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1*12월호 [민우ing] 예산분석네트워크, 첫발을 내딛다
주가이
예산분석네트워크 활동 시작
지난해 지역민우네트워크에서 예산분석네트워크라는 별도의 조직을 만들자는 제안이 있었다. 예산분석 운동에 뜻을 같이 하는 지부들이 함께 운동을 만들어 가보자는 의도였다.
예산분석 네트워크는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연구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참여가 가능한 지부를 중심으로 현재 본부를 비롯하여 고양, 광주, 군포, 서울동북, 진주, 춘천 지부의 참여로 시작되었다.
이렇게 생겨난 예산분석네트워크는 사실상 ‘생활정치를 건강하게 하는 여성모임(이하 생강모임)’의 후속모임이다.1)
일반 정책에 대한 성인지적 예산분석 시도로
첫걸음을 떼다
예산분석네트워크는 성평등 정책 외에 일반 정책에 대한 성인지적 분석을 첫 출발로 삼았다. 지역별로 일반 정책 중 지역의 핵심과제 또는 성인지적 관점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정책에 대한 성인지적 분석을 시도하였다. 분석 대상 지역은 고양시, 광주광역시, 군포시, 서울특별시, 서울시 도봉구, 진주시, 춘천시 등이다. 분석 대상이 된 사업과 정책은 고양시 저소득주민 주거지원 정책, 광주시 문화예술교육 확대 사업, 군포시 생활체육지원사업, 서울시 디자인서울거리조성사업, 서울시 도봉구 복지·보건 정책, 진주시 건강도시 만들기 사업, 춘천시 노인일자리 지원 정책 등이다.
현재 중립적으로 분류되는 다양한 정책과 사업의 성인지성의 현주소를 살펴보기 위해 서로 중복되지 않는 주제를 몇 차례의 네트워크 논의를 거쳐 선정하였다. 각각의 주제가 달랐기 때문에 공동의 분석틀을 사용한 분석은 불가능하였고 대신 예산과 정책의 성인지성에 대한 분석을 기본으로 각각의 상황에 맞게 가능한 한도에서의 수혜자귀착분석2)을 시도하였다. 하지만 성별분리통계의 부재, 공무원의 성인지력 부족 등의 근본적인 한계에 부딪히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만 하였다.
성평등 교육의 사실상 부재
담당부서 공무원의 성평등교육 이수현황 조사 결과 5개 지자체 중 3개에 해당하는 군포시와 서울시, 진주시의 공무원이 어떠한 성평등교육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고 성별영향평가와 성인지예산제도 교육의 경우는 조사가 이루어진 4개 지자체 모두에서 교육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책의 성별 수혜율의 불평등
군포시의 초등학생과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생활체육프로그램의 경우는 축구, 농구 등 전통적으로 남학생들이 선호하는 프로그램으로 한정하여 진행하고 있었다.3) 특히 58.14%의 가장 큰 예산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대회지원 예산의 경우 종목별로 참가자의 성별현황을 조사한 결과 남성이 71.33%, 여성이 28.66%의 평균 참가율을 보이고 있었다.
광주시 ‘문화학교 사업’의 주강사는 남성의 비중이 높고 보조강사는 여성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때문에 강의시간은 남성이 전체의 24.19%, 여성이 75.81%를 차지하고 있었으나 실제 배정된 예산은 남성이 27.75%, 여성이 72.25%를 차지하고 있었다. 결국 시간당 평균 강사료에서 남성이 28,702.88원, 여성이 23,844.52원으로 시간당 약5만원의 차이를 보였다.
춘천시 ‘노인일자리지원사업’의 경우 상대적으로 고임금노동인 교육형 일자리 참여자는 남성이 27.6%로 여성의 22.6%보다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또한 70세 이상의 경우 여성노인의 비율이 높은데도 일자리 사업 참여자는 남성노인이 높은 비율을 보이고 있었다. 이는 여성노인을 위한 일자리가 대부분 육체노동을 하는 직종이기 때문으로 대부분이 만성질환에 시달리고 있는 여성노인은 연령이 높아질수록 건강상의 이유로 일자리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여성노인들은 노인일자리에 있어서도 저임금 육체노동의 노동시장으로 내몰리고 있었으며 그마저도 70세 이상이 되면 노동시장에서 아예 소외되고 있었다.
서울시 도봉구의 노인지역봉사활동사업의 경우는 노인복지법 제4조 ‘노인복지 보건에 대한 시책’에 의해 남녀 구별 없이 지급되어야 하는 예산임에도 불구하고 ‘할아버지 사회봉사료’ 예산만 책정되어 있었다. 이는 노인 여성인구가 점차 늘어나고 있고 그들의 활동력도 증가하고 있는 사회적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 몰성적 정책으로 평가된다.
성별 특성을 반영하지 않은 정책
고양시 저소득주거지원 정책의 경우 보다 근본적으로 저소득 여성가장세대를 위한 성인지적 관점의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 보통 여성가장들은 월세의 형태로 원룸에 거주하며 비용은 보증금이 없는 것부터 1,000만원 정도까지 다양했으며 월세는 평균적으로 30~40만원을 부담하고 있었다. 이들의 급여는 주로 80만원~100만원 사이였는데 이 금액으로 월세를 지불하면서 아이를 양육하기란 매우 어려워 얼마 가지 않아 신용불량 상태에 빠지는 경우가 많았으며 때문에 이사도 매우 자주 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따라서 고양시는 여성가장들의 최소한의 주거권을 보장하기 위해 고양시 자체의 기존주택 매입임대나 전세임대 정책을 도입할 필요성이 있다.
중립적인 정책임을 강조하는 관행
여성정책을 제외한 일반 정책에 대해 중립적인 영역으로 인식하는 경향은 성인지적 예산과 정책수립을 어렵게 하는 커다란 벽으로 작용했다. 디자인서울거리조성사업을 성인지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접촉한 공무원들은 하나같이 성별에 따른 차이가 어디 있냐, 거리를 조성하는 사업에서 어떻게 성차별이 나타날 수 있냐는 반응이었다. 서울시 디자인 정책 안에서 여성은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하이힐을 신고 다니는’ 교통약자로서의 존재 이상의 의미를 찾아볼 수 없었다. 그마저도 도로관련 또는 시설관련 정책과 사업에서만 일방적인 정책대상으로 존재하고 있을 뿐이고 그 외의 정책에서 여성은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성인지 예산제도의 도입은 성주류화의 중요한 기회
일반예산에 대한 성인지적 분석은 성중립적으로 보이는 일반예산 또는 주류예산의 의도하지 않은 불평등 요소를 제거하여 대부분의 예산 중 99% 이상을 차지하는 일반 예산의 성별배분을 분석하여 분배구조를 전환하고자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예상했던 바와 같이 공무원들의 성인지적 관점의 부재와 성별분리통계의 미비 등으로 인한 효과적인 분석도구의 부재에서 비롯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사실상 이번 분석은 이런 현실을 다시 한 번 절감하는 과정이었다.
국가재정법의 개정으로 2010년부터 시행되는 성인지 예산제도는 여성을 위한 별도의 분리된 예산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예산분석의 한 범주로 젠더를 통합하여 성별에 따른 예산 분배 구조를 가짐으로써 예산과정의 결과에 있어 성 형평성을 증진하고자 하는 것이다. 성인지 예산제도의 도입 준비과정이 현재 중앙정부를 중심으로 진행되면서 정책결정과정에 따라 일방적이고 기계적으로 실행되는 악순환을 막기 위해 지자체도 제도의 시행에 앞선 다양한 준비 작업이 필요함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예산의 전 과정에서 젠더관점을 도입하여 성 형평성을 증진하는 성인지 예산제도의 도입을 위해 민우회는 지방자치단체에 다음을 제안하였다.4)
첫째, 성 인지 정책과 예산 수립을 위한 성별 분리통계가 구축되어야 한다.
둘째, 정책의 수립단계에서부터 성별에 따른 기초조사를 수행하여야 할 것이다.
셋째, 성별영향평가를 적극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넷째, 공무원의 성평등 교육을 확대하여야 한다.
다섯째, 성인지예산제도 도입을 위한 지방재정법의 개정 및 지자체 조례의 제·개정 등 법적 기반을 마련하여야 한다.
여섯째, 정책 수립·시행·평가 전 단계에 시민과 전문가의 참여를 보장하여야 한다.
1) 2001년 한국여성민우회(이하 민우회) 10개 지부의 회원 40여명이 지방자치단체 여성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겠다는 의지로 결성하였던 조직이 생강모임이다. 2001년 이후 성인지적 예산분석 운동을 주도했던 생강모임은 2005년 성별분리통계 등 성주류화의 기반 부족이라는 현실적 한계에 부딪혀 조직적인 활동을 중단하였다. 이후 지부가 독립적인 예산분석 활동을 벌여오다가 다시 예산분석네트워크를 통해 조직적인 활동을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2) 수혜자 귀착분석은 정책의 효과에 대한 성인지적 분석을 위한 방법으로 정책이 성별에 따라 어떤 결과를 귀착시키는지를 분석하는 것이다.
3) 일반인 대상의 생활체육프로그램지원 예산은 프로그램 운영 시간을 고려해 에어로빅, 수영, 탁구, 배드민턴 등 여성을 위한 프로그램을 비교적 많이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상반된 결과를 보였다.
4) 예산분석네트워크에 참여하고 있는 각 지부는 예산분석 후 지자체와의 간담회를 통해 분석결과를 공유하고 성인지 예산지도 도입의 기반 마련을 위해 제안하는 자리를 가졌다. 자세한 내용은 ‘한국여성정책연구원 학술연구용역사업 최종보고서-지방자치단체 예산분석과 성인지 예산제도 활성화 방안’을 참고하세요.
주가이 ● 겁없는, 별 생각없는, 게으른 인간. 그러나 생각도 많이 하고
머리도 많이 써야 하고 바쁘게 살아야 하는 내 자신에게서 벗어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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