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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11*12월호 [민우칼럼 창] 마포 성산동에서 새로 태어나겠습니다
권미혁
민우회가 마포로 이사했습니다. 이사를 하고 보니 그동안의 민우회의 (사무실)역사가 주마등처럼 스치네요.
1987년 서대문 자그마한 사무실 3층에서 민우회 운동은 시작되었습니다. 미동초등학교 건너편 골목을 한참 올라가면 있던 빨간 벽돌 3층 건물이었구요. 겨울에 조개탄 비슷한 난로를 땠던 기억이 나네요. 참고로 그때 상근활동비가 5만원이었답니다. 서대문 경찰서에서 수시로 사찰목적으로 드나들었죠.
그 후 장충동사무실로 이사했지요. 장충동 사무실은 민우회 생협과 가족과성상담소가 만들어진 산실이었습니다. 지부들도 이때 많이 만들어졌습니다. 민우회의 주요한 골격이 만들어진 곳이지요.
다음으로 종로구 평동 서울시 교육청으로 이사해 민우회는 꽤 오래 살았더랬습니다. 미디어운동본부가 부설로 여기에서 독립했구요. 20주년 기념식도 치렀던, 새로운 여성주의 운동의 산실 구실을 했던 곳입니다. 교육청 건물에는 수시로 교육관련 시위가 벌어져서 시위 참가자들에게 각종 물품을 빌려주곤 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리고 이제 마포구 성산동에 (전세가 아니라) 우리 집을 마련했습니다.
민우회가 처음부터 자기 건물을 짓기로 생각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서울시 재개발계획으로 인해 교남동에 세들어 살던 건물이 헐리게 된다는 소식에 전세를 알아보던 저희에게 집을 짓도록 용기를 준 것은 이사님들이었습니다.
이사님들은 안정적인 운동공간의 필요성을 역설하시면서 겁내는 저희의(그리고 여성들의) 배포 작음을 지적하시기도 했지요.
그래도 선뜻 용기가 나지 않던 우리에게 시민사회 4단체가 같이 모여 건물을 짓는 프로젝트가 제안되었구요. 여러 가지 점에서 우리는 이 프로젝트가 민우회에 또 한번의 기회가 됨을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우리가 결단할 수 있었던 것은 아낌없는 후원을 해준 회원들과 후원자들이었습니다. 그들의 격려와 참여를 보고 저희는 용기를 낼 수 있었습니다.
이번 과정에서 우리는 ‘이사도 운동이다’라는 말을 자주 했습니다.
그냥 건물을 옮겨가는 것이 아니라 이사를 통해 새로운 운동으로 나아가자는 일종의 다짐이었습니다.
우선 다양한 운동을 하는 그룹(녹색교통, 함께하는 시민행동, 환경정의)과 민우회가 같이 있음으로 해서 운동의 경계를 허무는, 소위 요즘 유행하는 통섭을 실천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다음으로 이사를 통해 민우회가 마포지역커뮤니티에 참가하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평동이나 장충동은 그냥 민우회 사무실이 있는 지도상의 번지 이상의 의미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마포의 지금 집은 조금 다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잘 알다시피 마포 성미산은 지역운동이 매우 활발한 곳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미 반쯤 지역 커뮤니티의 일원이 되었습니다. 지하에 지역주민들과 같이 할 소극장을 마련했기 때문이지요. 소극장이 지역주민들과 호흡하는 마포의 랜드마크로서의 기능을 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민우회는 벌써 마포 회원 모임과 ‘성평등한 그린 마포 만들기’를 위한 조사 작업을 진행하였습니다. 마포지역과 민우회의 운동이 어떤 모습으로 만날지 모두 지켜봐 주세요.
사람 일생 평생 한 번밖에 집을 못 짓는다고 합니다. 그만큼 어려운 일이라는 것이지요. 민우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사가 쉬운 일은 아니었구요. 속상한 일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늘 그랫듯이 이번에도 민우회는 또 하나의 일을 저질렀습니다. 남들이 잘 안 내리는 어려운 결정을 내리면서도 늘 그것을 조직과 사람의 힘으로 극복해왔던 우리. 많은 회원들과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집이 지어진 만큼 앞으로 남아있는 온갖 어려움을 회원들의 정성으로 이겨낼 것입니다.
참, 12월 9일에는 네 단체와 함께 여는 나루개소식이 있구요, 13일에는 민우 회원들과 함께하는 회원 송년회 겸 개소식이 있어요. 많이 오셔서 즐기세요. 올 때 선물 사갖고 오시는 것 잊지 마시구요. 벌써 한 활동가가 선물받을(?) 물품 목록을 만들어놓았답니다. ^^ 민우회 회원 여러분 그동안의 성원 다시 한 번 정말 정말 감사드려요.
권미혁 ● 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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