이상하게 한다면 바로 편견이나 오해를 가지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고민이 됐죠. 그래서 한편으론 그런 게 별로 문제가 되지 않을 조직 쪽으로 진로를 고민했어요. 공무원 쪽은 아예 생각을 안했고.
노익장 : 저는 현역판정 받았지만 집시법 위반으로 공익을 가게 되었는데, 그전까지 공익에 대해 스스로 전혀 꺼리낌이 없었어요. 근데 공익이라고 하면, ‘아, 왜 공익으로 갔냐, 어디가 문제있냐?’라고 묻더라구요. 그런 물음을 접할 때, 다른 사람들이 내가 어딘가 부실하다고, ‘어딘가 문제 있는 사람’으로 규정한다는 걸 알았을 때, 신체 등급매기는 게 사람들에게 차별을 주는 구나하는 생각을 했어요.
드릴러 : 신체검사를 하면 시력은 몇, 키, 몸무게, 수술이력, 정신질환…. 아주 상세하게 등급을 매기거든요. 그렇게 한 명의 인간을 등급 매긴다는 게 끔찍한 것 같아요. 소 등급매기는 거랑 똑같은 거잖아요. 내가 소를 팔러 갔는데, 3등급이다. 아니 내가 열심히 키웠는데 왜 3등급밖에 못 받냐. 그걸로도 마음이 슬픈데. 심지어 나라는 사람이 3등급이다, 4등급이다, 그렇게 인간을 등급매길 수 있는 사회라는 것 자체가…. 그럼 장애인은 어떻게 되는 거예요. 이 사회에서 그 사람들은 열등한 사람이라는 것이 너무 공식화 되는 거죠. 그니까 군대 문제가 군대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사회에서 정상과 비정상, 열등과 우등을 구분하는 아주 손쉬운 기준이 되버리는 겨죠. 저 사람은 몇 급이다, 그러면 그 사람에 대해서 깊게 고민할 것도 없이 ‘1급? 아~’, ‘2급? 아~’ 3급, 4급…. 듣기만 해도 얘가 어떤 사람인지, 군대 다녀온 사람들은 정체성이 확 오는 거거든요. 사회적으로 철저하게 시스템화 되어서, 군대는 1등급인 사람들이 다녀오고. 사회적으로 그게 인정이 되는. 마치 한우 1등급처럼. 그거라도 있으니 남자들이 군대에 가죠.
재윤 : 직장 남성 상사와의 관계에서, 전날 술자리에서 이야기 했던 별 의미 없는 군대 얘기가 다음날 일상생활 업무에 영향을 주는 걸 느낄 때, 군대 경험을 통해 긴밀하게 연결되는 집단적인 정서가 있기 때문에 군대경험이 남성들 간의 커뮤니케이션에 어떤 영향을 주는 것 같아요. 군대 갔다 오면 사회생활 잘한다는 얘기가 그런 거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군대 경험’이라는 것 - ‘잃어버린 2년’, 보상은 필요하다.
재윤 : 20대 초반에, 개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군대에 가는 것을 둘러싼 뻔한 스토리들이 있잖아요. 애인하고 헤어지고, 하던 것 다 정리해야 하고, 또 그 안에서의 물리적 폭력이나 그런 암울한 기억들, 제대 후의 막막함…. 그런 것들이 문득 생각해 보면 너무 억울한 거죠. 사실 그런 것들은 당사자가 아니면 이해하기 어렵잖아요. 그 얘기를 들어보고, 예비역들의 정서를 알고 있는 것과 그 이야기 하는 것을 그냥 찬성논리하고 연결 짓는 것은 다른 것 같아요.
드릴러 : 내 인생에서 없는 잃어버린 2년이잖아요. 그걸 누가, 사회에서 인정해 주는 것도 아니고, 내 친구가 인정해 주는 것도 아니고, 나 스스로도 인정하지 않고. 그런 것이 박탈감을 주는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 2년 동안 우체국에 있으면서 공익 근무를 하면 나름 우체국 일에 거의 프로가 되는데 사회 나오면 그게 아무 것도 아닌 게 되거든요. 쓰레기야 쓰레기. 내가 뭐 우체국에 취직할 게 아니라면(취직하면 2년 동안 일한 것으로 인정됨). 근데 우체국은 그래도 취직이라도 할 수 있지, 군대에 취직하는 사람은 거의 없잖아요.
반달곰 : 군대라는 것이 국가, 공권력의 필요에 의해 개인을 동원하는 것이기 때문에 보상제도는 필요한 것 같아요.
제대군인에 대한 보상으로서의 군가산점제,
너무 알량하다!!
재윤 : 그런데 군가산점제도는 일단 제대군인 입장에서 볼 때 합리적이지 못해요. 공무원 시험 보는 소수에게만 2%, 3% 혜택이 갈 뿐이잖아요. 육십만이 넘는 성인 남성들을 매일 여덟 시간씩 일을 시키면서 한 달에 8만원 주고…. 그런 것은 개선책이나 대안을 내놓을 생각은 안하고 굉장히 알뜰하고 저렴하게 군가산제 어쩌고 하는 게 너무 알량하다는 거죠. 제대군인 보상지원을 하려면 뭔가 예산을 들여서 실질적이고 실효성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하는데, 그거 안하고 그저 한시적으로, 그리고 사회적 약자들의 희생을 통해 제대군인들의 박탈감을 잠재우겠다는 거예요. 결국 이득을 보는 건 국방부죠. 장기적으로는 모병제나, 다른 시스템이 되어야 겠지만 그건 너무 요원하고. 현실적으로 실용적이고 합리적고, 또 형평성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하는데 군가산제는 전혀 그렇지 않죠.
그런 비합리적이고 실효성 없는 군가산점제도를
왜 대다수의 남성들이 찬성할까?
드릴러 : 쓸모없는 시간이 되어버리는 나의 2년에 대해, 국가에서 인정해 주겠다고 하니까. 손해로 인정하든 능력으로 인정하든, 어쨌든 나의 2년이 쓸모없는 것만은 아니라는. 그러니까 기분이 좋아지는 거죠. 군가산점제도가 자기한테 직접적으로 필요가 없는 거라도. 누군가 인정해 준다는 거. 그것만으로도 찬성하게 되는 거죠. 제대군인들은 군대 관련된 뭘 한다고 해도 다 찬성할걸요, 가산제가 아니라 군 증명제든 뭐든 간에 군복무를 인정해주는 내용이라면 뭐가 됐든 상관없는 거죠.
노익장 : 일반적으로 제 친구들 보니까, 민우회를 싫어하거든요. 민우회 간다고 하니까 그런데 왜 가냐고 하고…. 여성들의 이익만 대변한다고 생각하고. 그러니까 군가산제 반대라는 것도 내용을 진지하게 보지 않고 여성들의 이익을 위해 막연히 우리 이익을 뺏는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여자도 군대가라’의 속내 - 내가 지켜줄게, 얌전히 입 닥치삼.
노익장 : 여성들이 군가산제 반대한다고 그러면, 그렇게 피해의식과 박탈감이 뭉쳐있는 자리인데, 자기 아킬레스건을 건드니까 적대감에 그런 억지 논리를 만드는 것 같아요. 여성 전체를 적대화 시켜서….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소수예요.
드릴러 : ‘여자도 군대를 가야해?’라는 질문이 가능하려면 여자도 국가를 지킬 수 있는 주체다, 남성과 똑같이 평등한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인식의) 전제가 이루어 져야 하는데 한국사회는, 그런 질문을 (진지하게) 던질 정도도 안 되어 있어요. 여전히 나라를 지키는 것은 남자라는 인식이 있는 거죠. 이거는 군사주의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남자, 가부장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남자, 징병제를 모병제로 바꾸고 싶어 하는 남자, 남자들 간의 논의인거지, 여자들이 들어갈 틈이 별로 없어요. 남자들 입장에서는 여자들이 ‘깝쭉대니까’ 싫어하고 그런 얘길 하는 거지(제가 그렇다는 건 아니고).^^;;
재윤 : 원론적으로는 국방의 의무가 성별적으로 부과되는 것은 불합리하고, 다같이 군대를 가든, 대체복무제나 사회복무제 등을 통하든 나누어 지는 게 맞는 것 같아요. 하지만 그전에, 과연 다른 영역에서 평등하냐는 거죠. 작년에 여대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다른 영역의 불평등이 해소되면 대체복무를 하거나 군대 갈 생각이 있냐는 질문에 대해 ‘그렇다’고 대답했더라구요. 그런 식의 전제조건이나 다른 맥락들을 생각하고 형평성을 말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이제 진짜 대안을 논의할 때다! 누가? 정부가!
드릴러 : 군대라는 게 현재 끔찍한 곳이잖아요. 제대 후에 외상후스트레스장애에 시달리기 까지 하잖아요. 군대에 미국처럼 1인실, 뭐 이런 걸 기대하는게 아니잖아요 지금. 맞아서 죽고, 심각한 더위나 추위에 시달리고…. 최소한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군대, 인간의 기본권 정도는 지켜줄 수 있는 군대, 그런 최소한의 요구는 국민으로서 누구든지 요구할 수 있어야 되고, 군대 가서 외상후스트레스 장애를 안 겪을 수 있는 ‘평범한 군대’가 되는 것이 최우선 과제인데, 국방부는 자꾸 가산제 얘기, 병역비리 얘기로만 몰면서 그 논의를 회피하고 있는 거죠.
재윤 : 다양한 방식의 대안이 있는데, 현역 군인들의 처우 개선과 복지 문제도 중요하지만 현재의 군대가 지금처럼 당연하고 정당하게 생각되는 방식,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남성화된 군대의 이미지, 군대 간 사람과 안간 사람을 구분하는 습속들. 그런 것들이 개선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는 언론의 찬반 호도에도 굴하지 말고 시민들을 상대로 열린 논의를 이끌어가는 것이 중요하며, 그러면 군가산제나 군대문제에 대한 점진적인 인식의 변화가 있지 않겠냐는 이야기로 맺었습니다. 이상 여러 이야기가 오갔으나 지면 관계상 다 실지 못함을 양해바랍니다. 좌담에 참석해 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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