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der board list icon](/assets/common/header-board-list-icon-871ea5b4968af0aff7ac9000984dc947.png)
2008 5*6월호 [특집_성희롱 밖으로 걸어나가다]정몽준 사건, 성희롱인가?
특집_성희롱 밖으로 걸어나가다
성희롱 밖으로 걸어나가다(1)
정몽준 사건, 성희롱인가?
하나
최근 ‘지하철 몰카 촬영’이나 ‘정몽준 성희롱 사건’ 등을 통해 사회적으로 또 한 차례 ‘성희롱’논란이 일었습니다. ‘성희롱’ 개념이 우리 사회에 처음 등장했던 90년대 중반, 그동안 드러내기 어려웠고 표현할 언어조차 부재했던 여성들의 피해가 공식적인 문제제기 가능한 사안이 되면서 이에 대한 논란이 참으로 많았지요. 여전히 무엇을 성희롱으로 볼 것인가에 관한 의견이 분분한 채 성희롱 개념은 점점 더 활발하게 통용되고 있습니다.
지금의 성희롱개념은 사람들에게 과연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을까요? 상담소는 최근 ‘성희롱’으로 일컬어지는 몇몇 사례들에 관해 논의하던 중 ‘대체 성희롱이 뭐 길래’라는 다소 원초적인(?) 고민을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성희롱에 관하여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해졌지요. 그래서 성희롱 개념이 이 사회에서 어떻게 인식되고 있는지 살펴보기 위하여 여러 사람들에게 ‘정몽준 사건을 성희롱으로 보는가?’를 물었습니다.
아래는 다양한 답변들을 모은 다음, 우리의 문제의식을 통해 살펴본 것입니다.
-----------------------------------------------------------------------------
정몽준 사건, ‘성희롱’이라고 생각하세요?
그룹 A
“상대가 남자였다면 하지 않았을 행동이고, 남자에게 그랬다면 이만큼 불편하지는 않았을 것. 어깨라면 조금 애매하겠지만 볼을 건드린 것은 분명 성희롱이다.”_ 20대, 여
“남자였다면 볼을 만졌겠는가. 성희롱이다.”_ 20대, 여
“여기자가 수치심을 느꼈다면 성희롱이라고 생각함.”_ 20대, 여
그룹 B
“권력을 이용하여 상대방을 억압했으니 성희롱이다.”_ 20대, 여
“기자라는 공식적인 자격과 위치를 가지고 있던 자리였으나 그 행위를 통해 그저 ‘여성’으로 취급되고 환원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자가 성희롱이라 생각하면 성희롱이다.”_ 20대, 여
“기자가 애가 아니고 성인인데다 그런 행동은 남자기자였다면 하지 않았을 것이다. 존중하는 태도로선 할 수 없는 행동이고 내가 기자입장이었대도 성희롱으로 느꼈을 것 같다.”_ 20대, 여
그룹 C
“성희롱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권위를 이용한 막 되먹은 행동이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굳이 따지자면 성희롱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 먼저 말도 안 되는 무례한 행위이다.”_ 50대, 여
“그다지 성희롱이라고 보진 않는다. 그게 남자든 여자든 무시해서 혹은 귀찮아서 나온 행동이라고 생각한다.”_ 20대, 여
그룹 D
“남성의 입장에서 볼 때 그 행위가 성적인 의도를 가지고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기자가 성희롱이라고 했다면 뭐 그럴 수도 있겠지만 행위 자체는 성희롱이 아닐 수 있다.”_ 30대, 남
“그렇게 사람이 많은 곳에서 ‘성희롱’ 하려고 했겠나. 성희롱이 아니다.” _ 50대, 남
-------------------------------------------------------------------------------------------------------
답변들의 결론과 그 맥락은 다양하지만 거칠게나마 구분하여 묶어 보았습니다. 우선 성희롱이다 / 아니다 여부를 놓고 살펴보면 그룹A와 그룹B는 ‘성희롱이다’로 결론짓고 있으며, 그룹C는 성희롱 자체에 대한 직접적인 판단은 유보하고 있고, 그룹D는 ‘성희롱이 아니다’의 결론을 내리고 있습니다.
‘성희롱이다’의 결론을 내린 그룹A와 그룹B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그룹A는 ① 볼을 건드린 행위 ② 피해자의 수치심 에 주목하여 판단의 근거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성적 침해가 있었는가, 성적 수치심을 자극했는가에 따라 성희롱 여부가 결정되는 것이지요. 이는 현재 많은 사람들이 ‘성희롱’에 대해 인지하고 있는 방식이기도 하며, ‘직장내 성희롱’ 등 법적 구제 절차에서 성희롱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기도 합니다.
이와 달리 그룹B는 ‘성희롱이다’로 결론지으면서도 그 근거로 이 일이 ‘권력관계’를 기반으로 이루어진 것임을 설명합니다. ‘기자’라는 공적 지위를 가졌음에도 ① 여성으로 ② 나이 어린 사람으로 취급되었다는 것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지요. 우리 사회에서 ‘여성’의 지위는 성별권력관계에 있어 남성보다 취약하며, ‘나이 어린 사람’의 지위는 나이권력관계에 있어 연장자보다 취약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권력관계를 기반으로 억압행위가 발생했을 때 그것들을 모두 ‘성희롱’으로 명명하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생각할 부분을 남깁니다.
그룹C는 정몽준 사건을 부당하고, 무례한 행위로 인정하면서도 ‘성희롱’으로 결론짓지는 않습니다. 권력관계에서 낮은 지위에 처했기 때문에 겪는 피해로 인식하고 있지만, 행위 자체를 성적 침해로 보는 것에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여겨집니다. 이러한 점에서 그룹C는 무엇이 성희롱인가에 대한 인식에 있어서는 그룹A와 입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성희롱 성립 여부에 있어 성적 수치심을 느끼는 부위에 대한 성적 침해가 있었는 지가 중요해지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그룹D는 가해자의 의도에 좀 더 초점을 맞추어 ‘성희롱이 아니다’의 결론을 내립니다. 피해자의 입장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피해 의미가 구성되는 가를 좀 더 세심히 살피려는 노력이 필요하겠지요.
이와 같이 사람들이 ‘성희롱’문제를 받아들이는 수위는 참으로 다양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가 생각하고 고민하는 성희롱 문제는 무엇인지, 그것을 어떠한 전략으로 가져가는 것이 좋을지 짚어볼 차례입니다. 여러분도 각자 질문을 던지며 함께 다음 글로 넘어가면 좋을 듯 합니다. ^^
하나 반성폭력 운동하는 활동가 모습에 어울리는지 날마다 의심하며
열심히 배우고 있는 3개월차★ 백일이 머지않았다>0<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