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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2월호 [생협이야기]경제위기와 판도라의 상자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에 구속됐다. 경제대통령으로 한국의 경제정책의 전망과 나아갈 길을 밝히던 미네르바가 구속되었다. 검찰은 미네르바가 전문대 졸업의 백수라는 사실을 강조하며, 그를 인터넷 경제대통령으로 불렀던 大한국민을 우롱하고 있다. 그가 유포한 허위사실-정부가 2008년말 7대 은행에 달러매수자제요청공문을 넣었다는-이 사실은 사실이었다는 후문이 있던데(ㅠㅠ),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했던 한 명의 블로거가 그렇게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는지, 우리경제가 그로 인해 얼어붙었던 것인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大한민국의 경제에 찬바람이 불게 된 진정한 원인에 대해 누군가는 자문하고 있는지….
토목공사를 통해 경제를 살리려는 또 한 명의 경제대통령을 걱정하고 있었던 우리들로서는, 수출산업중심의 고환율정책도 걱정스러웠고, 미국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 사태도 걱정스러웠다. 펀드열풍 속에서 이제라도 펀드에 들어야 하나 고민하고, 마지막 펀드 열차에 몸을 실으면서도, 과연 금융상품은 땀흘리지 않고도 많은 수익을 지속적으로 줄 수 있는지도 의문스러웠다. 부동산 이상과열로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집값에 많은 서민들이 은행 빚을 얻어 집을 구입하면서도 불안하였다. 걱정에 걱정이 꼬리를 물고 불안하였으나, 한국경제의 파이가 늘어나면 ‘우리’의 몫도 늘어날 것이라는 그나마의 희망을 가지고 있지 않았는가?
안타깝게도 경제대통령의 전망대로 서브프라임사태의 여파가 크게 번졌고, 주가도 하락하고, 이어 실물경제도 위협을 받고 있다. 금융파생상품이라는 자본주의의 놀라운 발명품은, 아니 그런 발명품을 가능케 하는 경제시스템은 한 때, 무궁무진한 자본의 증식을 가져와, 모두의 자산가치를 키우는 방향으로만 진행될 것이라는 환상을 심어주었다. 분수를 모르는 탐욕의 시스템은 선량한 우리들의 정신을 오염시키고, 별다른 방법이 없었던 우리들 앞에 이제 실업과 파산의 공포만이 남아있다.
별다른 욕심없이 선량하게 살아가는 우리들- 펀드광풍 속에서도 펀드가 뭔지도 몰랐던-은 비웃음과 걱정을 동시에 받았다. 몇 달후, 원금이 절반으로 꺽인 몰빵펀드로 울상 짓는 또 다른 우리들을 보며, 자본주의의 탐욕의 시스템, 소외의 시스템에 더 이상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는 안타까움과 분노를 느끼게 된다. 너나할 것 없이 주식을 사라고 권유하는 사회, 투자금 이상의 수익을 내 손에 쥐게 되면 모든 것이 용서되는 계산법이 통용되는 사회, 돈이 돈을 버는 방법을 깨치라고 하는 사회는 ‘술 권하는 사회’의 다른 이름이 아니던가.
실물경제(흙)와 무관하게 가치를 창조하는 금융자본주의의 위기 속에서, 결국에는 사람들의 정신과 육체를 갈갈이 찢어놓는 거짓경제에 더 이상은 의존해서는 안 된다. 경제economy의 어원은 가정oikos과 규범nomos이다. 가족의 살림살이에 관한 것이다. 아무리 세상이 변해도 경제는 가족의 살림살이다. 가족이란 1인이든 10인이든 살림 협동체의 최소단위가 아닌가. 그 가족이 모여 지역이 되고 세계가 된다는 자명한 사실을, 우리 사회를 떠돈다는 200조원과 그것이 만들어낼 금융의 마술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
흙(실물경제)에 사람이 살고, 그 사람이 가치로운 것을 창조하며, 그 가치는 사용가치에 있다는 생각이 복권되어야 한다. 누군가와 경쟁하지 않으며 살아갈 수 있고, 자연을 대상으로 생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 상식이 되어야 한다. 경제적 소유물은 다다익선이 아니라 분수에 맞춰 제한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상식이 되어야 한다. 경제적 활동의 목표가 공공의 이익을 추구하는데 맞춰지고, 공동으로 관리ㆍ운영되어, 공동의 자산으로 남는 살림살이가 도처에 생겨나야 한다. 협동의 경제가 우리에게 희망이다.
최근 경제위기로 30여 년 동안 민우회생협이 만들어온 친환경농업생산자와 소비자의 아름다운 경제의 토대가 흔들릴까 두렵다. 협동조합은 현재의 경제위기에서 더욱 확산되어야 할 사회적 소명이 있다. 조합원의 건강을 생각하며 생산하고, 생산자의 삶을 생각하며 소비하는 협동의 경제는, 보다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될 수 있다. 개인의 자산을 증식시키는데 인생을 허비하지 않고, 사회적 안전망과 복지를 향상시킴으로서 풍요롭게 살아가는 인간적인 자본주의를, 협동적 경제의 확대를 통해 가속화시켜야 할 것이다.
황혼녘에 날아오른 미네르바는 세상을 맘껏 노래하지 못 하고 갇히는 신세가 되었으니, 우리는 누구의 입을 빌려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는 탐욕의 경제 몰락을 기록할 것인가. 또 다른 미네르바를 기다리며 우리는, 그의 기록에 판도라의 상자가 될 ‘협동의 경제’를 만들어나가는 사람들이 되자.
안인숙 ● 고양여성민우회생협 상무이사
민우회에서 평생의 친구를 만나게 된 행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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