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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7*8월호 [민우ing] 사건의 중심엔 스토킹이 있다
너굴
군악대장인 P대위는 상관인 S소령의 명령에 불복종했다는 이유로 1심에서 징역 6월, 집행유예 1년 판결을 받았다. 현재는 고등군사법원에서 항소심을 진행 중이며 지난 6월 10일 첫 공판 이후 7월 10일 두 번째 공판을 앞두고 있다. 이 사건은 한겨레21에 기사화 되면서 ‘군악대장 스토킹 사건’으로 알려졌다. 기사화 이후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지원하던 사건을 공개하여 여성단체, 인권단체 등에 제안했고 <군내 스토킹피해자 지원을 위한 대책위원회>를 만들게 되었다. 민우회 성폭력상담소를 포함한 총 14개 단체로 구성된 대책위는 P대위를 고소한 S소령의 행동이 스토킹임을 밝히고 P대위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활동 중이다.
S소령의 일방적인 구애와 사생활 통제에서 사건 시작
2007년 2월 S소령은 P대위에게 이성으로 사랑하고 있다며 문자를 보낸다. 이후 9월까지 구애, 욕설 등 지속적으로 문자를 보냈으며 문자 전송 숫자가 한 달 평균 100건이 넘었다. 가장 많이 보낸 달은 400건이 넘는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또 남자친구를 만들지 말 것, 월급 지출내역을 보고할 것 등의 내용이 담긴 각서에 서명을 요구하였으며, 주차를 반드시 자신의 숙소에서 보이는 곳에 하게 하는 등 P대위의 행동 하나하나를 감시하며 사생활까지 통제하려고 하였다. 둘만 있을 기회를 최소화하고 사생활과 관련된 문자에는 답하지 않는 등 최소한의 방어를 하던 P대위에게 보내던 문자의 수가 줄어들었을 때쯤, P대위는 헌병대에 고소되었다. 도로교통법 위반, 가혹행위 등 총 12건으로 헌병대에 내부고발 되어 조사를 받았다. 이때까지 P대위는 S소령이 자신을 고소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직속상관으로 자신의 지휘권을 사용하지 않은 채 부하를 헌병대에 내부고발 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헌병대 조사 기간에도 자신이 고발자임을 숨긴 채 P대위를 지지하고 배려하는 척 행동하였기 때문이다.
단순히 군악대원 중 누군가 고소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던 P대위는 군악대원들과 마주치는 것만을 부담스러워 했다. 그래서 헌병대 조사 중에도 군악대장실에서 근무하라는 S소령의 명령을 따를 수가 없었다. P대위는 군악대장실에서 근무를 하면 자신이 고소인과 한 공간에 있게 될 수도 있다는 상황을 설명하였고 ‘네가 원하는 대로 해라’라는 S소령의 답변을 받고 군악대장실에서 가지 않았다. 1시간 안에 군악행진 예비사열을 준비하라는 S소령의 명령도 헌병대 수사를 받고 있던 중이라 수행할 수 없는 상황을 설명하였고 ‘네 마음대로 하라. 그렇게 하라’고 하여 참석하지 않았던 것이다.
헌병대 내부고발 한 달 후쯤 ‘자신에게 잘하면 고소한 것을 없던 일로 해주겠다’는 이야기를 듣고서야 고소인이 S소령이라는 것을 알게 된 P대위는 헌병대 고소가 자신을 괴롭히기 위한 행동의 연장이라는 것을 그제야 깨달았다.
1심에서 S소령은 P대위가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문제장교’였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지휘권을 사용하여 주의를 주기보다는 헌병대에 고발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P대위의 행동에 문제가 있었다면 지휘관으로서 부하에게 주의를 주거나 시정을 요구했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S소령은 자신이 고발한 사실을 숨기며 ‘진술서를 유리하게 써주겠다’고 이야기하는 등 P대위를 처벌할 의사가 없는 것처럼 행동하였다. 오히려 도움을 줄 것처럼 이야기하며 P대위의 환심을 사려고 행동했다. 이는 부하의 잘못을 고치기 위한 행동이라기보다는 위기상황에 처하게 해서라도 상대를 자신의 통제권 아래 두려는 스토커의 심리에 가깝다.
군법을 이용한 스토킹
일반적으로 스토킹이라고 하면 자신의 구애를 받아들이지 않는 상대를 계속해서 따라다니거나 수차례 전화하여 괴롭히는 것만을 떠올린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스토킹의 행태는 매우 다양하게 나타난다.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상대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스토커가 전 연인일 경우 주변의 사람들에게 알몸 사진을 공개하겠다고 하거나 성행위 사실을 알리겠다는 협박으로 자신의 요구를 관철시키려고 한다. 스토커가 같은 직장에 다니는 자신의 상사라면 자신이 이용할 수 있는 권력을 이용하여 단둘이 출장을 갈 기회를 만든다거나 근무평가를 미끼로 협박할 수도 있다.
자신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일방적으로 상대를 통제하려고 할 때 지휘관계는 무궁무진한 무기가 될 수 있다. S소령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요구를 거절하는 P대위를 괴롭히기 위한 방법으로 12가지 사안을 헌병대에 내부고발하고, 그 사실을 숨긴채 지지하고 배려하는 척 하다가 S소령 자신에 대한 항명으로 추가 고소함으로써 자신이 활용할 수 있는 최대한의 자원을 이용하여 P대위를 괴롭히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스토킹 행위에 군법을 이용하면서 말이다.
스토킹과 성희롱 제기를 받은 S소령은 내부조사를 받았지만 ‘성적군기문란’으로 ‘경고’ 조치 만으로 마무리 되었다. 그리고 1심 재판부는 철저히 S소령의 진술에 기반하여 P대위가 유죄라고 판단하였다. 항소심에서 군검찰은 스토킹은 구체적인 관계가 없으며 스토킹 부분은 개인적인 감정의 문제이기 때문에 법정에서 다룰 일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군과 군사법원은 스토킹을 지극히 사적인 개인의 감정 문제로 치부하며, P대위가 S소령의 요구를 거부하고 군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이번 사건이 발생했다는 것을 철저히 묵살하고 있다. 조직의 위계적이고 가부장적인 문화로 인해 피해자보다 가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높이 평가하는 조직내 성폭력 사건의 특징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것이다.
S소령의 성희롱을 동반한 스토킹 내용이 1심 재판 과정에서 일부 진술되었다. 또한 경미한 조치를 받고 끝났지만 내부조사에서도 그 혐의가 인정되었다. 항소심 재판부에서는 이러한 진술과 사실을 바탕으로 정당한 명령을 내리지 않았을 가능성과 S소령의 진술의 진위여부를 다시 한 번 검토해야 할 것이다. S소령의 스토킹 행위의 연속선에서 사건을 다시 바라봐야 한다.
2차 공판 이후 선고를 하기까지 한 달 정도 걸릴 거라는 예상을 깨고 7월 10일 2차 공판 이후 7월 15일 바로 선고공판을 진행했다. 재판부는 1심판결이 S소령과 참고인의 일관성없는 진술 중 P대위에게 불리한 진술만을 채택하였음을 인정하고 P대위에 대한 1심 유죄판결을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대책위는 앞으로 S소령의 스토킹행위에 대한 대응을 중심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S소령은 이 두 건을 포함하여 총 4건의 항명으로 P대위를 추가 고소했다. 당시 P대위가 끝까지 자신의 말을 듣지 않아서 체념한 듯 한 말이었을 뿐 허락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너굴 ● 널브러지다... 반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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