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7*8월호 [민우역사기행]2002 생리대 Up&Down 캠페인
2002 생리대 Up&Down 캠페인
'월경도 세금 내고 해야 하나?' 계속되는 논란들
정은지
여성은 일생의 1/8을 월경을 하며 보낸다고 한다. 여성이 하루 평균 5개의 월경대를 사용하고, 가임 기간을 38년으로 가정할 때 평생 총 1만 1400개의 월경대를 사용하며, 월경대 1개 가격을 2백 원으로 가정할 때 여성은 평생 월경대 구입을 위해 228만원의 지출을 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한편 많은 여성은 일회용 월경대로 인한 후유증인 피부질환이나 가려움증 등을 호소하고 있다.
2002년 시작된 월경대 Up&Down 캠페인은 이러한 배경, 혹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였다.
여성은 평생의 1/8을 월경을 하며 보내지만 일회용 월경대의 가격과 부작용, 월경통에 대해 속 시원하게 말하고 드러낸 경험은 별로 없었다. 이에 2002년 캠페인은 월경대 문제에 대한 여성들의 문제의식을 그대로 드러내는 작업에서 시작되었다. 월경대 가격이 비싸다는 여성들의 응답은 717명의 설문응답자 중 90%에 달하였으며 가려움증이나 짓무름 등의 부작용을 호소한 경우도 59.9%나 되었다. 2002년 8월 종로에서 진행된 월경대 가격인하 캠페인에는 정말 많은 시민이 참여해 서명하였다. 캠페인 부스도 매우 인상적이었는데 일회용 월경대에 월경대 문제에 대한 메시지를 써서 전시하였다. 월경대에 메시지를 적어 주렁주렁 거는 작업은 그 자체가 재미난 퍼포먼스였다.
국내에서는 1990년대 중반부터 여성학을 하는 그룹 내에서 ‘월경’에 대한 관심이 있었고 2001년에는 월경 페스티벌이 열리기도 하였다. 이러한 흐름 속에 이어진 2002년의 월경대 Up&Down 캠페인은 크게 두 가지 의미를 지니고 있다.
첫 번째로 월경대 가격에 대한 문제제기를 통해 성인지적 관점에서 부가가치세를 보아야 한다는 사회적 논의를 시작하였으며, 이 문제를 통해 일상의 불평등, 생활 속의 불평등한 제도들로 세법문제를 제기한 것이었다. 여성에게 월경대는 선택 물품이 아니라 필수 물품이며, 미국의 미네소타주, 캐나다의 오타와, 호주 등지에서 월경대 부가세를 면제해 주고 있는 사례 등을 통해 성인지적 관점에서 세법문제를 보자는 의제를 새롭게 제기한 것이다. 두 번째로 일회용 월경대의 안전성 문제를 통해 도외시되던 여성건강 문제를 사회적으로 부각시켰다. 즉 여성들이 각자 개인의 문제로 느꼈던 월경대 사용 후의 짓무름이나 피부 가려움증 등을 사회적으로 알려 월경대와 여성건강의 문제를 드러낸 것이다. 세계적으로는 ’94년 카이로회의 이후부터 여성건강의 개념을 생물학적인 요인 뿐 아니라 여성의 삶에 대한 사회적·정치적·경제적 맥락에서 종합적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이미 형성되고 있었고 여성건강을 여성의 권리 찾기로 이해해야 한다는 흐름도 강조되었다. 즉 여성이 아프다는 것은 단지 질병의 문제가 아니며 사회적으로 여성에게 부여된 역할과 관습 등 다양한 의미로 해석되고 이해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세계적 흐름에 반해 우리나라의 여성건강정책은 1960년대의 산아제한을 위한 가족정책 정도에만 머무르고 있는 상황이었다. 일회용 월경대의 안전성과 건강의 문제는 월경대 문제를 여성건강의 관점에서 보도록 하고 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갖도록 하는 계기가 되었다.
월경대 캠페인 이렇게 진행되었다!
먼저 월경대와 여성건강의 문제는 일회용 월경대 공장 견학 및 의견서 발송, 월경대에 대한 연구모임 및 연대활동 진행 등 여성건강을 위해 더 나은 월경대를 만들기 위한 기준을 마련하는 기초논의가 시작되었다. 또한 탐폰의 위험성 등에 대해 문제제기 하거나 식약청의 탐폰, 월경대 등 관련고시에 대한 검토 의견을 제출하였고 한편으로는 대안 월경대를 만드는 흐름도 형성해 갔다.
월경대 가격인하 문제는 의원발의에도 불구하고 공전을 거듭하다가 2004년 극적으로 해결되었다. 계속 고집을 부리던 재경위원회가 돌연 양보하면서 문제가 해결되었는데 이는 방송출연을 계기로 이뤄졌다. 2003년 KBS 시사 프로그램 대담에서 당시 민우회 여성환경센터 사무국장인 명진숙과 의견을 주고받던 당시 나오연 재경위 위원장이 시민들의 의견을 수용하는 차원에서 월경대 부가세 부분면세를 받아들임으로써 부가세 면세가 극적으로 이뤄진 것이다. 아마도 많은 시민들이 관심을 갖고 서명했던 월경대 가격인하 문제를 방송 프로그램에서 공식적으로 거부하기는 어려웠던 것 같다. 질의서를 보내고 간담회를 해도 요지부동이던 재경위 담당자가 부가세 면세에 돌연 동의함으로써 2004년 4월부터 부가세 부분인하1)가 이뤄졌고 4-5%의 가격이 인하되었다.
월경대 가격인하 그 후
부가세 면제와 가격 인하는 여성주의적 의미에서 월경대 문제를 제기해 세금인하를 이뤘다는 점에서 매우 큰 성과였다. 그러나 4~5%의 가격인하는 월경대를 사용하는 여성들에게 체감되지는 않았다. 완전면세가 아니었던 데다 각 월경대의 가격이 다르고 할인마트에 따라 가격이 달랐으며 신제품까지 출시되면서 사용하는 입장에서는 가격인하를 인식하기 어려웠다. 한편 월경대 부가세 문제 해결 이후부터 민우회 활동은 안전한 월경대에 대한 의견을 모으는 활동과 교육을 통해 ‘월경’을 드러내는 프로그램을 진행하였다. 청소녀를 대상으로 한 ‘딸들의 기분 좋고 잼난 캠프(초경·월경캠프)’에서는 월경 이후 여성의 몸을 인식하게 되는 청소녀들에게 자신의 몸을 긍정적이고 건강하게 수용할 수 있는 자아상을 갖도록 하였다.
월경대를 둘러싼 논란들…
월경대 문제에 대한 요구는 간단했지만 내외부적으로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민우회 내부적으로는 월경대 문제를 제기하는 과정에서 모성건강을 부각시키는 관점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이 제시되었다. 에코페미니즘을 기반으로 했던 여성환경센터에서 모성에 대한 지원이나 여성건강을 함께 제기하는 것은 당연한 논리였다. 그러나 이에 대해, 여성의 모성건강에 대한 국가지원을 근거로 설득하는 방식은 생물학적 여성성을 강화할 소지가 있어 다른 의미에서 여성 차별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보았다. 월경휴가가 여성노동자 보호를 위한 국가 정책이지만 결국 여성고용을 방해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월경대 부가세에 대한 논리적 근거로 모성건강에 대한 지원으로 설명되는 것에 불편함을 느꼈던 것이다. 한편 외부적인 논란 중 대표적인 것은 월경대가 필수재이면 면도기도 필수재로 부가세가 면제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외에 부가세가 싫으면 월경대를 만들어 사용하라는 의견도 있었다.
월경대 캠페인을 통해 우리가 얻은 것
우선 월경, 생리라는 단어가 빛을 보게 된 점 공식적인 의제로 제기된 점은 무엇보다 큰 성과이다. 흔히 ‘그날’이라고 말하고 ‘그것’이라고 말하던 월경에 대해 사회적·성인지적 의미를 부여한 것은 의의가 크다. 또한 월경대를 만드는 생산자나 감독하는 정부에 대해 여성건강과 월경대의 문제를 인식하도록 한 것 역시 매우 의미 있는 활동이었다.
한편 지난 2006년부터 세수확대를 위해 다시금 일회용 월경대에 부가세를 매기려는 정책이 추진 중이다. 올해 정부에서는 선진화 및 세수확대를 위해 하반기부터 여성용 월경대를 비롯한 면세물품에 부가세를 다시 매길 예정이라고 한다.
‘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라는 책에서는 월경통에 대해 여성이 자신의 몸을 긍정적으로 수용하지 못한 반증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견해가 다를 수 있겠지만 우리 사회가 여성의 월경에 대해 굉장히 인색한 것은 사실이다. 특혜처럼 주어진 부가세 면제정책은 면제 이후 계속 논란의 대상이다. 월경통을 느끼는 여성이 70%~80% 혹은 몇 %인지 정확한 통계조차 없는 상황에서 진통제를 복용하고 배를 만지며 월경이 지나가길 기다리는 여성들에게 다시 세금을 내고 월경을 하라는 정부에 대해서는 딱히 할 말이 떠오르지도 않는다.3) 월경에 대한 의미를 담은 인용문으로 이 글을 맺고자 한다.
처음으로 월경을 하던 날 어머니가 꽃다발과 근사한 점심을 사주고, 귀를 뚫게 해주고 아버지는 기념으로 귀걸이와 당신이 처음으로 바르게 될 립스틱을 사주고 그리고 당신은 난생 처음으로 여성의 지혜에 관해 배우러 갔었다면 당신의 인생은 얼마나 많이 달라졌을까?
<주디스 더크>
‘남자가 월경을 한다면’ 분명 월경이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자랑거리가 될 것이다. 남자들은 자기가 얼마나 오래 월경을 하며, 월경양이 얼마나 많은지 자랑하며 떠들어댈 것이다. 초경을 한 소년들은 이제서야 진짜 남자가 되었다고 좋아할 것이다. 처음으로 월경을 한 날을 기념하기 위해 선물과 종교 의식, 가족들의 축하 행사, 파티들이 마련될 것이다. 지체 높은 정치가들의 월경통으로 인한 손실을 막기 위해 의회는 국립월경불순연구소에 연구비를 지원한다. 의사들은 심장마비보다는 월경통에 대해 더 많이 연구할 것이다.
<글로리아 스타이넘>
1) 민우회에서는 완전면세인 영세율을 주장했지만 국내 대부분 소비재는 완전면세가 없다고 답변하였으며 부분면세가 이뤄졌다. 대부분 소비재의 부가세가 10%, 완전면세면 0%, 부분면세는 5%정도의 부가세를 매기게 된다.
2)‘학원 수강료 여성생리대 부가세 추진-이번 조세 개혁방안은 … 부가세는 장례, 화장, 소독, 청소 등 의료보건 서비스에 대해서도 매기는 방안이 검토된다.’<2006.2.7 인터넷 쿠키일보>
3) 재미있는 것은 노인을 위한 일회용 라이너는 이미 오래전부터 완전 면세품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도 반박의 의견도 들은 적이 없으니, 여성의 월경에만 정말 인색한 건가?
월경대 Up&Down 캠페인 및 이후 대응활동들
- 2002년 8월 20일 ‘월경대 부가가치세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
- 2002년 8월 23일 월경대 가격인하 거리 캠페인 대학로 등 거리 캠페인
가격인하 캠페인에 많은 시민들이 동의의사 표시 거리서명 및 온라인 서명 실시
- 2003년 월경대 부가세 영세율 적용을 위한 대응 활동
월경대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관련업체 공장방문과 월경대에 대한 모임 진행
재경위원장과의 방송대담을 통해 월경대 부분면세 추진에 대한 확답을 받아냄
- 2004년 월경대 부분 면세 시행 (완전면세가 아닌 부분 면세)
월경대 가격인하 후 시장가격 조사
청소녀를 위한 ‘딸·기·잼’캠프 (초경·월경캠프)
월경대 안전성 문제에 대한 연대회의
- 2005년 김희선 의원이 다시 월경대 완전면세를 위한 법안을 준비하면서 기저귀 등의 용품과 함께
부가세에 대한 논란 다시 떠오름. 월경공결에 대한 문제 대두
- 2006년 탐폰 부작용에 대한 관련업체 의견서 제출 및 대응활동
정은지 ● 비소리 들으며 술 한잔 한기를 즐기는 낭만? 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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