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der board list icon](/assets/common/header-board-list-icon-871ea5b4968af0aff7ac9000984dc947.png)
2009년 1*2월호 [마포나루에서] 민우회와 함께해서 행복했던 시간들
민우회는 내게 가슴 벅찬 이름이다. 요즈음 나는 건강상의 이유로 14년간의 민우회 상근 활동을 마무리하는 중이다. 조직에서 사람이 들고 나는 것은 당연지사인데 나는 그리 쉽지 않은 과정을 밟고 있다. 몸에서 보내는 여러 가지 신호들을 생각하면 ‘쉼’에 대해 편한 마음을 가져도 좋을만한데 알게 모르게 민우회내의 치열했던 긴 시간들이 생각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게다. 이 또한 내가 감당해야할 과정이다.
교직을 접고 10년간 전업주부로 있던 내가 민우회를 만났을 때, 그 곳은 새로운 세상이었다. 서른여섯에 민우회와 만난 내가 이제 쉰 셋, 꼬박 17년을 민우회와 함께 했다. 그것도 아주 찐-하게…. 강산이 두 번은 바뀔 세월이니 민우회를 끈으로 만나고 헤어진 사람들의 수는 얼마인가. 그 동안의 정서적 충만함, 벅찼던 일의 무게들.
17년 동안 나의 직함은 회원에서부터 간사, 교육부장, 사무국장, 상담실장, 상담소장, 대표까지 아주 다양했다. 찐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는 ‘일’들의 역할과 인간관계들에 얽힌 과정들이 휘-익 머리를 스쳐갈 만도 하지 않은가. 돌이켜보면 기억도 아스라한 시간들이지만 내겐 무엇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게 없는 의지와 열정의 시간들이었다. 민우회를 통해 사람들이 성장해 가는 것을 발견하는 기쁨, 세상은 변화가 가능하다는 걸 눈으로 보고 함께 할 수 있었던 날들, 스스로도 대견할 만큼 다른 삶을 위해 많은 것을 채우려고 올인 했던 나날들. 운동의 다양한 영역에서 민우회의 집단적인 힘은 놀라운 성과를 안겨주었고, 그 속에서 믿음을 키워낼 수 있었다. 때로는 가슴 아픈 일도 마주할 수밖에 없었고, 힘겨워 도망가고 싶은 순간순간이 있었던 것 또한 사실이다. 늘 “바쁘다, 바뻐”를 외치고 살았지만 일을 할 수 있다는 기쁨, 내가 필요한 일이 있다는 뿌듯함, 나와 함께 하고자 하는 이들이 있다는 감사함으로 그 긴 시간을 버텨올 수 있었던 게다.
호주제 폐지 민법개정안 통과 현장에서의 뿌듯했던 기억이나 이슈별 주요 정부 정책의 공청회나 토론회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것은 민우회의 든든한 배경이 있었기 때문이다. 민우회가 아니었다면 내가 ‘가족’ 담론, 성(Sexuality), 노동의 문제, 몸에 대한 권리, 차별, 폭력, 인권 등 수많은 주제들에 대해 치열하게 토론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을까. 미디어나 환경, 생협 운동의 가치를 어깨너머라도 이해할 수 있었을까. 나는 민우회로부터 일상의 주제들에 대해 여성주의적 감수성으로 바라볼 수 있는 ‘눈’을 선물 받았다. 여성주의는 성찰과 고민이 필요한, 해결이 더딘 영역이라는 안타까운 덤도 얻었다. 그래서 여성주의자로서의 나 자신에 대한 스스로의 검열은 아직도 불편하며, 이로써 삶이 좀 더 고달파진 것도 사실이다. 앞으로도 쭈-욱 지속될 게 뻔하지만 기꺼이 애써 볼 요량이다.
잊을 수 없는 기억중의 하나! 스무살 민우회를 잘 맞이하고 정리해내며 알려내는 일, 운동 공간 마련을 위한 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었던 일이다. 열혈 민우회원들과 민우회를 아끼는 분들의 격려와 지지가 있어 가능했던 일로 지금 생각해도 고개가 숙여지는 고마운 마음이다.
민우회 울타리 안에서 한국사회 ‘여성’으로 살아가기의 고단함을 풀어낼 수 있었고, 더불어 사는 것에 대한 생각을 키워갈 수 있었으며, 관계맺음을 통한 채움의 과정은 소통으로 얻을 수 있음도 깨달았다. 그 속에서 다름에 대한 이해를 넓혀갈 수 있었음과 동시에 ‘나’의 소중함을 알게 된 행복한 경험도 빼놓을 수 없다. 사람들을 배려한다는 것은 스스로를 보듬어내는 힘이 있을 때 가능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의지와 열정은 다양한 그 ‘무엇’을 만들어낼 수 있음도 깨달았다. 그것은 민우회 안에서 얻은 큰 결실이다. 나는 언제든 새로운 시작이 가능하리라는 것을 안다. 잠시의 ‘쉼’이 필요한 시간이다.
생기 ● 어디서든 항상 웃고 건강하게 지내길 바랄게요♪~
자주 놀러와요~
항상 기다릴게요♪~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