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der board list icon](/assets/common/header-board-list-icon-871ea5b4968af0aff7ac9000984dc947.png)
2008 9*10월호 [민우ing] 성교육, 무엇을 기대하든 이상을 보게 될 것
성교육, 무엇을 기대하든 ‘이상1)’을 보게 될 걸~!
휘경여고 1학년과 함께 한 민우회 맞춤식 성교육 참관기
하나
6월의 싱그러운 아침. 여중·여고가 한 교정 안에 자리한 휘경여고에 들어서니 푸릇하고 발랄한 기운이 가득하다. 휘경여고 1학년 학생들은 참말 좋겠구나! 민우회 성교육 쌤들(달개비, 달래, 보약, 해봐, 허브)과 함께 3-4차시에 걸쳐 성적의사소통 및 성차별에 대한 성교육을 하게 됐으니까!(>o<ㅋㅋ) 나는 미래의 성교육 강사로서(에헴!) 민우회 쌤들의 멋진 맞춤식 성교육을 참관하기 위해 두 달여간 휘경여고엘 뻔질나게 ‘다녔다.’
이 언니들과 함께 하는 성교육은 어떤 시간이 될까? 낯선 강사와 짧은 시간의 교육 안에서 속내를 드러내고 진지하게 성에 대한 고민을 나눌 수 있을까? 그들이 알고/생각하고/경험하고 있는 성이 무진장 궁금하기도 했고, 그 안에서 ‘성적 주체로서의 나’를 발견하고 힘을 키울 기반을 함께 만들어갈 수 있을지 기대 반, 염려 반인 마음인 채 수업이 시작되었다.
일단 분위기는 나름 좋았다. ‘성교육’이라는 식상하면서도 비일상적 수업 상황에서 이 언니들은 적당히 점잔을 빼며 ‘얌전하게(?)’ 수업에 임해주었던 것. 조별 작업은 성실하고도 순조롭게 진행됐고, 동영상을 시청할 때에도 제법 진지하다. 그.러.나. 이 음흉 100단 언니들이 막상 흥분 가도에 올라서면 주체가 아니 되시는 거라. 쉬는 시간의 수다 모드를 해제시키는 데엔 강사가 특별히 준비해 온 TV쇼 프로 동영상도 별 효력 발휘를 못하였고, 간혹 수업에 엄청 몰두한 언니가 뒤쪽에서 담소를 나누는 급우에게 “아, 씨X 좀 조용히 좀 하라고!!!” 겁나 무서웁게 요청(?)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하였던 것. ^^;
이 언니들의 발랄함이 성교육 내용과 만나면 또한 걸작을 탄생시킨다. 관계에서 성적의사소통이 중요함을 이야기하려고 10대의 경험을 사례로 들던 중이었다. 누군가가 “그럼 10대도 성관계 해도 되는 거예요?” 하고 묻는다. 강사는 “글쎄- 여러분 생각은 어때요?”하고 답변을 토스. 그러자 유난히 열혈 수강하던 한 언니야가 매우 자신 있게 “해도 돼요!” 한다. 오~! 이 다음 무슨 말이 이어질 것인가? 10대에게도 성적자기결정권이 있으니까? 성관계 이후에 대해서 충분히 고민하고 있으니까? 강사는 눈빛을 빛내며 질문한다. “왜 그렇게 생각해요?” 이에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이어지는 대답. “왜냐면 해도 티가 안 나니까요!” (>ㅂ<) 못 산다. ㅋ 이제 강사는 다시 한 번 ‘처녀막 신화’랄지 여성의 성경험이 남성의 성경험과 어떻게 차별적 취급을 받는지에 대해 또다시 열심히 설명을 한다. ^^;
이런 장면들도 재미있다. ‘성이란?’에 대해 조별 발표하는 시간. 발표 학생, “성이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거예요~” 그러자 다른 학생, “뭘 창조하는 데요오~?” 이에 발표 학생, “음… 그런 건 집에 가서 니네 엄마한테 물어보세요, 니가 어떻게 나왔나.”ㅋㅋ 이들에게 성은 있으되 없고, 없으되 있는 뭐 그런 것인 걸까? (’o’)
그러나 이 언니야들도 사람인지라 매일 활력 만땅인 것만은 아니다. 정규과목 수행평가를 위해 꼬물꼬물 바느질 숙제를 하거나 문제집을 가져와 푸는 모습도 보이고, 피곤에 못 이겨 애처롭게 졸고 있는 걸 보면 이 좋은 성교육이 다 무슨 소용일까, 전달하기에 너무 힘든 여건인 것을… 하는 생각도 든다.
또 다른 난감한 지점은 이 언니들의 ‘개인차’이다. ‘성’이라는 주제에 대해 한 반 38명이 지닌 지식, 경험, 관심 등이 너무 각양각색이다 보니 “오르가즘은 정확히 어떤 느낌이에요?”라는 질문 뒤엔 ‘오르가즘? 그게 무슨 말이야?’ 하는 수군거림이 따르기도 하고, ‘섹스, 젊은이를 위한 가이드’ 같은 동영상을 시청할 때엔 거부감을 느끼는 몇몇이 귀를 막거나 화면을 무시하기도 하는 것이다. 그 뿐인가. 성교육이 모두 끝난 후 받아본 평가서엔 ‘더럽다, 불쾌했다, 알고 싶지 않다’와 같은 부정적 반응들과 동시에, ‘이미 다 안다, 식상하다, 성교육 이제 제발 그만’과 같은 기고만장(?) 반응들도 적잖이 눈에 띈다. 심지어 ‘앞으론 실습(?) 위주로 해주세요!, 섹스하는 방법 알려 주세요’와 같은 실용만능주의(?) 반응들도 있는지라. 강사들은 어느 장단에 맞추어야 할지 혼란스럽지만 사실 이런 모든 의견들을 강사뱅크에서 충분히 받아 안고 소화해내야 할 부분이 아니겠는가. 이런 개인차들이 존재하는 교실 상황과 더불어 10대를 좀처럼 ‘주체’로 인정하지 않는 사회적 여건 속에서 10대의 성적자기결정권을 이야기하기란 참 복잡하고 어렵다. 더욱이 이를 서너 시간 정도의 짧은 시간 안에 이끌어내야 한다는 것은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런 오아시스 같은 평가들은 뿌듯하다. ‘잘못 알고 있던 것들이 많았던 것 같다, 소통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나도 모르게 차별 고정관념이 많이 있었다는 걸 느꼈다’ 등등. ^^*
이번 성교육을 통해 휘경여고 1학년 학생들이 성적 주체로서의 자신과 타인의 관계를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길 바란다. 민우회의 맞춤식 성교육은 앞으로도 더 많은 친구들과 당당한 성, 안전한 성, 즐거운 성을 이야기하기 위해 힘쓸 것이다. 아자자!
1) 以上 / 異常 / 理想
하나 ● 윤동주는 ‘쉽게 씌어진 시’를 부끄러워했지만
전 글이 쉽게 써졌으면 좋겠어요 ;o;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