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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9*10월호 [모람풍경] 요망스런 그들이 궁금하다!
□요망 [妖妄] [명사]
1. 요사스럽고 망령됨. 2 언행이 방정맞고 경솔함.
□요망 [要望] [명사]
어떤 희망이나 기대가 꼭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바람.
우리의 요망단은 어디에 속할까?
정답은? 둘 다!
품행이 단정하다기보단 요사스럽고 방정맞음, 그쯤에 더 가깝고, 카메라를 들어본 적도, 시나리오를 제대로 공부한 적도 없지만 영화? 그까이거 하면 되지! 라는(어디서 이런 배짱이 나왔는지 알 수 없지만) 마음으로 옹기종기 모여 앉은 요망단!
청명한 공기를 담뿍 안은 초입의 가을 문턱에서 요망단에게 물어본다.
그래서 너는 어떤 영화를 찍고 싶니?
4차원의 세계를 넘나들고 으헛헛헛 하는 웃음소리마저 매력적인, 빠져들 수밖에 없는 그녀 가을.
“만약에 내가 영화를 찍는다면, 다양한 형태의 사람들을 담고 싶어. 딱 한가지의 이야기가 아니라, 층층이 쌓이고 겹쳐진, 긴 스펙트럼으로 이루어져 복합적인 그런 영화 말야.”
“난 민우회 홍보 영화”
문득 홍보동영상을 찍고 싶다는 폴. (민우회에서 상 줘야 한다.)
뉴 페이스, 가락.
어디서든 한 가락 할 것 같은 묘한 매력의 소유자인 가락은 “가락의 직업은 몇 개일까요?”라는 질문으로 시작되는 직업추적(?) 영화와 멋진 언니들의 화려한 액숀! 영화를 찍어보고 싶단다. 발차기를 하는 가락의 모습을 조만간 볼 수 있을지도.
유일한 남성이자 우리 중 가장 전문적인 영화 공부를 하여 요망단의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해주고 있는, 보년은 웃기고 유머러스하면서도 그 안에 진지한 ‘무언가’가 담긴 영화를 찍고 싶다고 한다. 마치 보년의 모습을 닮은 영화가 나올 것 같다.
이야기가 진지해져가자 폴은 다시 진지모드로 돌아와, “나는 영화가 내 일기장이었으면 좋겠어, 계몽적인 내용으로 말야, 또 어떤 사람에게 관심이 생기게 된다면 다큐로 찍어 봐도 좋을 것 같아. 난, 내 인생 최고의 영화를 꼭 한 편 찍고 싶어.”
그러자 가을 한마디! “영화 2편을 찍는 거야. 그럼 그 중 한편은 최고가 되지 않겠어?”역시 그녀다운 발상!
“난, 잘 모르겠어. 영화의 스토리보단, 이미지를 담아보고 싶어. 아메리칸 뷰티 영화 속의 한 장면을 영화로 만들어보는 거지. 이미지를 따라가면서 잡아보고 싶은 거야.”
조근조근 바람은 자신의 영화에 대한 바람을 이야기 한다.
영화에 대한 감각을 새록새록 익혀가고 있는 페달.
“적당히 상업적이면서도, 적당히 독립스러운, 그런 영화가 난 좋더라. 독립과 상업의 구분이 불분명해서 사실, 그런 구분이 더 애매하지만 말야. 영화관을 나오면서 머릿속에 모호함이 가득차기보단, 지극히 일상적이면서도 순간순간 놓치고 마는 그런 것들을 간결하게 때론 숨이 막히도록 공감할 수 있게 담아보고 싶기도 해.”
머릿속이 살짝 복잡해졌다. 영화 본다며 몰려다니고, 그 핑계 삼아 고운 벗들을 자주 보는 게 그저 좋아 시작한 이 모임이지만 조금씩 영화에 대한 새로운 열정이 샘솟고 있는 것과 더불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게 되는 것이 요망단의 묘미라고 생각한다.
무궁무진한 아이디어와 기묘한 발상들로 매번 만날 때 마다 우리 머리위엔 수많은 이야기 풍선들이 뭉게뭉게 피어오른다. 실로 요망스럽기까지 한 우리지만, 옥상위에 돗자리를 깔고 다시 그 위에 배를 철퍼덕대고 누워 서늘한 공기와 그보다 더 차가운 맥주를 함께 목으로 넘겨대는 그 모습마저 영화스러우니,
사실, 영화는 따로 있는 게 아니다.
모이면 그 자체로 주인공이 되고 관객이 되는 우리는, 서로를 인생의 주인공으로 삼아 토닥거리며 앞으로도 요망스럽게 그리 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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