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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11*12월호 [생협이야기] 우리 밥상의 ‘봄’을 위한 사뿐한 한 걸음 바른 식생활 배워서 남주자!
백지인
“농약을 친 것이 아니래. 우리밀로 만든 거래. 다른 데보다는 안전하대. 암튼 먹어봐, 뭔가 달라.”
처음 접한 여성민우회 생협은 그저 ‘나쁘다’, ‘좋다’라는 말로 밖에 표현할 수 없었지만, 유혹되기 쉬운 음식에 노출되어 있는 상황에서 아무나 먹는 것이 아닌 좀 더 특별한 선택을 했다는 자부심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다른 생협도 있었지만 여성단체라는 것에 뭔가 내 안에 풀리지 않는 여성으로서의 기대감도 있었다.
초보 조합원인 나에게 여성민우회 생협은 거대한 조직 혹은 입담과 재주가 가득한 사람이 모이는 공간이라는 생각에 그리 편안하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마음과 몸이 게을러질 때면 내 안의 교만함을 되돌아 보게 했고, 낮보다 밤에 만나는(다른 상상은 금물!) 친구들까지 생겨 나를 우쭐하게 만들었다. 다양한 강좌와 소모임 등으로 ‘나’를 다시 바라보게 하고 남의 시선에서 좀 더 자유로운 ‘나’를 만들게 했다.
소모임 ‘봄1)’ 활동을 하면서 작년 이맘때 시작한 ‘바른 식생활 교육’은 마음과 몸이 실천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강사로 오신 팔당올가닉푸드 김병수 생산자의 이야기는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다. “‘달팽이는 원래 느리다’라고 하는건 사람이 자기 속도에 달팽이를 비교해서 그렇다는 것이지, 사실 달팽이는 자기 나름대로 분주히 움직이고 있잖아요.” 내가 다른 것과 비교하고 있지 않나 삶을 돌아보게 했고, 나중에 아이들과 바른 식생활 수업을 할 때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배워서 남주자’가 아닌 ‘배우면서 도움받자!’로 하고 있던 공부는 곧바로 현장으로 연결되었다. 고양여성민우회생협 ‘바른 식생활 교실’이 고양시 교육사업으로 채택되었다. ‘친환경농업과 바른 식생활 교육’으로 한 학교에서 일 년에 세 번 수업을 하게 된 것이다.
5월에는 “내 책상위에 논이 있어요”라는 주제로 홍성 생산자분들을 모시고 아이들이 직접 유기농 모를 심어 보았다. 두 번째에는 쌀의 우수성을 알리고 설탕과 식품첨가물과의 유해성 실험을 하면서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식품첨가물 실험은 아이들에게 인기가 있었다. 역시 말이 필요 없다. 아이들에게는 직접 보여주는 것이 제일 좋은 교육이다. 유기농 볍씨를 가장 잘 키운 학생에게 쌀 선물을 주기위해 다시 학교를 찾았을 때, 학교마다 반마다 분위기도 달랐다. 아이들과 교사의 관심에 따라서 얼마나 많은 변화를 가져 올 수 있다. 알곡이 빼곡히 박힌 벼를 보기 위해서는 자연이 주는 고마움도 있지만 사랑과 정성이 빠질 수가 없다.
가을에는 ‘축산’ 이라는 주제로 세 번째 교실을 열었다. 공장형 축산과 유기적 축산에 대해 아이들과 영화를 보면서 이야기를 풀어냈다. 오랜만에 만났는데도 아이들은 봄에 수업한 내용을 잊지 않고 세부적인 첨가물 이름까지 기억하고 있었다. 아이들의 기억력에 새삼 놀라면서도, ‘바른 식생활 교실’이 지속된다면 ‘바른 식생활 문화’도 정착되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해본다.
지금의 식생활 문화에서는 점점 더 먹거리 선택이 자유롭지 않다. 특히 아이들 가까이에는 ‘좋은 먹거리’보다 ‘좋지 않은 먹거리’가 더 많다. 얼마 전에는 시중과자에서 공업용으로 쓰이는 멜라민이 검출돼 전국민을 경악케 했고, 멜라민이 아니더라도 각종 색소 및 향을 내는데 사용되는 식품첨가물을 아이들은 과자를 통해서 고스란히 섭취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들 스스로 과자의 유혹에서 벗어나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바른 식생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또 몸이 바로 서야 학문, 지식 등이 가능하기 때문에 바른 식생활은 사람살이에 근본이기도 하다. 아이들이 바른 식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어른들의 양심선언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나의 식생활강사 데뷔는 바쁘고 어설펐지만, 식생활강사로서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전달하는 것도 작은 실천이라고 스스로 위로하며 보람차게 마무리하였다. 그리고 교육은 ‘아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행동에 옮기는 것’이 중요하지 않은가. 바른 식생활 교육이 아이들뿐만 아니라 나에게도 변화를 가져왔다. 육식을 선호했던 우리집 식단에 채식 바람이 솔솔~ 불어오기 시작했고 유제품에 많이 의존하던 생활에서도 조금은 자유로워졌다. 내가 아이들에게 이야기한 부분에 대한 양심적 거부랄까? 언제나 적절히 타협하던 외식 충동에서 훨씬 분명한 선택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용기를 가지고 사소한 것부터 실천해간다며 우리 밥상에도 솔솔 봄이 오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결국 나의 삶과 영혼을 바꿀 수 있는 사뿐한 한 걸음이 아닐까?
1) ‘봄’은 고양여성민우회 생협 ‘바른식생활강사모임’입니다. 봄같이 건강하고, 행복한 먹거리 문화를 위해서 ‘바른 식생활 교육’을 진행합니다. 3년전부터는 생협 조합원뿐만 아니라 고양시 관내의 초등학교와 어린이집에서도 바른 식생활 교실을 열고 있습니다.
백지인 ● 고양 여성민우회생협 조합원
나의 변화에 용기를 넣어준 그녀들…. 고양 여성민우회생협 ‘봄’처녀들이 있어서 참 좋다. 그녀들과 함께 한 경험들을 앞으로 하나하나 소중하게 풀어나가며 동행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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