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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2월호 [쟁점과 현안] 막장사업, 경인운하
다시 운하라니. 어처구니가 없다. 어떻게 이렇게 아무렇지 않은 듯, 다시 운하를 이야기하는지 그 뻔뻔함에 박수라도 보내야할 판이다. 이제 우리는 정부가 무슨 말을 하든지 맘 편하게 믿지 않을 수 있게 되었다. 여기서는 곧 착수할 모양새를 갖출 경인운하의 문제점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
경인운하는 서울 강서구 개화동에서 인천 서구 시천동을 거쳐 서해로 흘러드는 인공물길로서, 길이18㎞(방수로 포함), 폭80m짜리의 대수로 계획이다. 경인운하 건설이 시작된 것은 1987년 7월 굴포천 유역에 대규모 홍수가 발생하고 부터이다. 홍수 재발 방지를 위해 제시된 굴포천 방수로 사업은 이후 건설교통부(이하, 건교부)의 개입으로 경인운하로 변질되었다. 1995년, 정부는 경인운하 사업을 민간투자유치 대상사업으로 선정하였고, 1999년에 8개 건설회사가 (주)경인운하라는 이름의 컨소시엄을 구성해 본격적인 사업에 착수했다.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하는 점은 경인운하로 변질시킨 건교부의 개입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이다. 2003년의 감사원 감사 결과 건교부는 홍수 대책을 위한 2안(너비 80m 방수로)을 밀어붙이기 위해 매립지 경유 공사비 447억원과 하류 하천 개수비 296억원 등을 의도적으로 빠뜨려 공사비를 1200억원이나 축소 왜곡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처럼 경인운하는 출발부터 문제를 안고 태어난 사업이다.
이후 경인운하 사업에 대한 경제성 분석 논란이 일자, 건교부는 2002년 KDI에 사업타당성 분석을 의뢰하게 된다. 하지만 KDI의 경제성 타당도 조사 분석결과는 B/C값(비용 대비 편익 비율) 0.81(1이하면 경제성 없음을 의미)이 나왔고, 그러자 건교부는 최종보고서 납품거부와 연구비 지급을 미루면서까지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여 경제성 분석결과를 심각하게 왜곡(총사업비를 2조 2,447억원을 1조 9,770억원으로 축소, 국고 지원을 2,600억원에서 5,337억원으로 과다변경)하였다. 이러한 사실이 2003년 감사원 결과 드러나, 감사원은 당시 담당 공무원들에게 징계 또는 경고조치를 권고하였고, 경인운하 사업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지시한바 있다. 여기서 감사원의 감사결과를 잠시 인용해 보자.
1. 이미 경인운하 건설예정지에 입지하여 있는 교량과 같은 시설들의 높이가 선박의 마스트와 안전을 고려한 높이보다 낮아 선박이 운항하기에 부적합한 조건이며,
2. 경인운하 사업에 대한 경제성 분석결과가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의도적으로 조작하려 한 것은 잘못된 행위로 관련자를 엄히 문책해야 하며,
3. 94년의 치수계획변경도 공사비를 조작 하는 등 부당한 행위가 발견되어 관련자를 문책하게 하는 등 경인운하 사업 계획이 총체적으로 잘못되었다.
감사원의 감사결과는 한마디로, 경인운하 사업을 이제 그만 접으라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건교부는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2004년 네덜란드 DHV사에 경인운하 사업에 대한 타당성 재검토를 의뢰하였다. 그 결과가 정부가 경인운하 경제성의 근거로 입버릇처럼 이야기하던 B/C값 1.76의 보고서이다. 여기서 또 DHV사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한반도대운하를 계기로 전국적 유명세를 탄 이 기업에 대한 임석민 교수(한신대)의 이야기를 잠깐 들어보자.
“그들(DHV사)은 70년대부터 한국에서 낙동강 하구언, 새만금, 인천공항, 부산신항, 광양항, 울산항 등 한국의 대규모 프로젝트를 컨설팅하고 어마어마한 돈을 벌어갔다. 경인운하 타당성 검토에만 20억원의 용역비를 챙겼다. 그들은 뭔가 일을 벌려야 돈벌이가 되기 때문에 어떻게든 효과를 부풀리게 되어 있다. 한국은 30년 이상 그들의 봉 노릇을 해왔다. DHV가 컨설팅한 광양항과 부산신항은 과잉투자로 가동률이 각각 시설능력의 30%, 63% 수준에 머물고 있는데 지금도 계속 건설 중이다.”
여기서 굳이 DHV사의 경제성 분석 결과에 대해 조목조목 짚어보지는 않겠다. 다만, 그들의 경제성 분석결과는 무리하게 B/C의 분자는 늘리고, 분모는 줄인 탓에, 경인운하 사업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위해 마련된 ‘굴포천유역지속가능발전협의회’의 공식보고서로 채택되지 못하는 등 사회적 동의를 구하지 못했으며(무려 20억원이나 들였는데도!), 이후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이 사회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여 정밀분석한 결과, 경인운하 사업은 B/C값 0.61의 적자사업으로 판명났음을 밝혀둔다.
그러나 최근 경인운하 경제성 분석의 새 버전이 나왔으니, 그것이 바로 지난 1월 국토해양부가 발표한 경인운하사업계획의 근거로 활용된 KDI의 경제성분석 결과(B/C값 1.07)이다. 이 결과의 허구성에 대해서는 이미 언론을 통해 많이 이야기되었고, 환경정의에서도 의견서를 발표한바 있으니, 다시 이야기하지 않겠다. 다만, 여기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연구기관들의 독립성에 대한 부분이다. 우리는 과거 건설기술연구원의 김이태 박사 사건을 통해 국책연구원들이 점점 각 기관의 독립성을 유지하지 못하고, 정부 정책의 정당화 논리 마련에 급급하게 되는 상황을 확인한 바 있다. 최근 한국금융연구원을 떠난 이동걸 한국금융연구원장은 이임사에서 “연구원을 정부의 Think Tank(두뇌)가 아니라 Mouth Tank(입) 정도로 생각하는 현 정부에게 연구의 자율성과 독립성은 한갓 사치품일 수밖에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2002년에는 경인운하가 경제성이 없다고 했던 KDI 또한 정부정책을 정당화하는 논리 개발 역할에 빠져들게 된 건 아닐까? 참 무서운 정부다. 자신들의 정책의 걸림돌이 된다면 무엇이든 개입하여 제거하는 정부. 더 무서운 건 참으로 허약한 이 나라의 시스템이다. 대통령이 한 번 마음을 먹으면 막을 수 있는 수단이란 게 별로 없다. 지하로 숨어들어가 기껏 내놓은 경제대책이 전 국토를 망치게 될 삽질공사인데, 수많은 사람들이 우려함에도-최근 여론조사(1/2, 한국일보-미디어리서치)에서 4대강 정비사업은 가장 불만스러운 경제정책 1위(25.5%)를 차지했다- 막을 수 있는 수단이 별로 없다.
경제성에 대한 부분 이외에도 경인운하 사업을 이야기할 때 꼭 빠트릴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바로 건교부가 행한 사회적 합의 파기 실상이다. 경인운하에 대한 경제적 타당성 검증이 정부가 발표할 때마다 조작과 왜곡 시비에 휘말리자, 건교부와 환경부, 지역주민, 환경단체는 우원식 전(前) 의원의 중재로 지역의 수해 문제를 풀기 위해 저폭 40m의 굴포천 방수로를 건설하고 경인운하 건설여부는 투표를 통해 결정한다는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여 2005년 4월 19일 경인운하 합의문을 확정/발표하였다. 이 과정에서 건교부는 사회적 논란이 많은 사안이니만큼 경인운하 건설 찬성은 2/3의 동의를 얻도록 하자는 제안을 한 당사자이다.
경인운하 합의문의 이행을 위해 ‘굴포천유역지속가능발전협의회’가 구성/운영되었으나, ‘경인운하 건설은 협의회 위원의 투표를 통해 결정한다’ 는 합의사항을 이행할 시기가 오자 건교부는 아예 자취를 감추고 협의회 참석 자체를 외면하였다. 투표 결과가 건교부의 이해에 부합하지 않을 것을 예상하여 최종 이행을 무시하는 반칙을 정부 스스로 범한 것이다. 이처럼 건교부는 스스로 제안한 경인운하의 사회적합의를 위해 구성된 기구의 이행을 의도적으로 불참하며, 사회적 합의를 파기한 당사자이며, 경인운하 건설에 대한 최종의사결정에 불참함으로써 자신의 의사를 표명할 기회를 스스로 박탈하였다. 분명한 것은 당시의 합의문에 명시된 대로 2/3 이상의 동의를 얻지 못하였으므로, 경인운하 사업은 당연히 폐기되었다는 것, 그리고 마땅히 건교부(현 국토해양부)는 경인운하 사업을 홍보하는 그 입을 다물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게 국민에 대한 도리다.
경인운하의 전도사 인천지역구 이모 의원은 “경인운하의 경제성은 건설을 해봐야 아는 것이고.....”라고 말했다. 이쯤 되면 막장이다. 요즘 아무리 막장드라마가 유행한다지만 국책사업이 이런 식으로 가면 곤란하다. 드라마는 안보면 그만이지만 국책사업의 실패는 국가경제에 대한 부담으로 남을뿐더러 그 대가는 바로 우리들이 지기 때문이다.
2007년 3월 개통한 인천공항철도는 2007년 운영수입이 71억원에 불과해, 예상수입 1,151억원에 대한 차액 1,030억원을 세금으로 보상해야 한다. 이용객이 예상인원의 6.6%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1999년 착공한 울진공항은 1,320억원이라는 재정이 투입됐지만 10년 가까이 문조차 열지 못하고 있다. 취항하겠다는 항공사가 한 곳도 없었다. 울진공항은 2007년 〈AFP통신〉의 ‘세계 10대 황당뉴스’에 선정됐다.
막장정책의 폐해는 고스란히 우리에게 돌아온다. 당신과 나 뿐만 아니라 우리의 다음세대들, 그리고 이 모두가 디디고 있는 이 땅까지. 막장사업은 막장정부의 가슴 속에 묻어둬야 한다. 영영.
권범철 ● 환경정의 토지정의센터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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