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1*12월호 [민우ing] 장기요양보험 시행 3개월, 변화된 현실의 목소리를 전하다
여진
2008년 7월, 장기요양보험제도 시행으로 노인복지 정책이 본격화되었다. 그동안 저소득층 노인을 대상으로 선별적으로 이루어져왔던 것이 이제는 소득계층에 상관없이 장기요양을 필요로 하는 노인 누구나 사용 가능하기 때문이다.1) 이러한 보편화 과정에서 가장 크게 변화한 것 중의 하나는 ‘노인복지’라는 사회공공 서비스가 제공되는 공급체계의 변화이다. 이전까지 비영리 기관(자활, 복지재단 등)에서 제공하던 노인복지 서비스가 장기요양보험제도에서는 자격 제한 없이 장기요양서비스 제공자(요양보호사) 3명과 시설 설비 요건만 갖추면 영리기관이든, 비영리 기관이든 상관없이 서비스 제공 기관2)이 된다.
문제는 이러한 복지서비스 공급체계의 변화가 서비스 이용자(노인)와 서비스 제공자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며, 그에 따라 서비스 ‘질’과는 어떠한 관련성이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민우회는 장기요양보험제도 전달체계의 주요한 행위자들(서비스 이용자와 제공자)에 대한 심층 인터뷰를 통해서 서비스 공급 체계의 변화가 서비스 전달체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살펴보았다. 제도 시행 한 달 이후인 8월에서 9월까지 2달 동안 여성노인과 요양보호사를 중심 대상으로 하여 서비스 이용자 가족과 장기요양서비스 제공 기관까지 포함하여 총 60명을 면접 조사 하였다. 면접 조사 전반에 대한 이야기와 개별 사례들이 가지고 있는 무수한 이야깃거리는 잠시 접어두고, 여기에서는 서비스 공급체계의 변화가 전달체계의 주요한 행위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중심적으로 이야기 하고자 한다.
“업체가 너무 많은게 문제예요”
지금 어쨌든 이런 업체가 너무 많다는 게 문제예요. 너무 많은 게. 제일 문제는…<중략>…그러니까 요양보호사 선생님을 데리고 있어도. 요양보호사들은 대상자가 당분간 없으면 그 사람들 떠나는 거죠. 떠난 상태에서 또 요양보호사 선생님 없는데 대상자 전화가 오면 연결을 바로 못 시켜드리는 거고(사례 59, 영리재가서비스센터 관리자).
장기요양서비스 제공 기관에 대한 일정한 제한과 선별 기준이 없는 지금의 상태는 이용자는 적고, 제공 기관만이 넘쳐나는 과잉 공급 상태로, 각 방문요양 기관은 그 지역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이용자 유치를 위한 치열한 싸움 중이었다. ㄷ지역의 방문요양기관 인터뷰를 갔을 때, 제도 시행 이전인 6~7월에 20개에 달했던 그 지역의 방문요양 기관이 8월에는 9개만 남고 모두 문을 닫았다고 했다. 과잉 공급이 되면 무한한 서비스 경쟁을 통해서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정부의 예측과는 달리, 각 기관은 서비스 질 개선에 들어가야 할 인건비나 운영비를 이용자 유치를 위해서 이용자 본인 보험료를 대신 내준다거나 의료 용구를 구입하여 주는 방식으로 살아남기 전략을 취하고 있었다. 일단 어떻게든 살아남는 것이 중요한 문제인 것이다.
“너희들이 잘못하면 다른 데로 옮기겠다”
다른 한편으로 이러한 과잉 공급 상태는 서비스 이용자와 서비스 제공자간의 관계를 불균등하게 만들고, 서비스 제공자인 요양보호사의 노동조건을 불안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제도 생기면서 그 전에 받으시던 분들이, 그 분들도 이 제도가 어떻다는 내용은 잘 알거든, 잘 알더라고요. 그러면서,‘너희들이 이렇게 잘못하면 나 다른 데로 옮기겠다.’ 그리고 다른 데로, 당신이 옮기겠단 소리 안 해도 다른 데에서 전화를 찔러 가지고 <웃음> ‘여기로 오시라, 저기로 오시라.’ 그런 것들이 많이 있더라고요. 저희 같은 경우도 3, 4년 일 했는데 자그마한 오해로 인해서 딱 그쪽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있었어요. 센터 간에 저것(경쟁)도 좀 더 심할 수 있죠. 전화해 갖고 저희가 어떻게 해드리겠습니다 오세요. 뭐 경쟁사다 보니까 그럴 수 있는데… 그 사례 가지고 사무실에서는 ‘잘해라.’ 이제 저희들에게 약간 압력 아닌 압력을 주죠(사례 53, 비영리방문 요양보호사).
이 일 하면서 관리자들도 그럴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우리 입장도 생각해 주고 이렇게 처리를 해야 하는데 거의 수혜자 입장에서 일처리를 거의 그렇게 진행이 되더라고요, 보면. 뭐. 사건이 생겼다하면 무조건 ‘어머님들 잘못이다.’ 생각하고 <웃음> 잘못도 아니죠. 아주 사소한 거죠. 가정적인 일이니까. 거의 여사님들 얘기는 뒷전이고 수혜자 말만 먼저 듣고 수혜자 위주로 흘러가고. 어차피 수혜자가 왕이긴 하지만. 그래도 서로 공존하는 관곈데 완전히 그렇죠(사례 53, 비영리방문 요양보호사).
서비스 제공 기관의 살아남기 전략에서 우선순위는 ‘이용자가 원하는 대로’이다. 이용자가 원하는 서비스 내용, 이용자가 원하는 서비스 시간, 이용자의 과도하거나 불쾌한 대우에 대해서도 요양보호사의 입장을 대변해야 할 기관은 고객 유치에 실패할까봐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제일 문제가 되는 게 요양보호사를 무슨 파출부 쓰듯이 쓸려고 하는 게…”
노인 돌봄서비스는 대상자와 제공자의 일대일 관계에서 전달되는 관계적 노동의 특성을 가지고 있어 무엇보다도 대상자와 제공자와의 수평적인 관계형성이 중요하며, 수평적인 관계에서 질 좋은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다.
그러나 많은 사례에서 요양보호사들은 낮은 사회적 대우(임금 등)와 왜곡된 사회적 인식으로 인하여 자아존중감과 업무 만족도가 낮아지고 있는 현실이다.
제일 문제가 되는 게 요양보호사를 무슨 파출부 쓰듯이 쓸려고 하는 게, 그 자체가 제일 큰 문제예요. 제가 생각해도 그거 정말 심각해요. 보호자들은 그걸 모르니까, 공단에서는 말하기도 곤란하니까 ‘우리 같은 업체하고 이야기를 하세요’ 이렇게 이야기를 한데요. 그런데 가서 ‘저희는 파출부와 다르다’ 이렇게 얘기를 하면, 그러면 굉장히 기분 나빠해요(사례 38, 영리방문 요양보호사).
센터장하고 대상자보호자한테 좀 그렇게… 사람이 갈 때는 이런, 저런 거 경계를 정해서 미리 말해줬으면 좋겠어요. 전혀 얘기를 안 하고, 그쪽에서 요구하는 대로 하라 이런 식으로 얘기하더라고요. 그래서 막상 부딪히면… 식모 취급을 해. 우리를 파출부인 줄 알아. 일을 너무 많이 주니까 그 시간에 일을 다 못한다는 거예요. 그러다가 맘에 안 들면 일 못 한다 사람 바꿔 달라 그럴 거 아니에요(사례 45, 영리방문 요양보호사).
특히 재가 방문요양은 서비스가 이루어지는 공간이 개별 가정이기 때문에 서비스 제공자와 이용자와의 수평적인 관계 형성을 위해서는 사회 전반적인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빗나감을 되돌려 놓기
복지가 사회 공공성을 뜻하는 그 당연한 사회적 전제가 빗나가고 있는 현실이 장기요양보험제도 시행 3개월의 현실이다. 공공성을 대신한 경쟁을 통한 효율성은 이미 장기요양보험제도를 심하게 왜곡시키고 있으며 노인복지의 공공성이 마련되기 위한 정부 역할만이 시급할 뿐이다. 지역의 노인인구 대비 제공기관이 얼마나 필요한지에 대한 수량체계 조사가 필요하고 이에 따른 제공기관에 대한 선별 기준을 마련하는 것에서부터 더불어 요양보호사에게 정당한 사회적 대우를 위한 정부의 노력, 경증의 노인이라도 서비스를 받고자 한다면 받을 수 있도록 대상자 폭을 확대하는 것까지… 참 많다. 너무 많아 어디서부터 시작할 것인지 고민스럽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이 많은 것을 어떻게 정부가 하게 할 것인가에 대한 묘책을 찾는 것이 2008년 겨울의 급선무일 듯하다.
1) 장기요양보험제도는 65세 이상의 노인과 노인성질환을 가지고 있는 자가 장기요양 등급(1~3등급) 판정을 받은 사람이 적용대상이다. 적용 대상이 전체 노인 인구의 3%로 매우 협소한 것은 제도 시행이전부터 제기되어 왔던 문제로 적용 대상의 확대는 계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는 문제이다. 여기에서는 예전에는 소득계층에 따라 제도 이용이 제한되었던 것이 이제는 소득계층을 기준하지 않고 접근 가능해진 부분을 이야기 하는 것이다.
2) 장기요양서비스는 크게 노인전문요양시설, 요양원 등의 시설과 재가방문요양기관으로 나눌 수 있고, 여기에서의 기준은 재가방문요양기관의 설립기준이다.
여진 ● 세계지도가 그려진 커다란 저금통을 선물 받았어요.
그 저금통에 500원짜리가 더 이상 들어가지 않는 날,
세계지도로 날아갈 꿈으로 500원짜리 동전 모으는 중,
기부 받아요~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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