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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9*10월호 [세계 차 없는 날 기념] 자전거가 생겼어요
곰
처음부터 범상치 않은 예감이 들었다. 모모람 회의에서 「페달을 밟고 언니가 간다 - 그녀들의 그린 캠프」에서 열릴 퀴즈대회의 상품이 자전거 한 대라는 이야기를 듣는 순간, 나는 그 자전거가 반드시 내게 올 것만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웅차(제 자전거의 이름입니닷)’는 나의 것이 되었다. 히죽.
패자부활전까지 거쳐 만난 웅차다. 내가 맞힌 문제의 대부분은 알고 맞힌 것이 아니었다. “자전거 타이어나 브레이크 등의 점검은 한 달에 한 번씩 해야 한다”라는 문제에 나는 자신 있게 X를 택했다. 한 달에 한 번씩이나? 한 일 년에 한 번쯤 하면 되잖아?!라는 것이 나의 생각. 정답이 X이기는 했다. 하지만 그 이유가 ‘탈 때마다 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문제지. 운이 좋았다. 이게 다 웅차가 내 것이 될 운명이었기 때문이라고 굳게 믿는다.
요즘 자전거 타기가 붐이다. 가끔 퇴근길에 한강다리를 걸어서 건너다보면 내 옆을 지나는 자전거들이 얼마나 많은지. 헬멧에 장갑 등 안전장비를 제대로 갖추고, 속도가 잘 난다는 폭이 좁은 바퀴의 자전거를 타고 슁- 지나가는 ‘자출족(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은 요즈음 내 선망의 대상이다. 생각해 보면 어릴 때에는 자전거 타기가 거의 생활이다시피 했었는데. 요즘도 저녁이 되면 우리 아파트 단지 마당엔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꼬마 녀석들이 많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가방 던져 놓고 골목길로 나가 어두워질 때까지 자전거 타는 게 일이었는데. 어쩌다가 습관에서 이렇게 멀어진 걸까.
웅차가 집으로 배달된 후 이틀 동안은 야근 때문에 시승 기회를 갖지 못하다가 명절을 쇠기 위한 장을 보러 토요일에야 웅차를 끌고 집을 나섰다. 마트까지 단숨에 달려갈 생각을 하면서. 그런데 이 생각은 아주 쉽게 깨졌다. 일단 우리집은 언덕 위에 있다. 언덕이 가파른 곳에서는 자전거를 타는 게 좀 위험하다. 가파른 언덕이야 자전거를 끌고 지나가면 된다지만 너무 좁은 인도는 어떻게 하란 말이냐고요. 자동차들이 붕붕 다니는 차도를 자전거로 지날 만큼 실력이 좋지 않은 사람은 어떻게 하냐고요. 지하철 환기구가 인도의 98%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구역이 태반이니 이래서야 원 웅차와의 아름다운 동행을 꿈꿀 수 없다. 결국 나는 마트까지 그리고 마트에서 집까지의 거리 중 대부분을 자전거에서 내려 끌고 걸어야 했다.
게다가 마트까지 어찌 어찌 갔다고 치자. 자전거를 묶어 둘 곳이 없다. 두둥.
자전거 도로가 너무 절실하다. 자전거 정거장도 좀 더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은 너무 많은데 자전거를 잘 탈 수 있는 환경은 너무 만들어져 있지 않다. 자전거를 타면 건강해지고, 돈도 절약되고, 환경도 지킬 수 있는데 단지 인프라가 척박해서 이 모든 장점을 포기해야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나는 웅차와 함께 내 생활이 많이 바뀔 수 있었으면 좋겠다. 늘 소파에 등 붙이고 있던 주말에서 벗어나 대문 밖을 좀 더 자주 나서고, 한 달에 한 번 대형마트에서 왕창왕창 해결하던 장보기(이런 장보기는 은근 낭비가 많아요!)도 웅차와 함께 조금씩 자주 했으면 좋겠다. 자동차가 다니는 길 말고 다른 작은 길에 더 관심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사는 동네와 친해지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나는 돈암 초등학교(우리 동네 초등학교입니닷) 운동장에서 열심히 연습해야 하고 자전거 타기를 생활화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내 노력만으론 2% 부족하다. 안전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는 도로, 자동차보다는 보행과 자전거를 이용한 이동에 관심을 갖는 도시가 되었으면 좋겠다.
곰 ● 자전거 바구니에 동그란 빵과 꿀, 사과를 싣고 룰룰 떠나는 소풍은 모든 곰들의 로망이거늘…. 겨울이 오기 전에 자전거에 좀 더 능숙해지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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