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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9*10월호 [생협이야기] 나다운 삶이 가능한 노임홈, 홋또관
신이찬희(공기)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혼자 살아야지’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자 여러 가지 걱정과 불안이 밀려들었다. 무엇보다 아프면 어쩌지? 나이 들었을 때 어떻게 먹고 살지? 하는 걱정이 가장 컸다. 그래서 매월 일정 금액의 돈이 생기면서부터 보험을 들었다. 그리고 이십 년이 흘렀다. 병듦과 나이듦에 대한 불안과 걱정은 그때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혼자 고민하고 경제적인 것만으로 해결 가능하다 생각했던 것에서 조금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내가 노후에 대한 걱정과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건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를 상상하면서부터였던 것 같다.
생협으로 자리를 옮겨 활동한지 1년 6개월. 5박 6일 동안 일본으로 직원연수를 다녀왔다. 생협의 여러 가지 활동 중 ‘친환경 생활재1)를 공동구입하여 소비하는 활동’만 부각되고 있는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 생협은 우리나라 시민단체들처럼 지역을 거점으로 한 다양한 방식의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었다. 그 중에 특정 비영리활동법인 홋도커뮤니티 에도가와(特定非營利活動法人 ほっとコミュニティえどがわ)에서 운영하는 노인홈이 내겐 특히 인상적이었다.
홋또관(ほっと館)은 ‘휴’하고 안도하며 내쉬는 숨을 의미한다. 2004년 생활클럽 조합원과 200여 명의 후원자들이 1억 2천만 엔을 모아 설립한 3층짜리 건물에 있었다. 1층엔 사무국과 홋또맘마(ほっとマムマ)라는 레스토랑이 있고, 홋또관에서는 2층과 3층을 사용하고 있었다.
일본은 전체 인구의 1/4이 65세 이상이라 고령자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며 복지제도가 공식화 되면서 여러 가지 노인홈 시설이 확대되었다. 노인홈은 시설마다 운영방식도 다르고 추구하는 바도 다르며 폐쇄적인 곳에서는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또 대부분 시설이 개인의 의사보다 시설편의에 의해 획일적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아 많은 노인들이 원하지 않더라도 획일적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경우도 많다. 이런 사정은 우리나라 노인시설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생활클럽 조합원들이 중심이 된 홋또 커뮤니티에서는 ‘집에서 살 때와 같이 자신의 스타일로 대로 살 수 있는, 누군가 정해준대로가 아니라 무엇을 먹고 무엇을 할까 스스로 결정해서 움직이는, 획일적이지 않으면서 다양한 사람들의 욕구를 존중하는 차원의 노인홈’을 만들고 싶었고 그런 바람으로 만들어진 것이 홋또관이라고 하였다.
10명이 거주할 수 있도록 되어있는 홋또관은 현재 5~6명이 입주해 있었다. 커다란 거실은 두 그룹이 나누어 생활할 수 있도록 배치되어 있었고, 가족들이 방문했을 때 머물 수 있는 공간도 있었다. 부엌과 욕실은 공용으로 사용하고 침실은 좁지만 1인이 사용하는 침실이었다. 부엌 서랍과 거실 책장에 각자의 이름을 표시하여 개인 사물을 보관하고, 특별한 날엔 함께 모여 식사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직접 해 먹거나 아래층의 홋또맘마를 이용하여 식사도 각자 해결한다. 청소나 식사 등 생활 코디네이터의 도움을 받는 경우도 있는데, 생활 코디네이터는 청소, 식사, 목욕, 취미 활동 등 생활전반에 대해 노인들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으로 에도가와구에서 파견해 주는 우리나라의 도우미 같은 사람이다.
홋또관은 노인홈이지만 아래층에 레스토랑이 있어 지역주민들이 수시로 드나들고 개방되어 있기 때문에 폐쇄적인 공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문제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으며, 지역주민들과의 교류도 가능하다. 입주비와 관리비는 국립 노인홈보다는 비싸고, 사설에서 운영하는 시설보다는 싸다. 하지만 입주비 480만 엔과 매월 월세와 관리비로 15만 엔을 지불해야 하는 홋또관 입주가 만만치 않아 보였다. 지금 활동하고 있는 일본 생활클럽 활동가들이 고령자가 되었을 때, 홋또관 입주가 가능하냐는 질문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모습 속에서 다시 열악한 우리 활동가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자신의 방식으로 사는 것을 꿈꾸는 홋또관(ほっと館). 내가 꿈꾸는 공동체도 이와 비슷하게, 개인의 자유로운 삶을 존중하며 무엇인가를 ‘함께’ 이루어 간다는 의미를 느낄 수 있는 공동체이다. 쉽지는 않겠지만, 느릿느릿 모두가 안도의 한숨을 내 쉴 수 있을 때까지 꿈꾸고, 상상하고, 행동한다면 언젠가 멋진 우리의 홋또관(ほっと館)도 이루어질 것이다.
“혼자 꾸는 꿈은 꿈일 뿐이지만 여럿이 꾸는 꿈은 현실이 됩니다.”
1) 생협에서 공급되는 물품들을 “생활재”라고 합니다. 처음에는 물품, 물건, 생활용품 등으로 불렸으나 1996년부터 ‘생협의 상품은 단순한 공급사업의 취급품이나 그것을 통해 수익을 올리는 수단이 아니라 조합원들의 희망이 집약되어 나타난 생협활동의 결정체’라는 의미에서 여성민우회 생협은 다른 생협과 달리 독자적으로 “생활재”라고 말합니다. 즉, 일반 상품은 돈을 주고 사고 파는 물품이지만 생활재에는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의 관계가 살아 숨쉬는 ‘활동’이 담겨있습니다. 단순한 소비의 차원을 넘어 누가, 언제, 어떻게, 어떤 필요에 의해 만들었는지 관심을 가지고 선택하며, 스스로 필요로 하는 물건들을 제안하여 만들어갑니다.
신이찬희(공기) ● [email protected], 여성민우회 생협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소통할 수 있는 공동체를 이루는 꿈을 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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