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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7*8월호 [민우칼럼 창] 이혼숙려제도의 시행을 바라보며
조인섭
본인은 여성, 아동과 관련된 소송을 많이 하다 보니, 아무래도 이혼사건을 많이 다루게 된다. 이혼과 관련된 최근의 이슈는 아무래도 이혼숙려제가 아닌가 싶다. 지난달부터 이혼숙려제가 시행되어 이제는 아이가 있는 부부의 경우는 3개월의 숙려기간을, 아이가 없는 부부는 1개월의 숙려기간을 거쳐야만 협의이혼이 가능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영향으로 재판상 이혼도 거의 비슷한 기간이 걸려야 이혼을 하게 해주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혼숙려제는 그 도입 이야기가 나왔을 때부터 논란이 많았는데, 아무래도 가장 큰 문제는 ‘내가 도저히 살 수가 없어서 이혼하겠다고 하는데, 왜 국가가 나서서 막는가. 지나친 사생활 간섭 아닌가’하는 것이고, 그 이외에 긴 숙려기간동안 제대로 된 상담을 진짜 받을 수 있는가 하는 문제, 그리고 긴 숙려기간 동안 경제적인 약자 입장에서는 생활비를 받지 못하면 생활 자체가 문제될 수 있다는 등의 문제가 있다.
하지만 이제 실제로 시행이 되고 있기에, 지금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제대로 된 상담이 이루어지는지 여부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서구 사회에 비해 ‘상담’ 혹은 ‘부부상담’이라는 것이 들어온 것이 오래되지 않았고, 아무래도 아직도 ‘상담’이라고 하며 정신과 상담을 떠올리곤 하기에, 자신의 가장 깊은 사생활인 혼인생활에 대한 상담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여러 소송을 통해 경험해 본 바에 의하면 이혼 소송 중에도 많은 상담을 받게 한 사건들이 있었지만, 상담을 통해 다시 원만한 부부관계로 돌아간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물론 소송을 통해 만나는 사람들은 보통 곪을 대로 곪은 상태에서 이혼소송을 하게 되기에 더욱 그럴 수 있다).
최근 부인과의 극심한 성격 차이로 인해 이혼소송을 한 남자를 대리한 일이 있었다. 그 남자는 가정을 너무나 유지하고 싶어 했지만, 부인이 남편의 노력을 모두 무시했고, 별거를 원했기에 남자는 결국 2년간의 별거 끝에 이혼소송을 선택한 것이었다. 법원에서는 상담을 받으라고 했지만, 한 두 번의 상담으로는 그 관계 회복이 불가능하였다. 그러나 판사의 강권으로 결국 끝이 보이지 않는 상담을 다시 받게 되었다. 하지만 그 사건 같은 경우 끝이 보이지 않는 상담을 받는다고 해도 부인의 성격이 완전히 변하지 않는 한, 관계 회복은 꽤나 먼 길 같아 보였다.
이혼숙려제가 이혼 이후의 삶에 대한 준비 기간이라면 1달 혹은 3달의 기간은 충분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혼숙려제 이야기가 나오면, 항상 가정법원에서 ‘이혼숙려제 이후 이혼율이 감소하였다’는 통계자료 보도가 나오기에, 결국 이혼숙려제의 취지는 급증하는 이혼율을 낮추고자 하는 생각에서 나온 것이라 보여진다. 하지만 부부관계가 벌어지는 것은 1달 혹은 3달 만에 생기는 일이 아닌데, 어떻게 1달 혹은 3달의 숙려기간으로 인해 부부관계가 진정 회복될 수 있을까. 벌어진 상처가 아물지 않은 채 다시 형식적인 가정이라는 울타리만 유지한다면 그것은 화약고를 안고 사는 것과 마찬가지의 일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혼율이 증가하는 우리 사회에서, 이혼율을 막는 데 급급하기보다는, 정말 왜 이혼율이 이렇게 증가하고, 지금 우리 가정들의 문제는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해보는 시간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조인섭 ● 변호사(법률사무소 Law C&C)
민우회 성폭력 상담소 운영위원으로 많은 도움을 주셨던 조인섭 변호사님은 올해부터 한국여성민우회 정책위원으로 함께 하고 계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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