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2월호 [지부이야기]광주여성민우회-그녀들의 역사이야기
2007년 9월초 광주광역시 여성발전기금사업의 일환으로 시작된 광주여성민우회 <여성의 눈으로 보는 역사 그리고 세상-여성역사해설사 양성과정>은 그들만의 시각과 감정으로 씌여진 역사를 그녀들의 시각으로 비틀어보고 다시 보자는 의도에서 시작되었다. 1기에 모집 인원은 40여명으로 3일간의 풀타임강의로 이루어졌다. 모두가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간직하고 있었으며 그 눈빛을 멍석삼아 다시 쓴 ‘그녀들의 역사’는 작년 2기 35명을 배출해냈고 그 중 몇 명의 그녀들은 광주여성민우회 여성역사해설사 모람활동으로 훌륭히 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1기 프로그램을 살짝 들여다보자. ‘여성의 눈으로 바라보는 역사, 그리고 세상’이라는 제목으로 여성역사의 문을 활짝 열었다. 총 8강의 강의를 들으면서, 여성의 눈으로 역사를 본다는 것과 역사 속 여성 인물을 이해하는 것, 삭제된 여성들의 경험을 구술로 들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실습 및 토론을 했다. 그 중에 광주국립 박물관과 서울에 있는 여성사 전시관을 다녀온 것은 이론에 그칠 뻔 한 지식을 현장으로 연결시켜 여성들의 삶을 엿볼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여성의 시각으로 불특정다수를 향한 해설의 본보기를 볼 수 있어 우리들의 기억 속에 커다란 성과로 남았다.
작년에 했던 여성 역사 해설사 2기는 한결 업그레이드된 프로그램으로 시작했다. 성 평등한 역사로 보는 그녀들의 삶은 6월에 시작해 9월에 끝이 났다. 남성중심 지배자 즉 강자중심 기록중심의 역사를 여성의 눈으로 그것도 성 평등한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이 왜 중요한지를 알게 되었다. 특히 고대사회의 신라여왕의 리더십은 우리가 기존의 알고 있었던 성골간 근친혼이라는 골품제도에 의한 어쩔 수 없었던 선택만은 아니었음에 우리 모두는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되었다. 덕만공주 개인의 뛰어난 자질이 아니고서는 고대사회에 여성의 리더십이 발휘되지는 못했을 것이다.
고려시대 여성이 성리학을 받아들인 조선의 여성들보다 훨씬 더 평등한 삶을 살 수 있었다는 것에 우리 모두는 놀랐다. 특히 ‘염경애’의 삶을 중심으로 들었던 강의가 기억에 남았다. 신여성 강의에서는 나혜석의 삶을 조명함으로서 그녀가 가부장적인 남성사회로부터 얼마나 철저하게 거부당하고 그녀의 진보적인 삶의 경험이 갈기갈기 찢겨나갔는지를 충분히 짐작 할 수 있었다. 시대를 잘못만나 거부당해야 했던 행려병자로서의 그녀의 죽음 앞에선 모두가 숙연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가을이 시작될 무렵에 있었던 답사는 여성역사해설사회의 백미였다.
이 시대의 아름다운 사람하나 고정희 시인의 생가와 김남주 생가를 거쳐 다산초당을 다녀오는 코스였다. 고정희 시인과 김남주 시인의 흔적이 우리의 마음에 아로새겨지는 듯 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영원한 페미니스트 시인 고정희 시인을 알게 된 것이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우리의 역량을 하루빨리 키워 대중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시인1호로 우리 모두의 가슴에 낙점되었다.
제2기에서 성과는 전남대 정경운 교수님과 함께 진행했던 기록되지 않고 삭제된 여성들의 경험을 복원해보는 실습이었다. 모두 네 개의 모둠으로 나누어졌는데 각각 여성의 친구사(史), 생리대의 역사, 이름에 깃든 여성들의 삶, 시대별 여성의 문화라는 4가지 주제였다. 우리는 직접 할머니를 찾아가서 녹취하여 기록물로 남겨 전시까지 했다. 전시물을 보는 우리 모두의 가슴엔 뿌듯함이 자리 잡고 있었음은 물론이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여성역사해설사의 깃발이 2009년 소띠 해에는 더욱 더 힘차게 휘날릴 것이다. 우리 모람은 여성역사해설사회의 비전을 제시하고 올 한해 계획을 세워보는 시간을 가졌다. 매달 셋째 주 목요일에는 밖으로 나가서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여성들의 삶을 찾아 모아 보기로 했다. 좁게는 우리지역의 여성부터 넓게는 강원도 서울과 전국에 있는 인물을 선정해 차근차근 찾아가 보기로 했다.
그리고 5·18도 여성의 눈으로 해설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기로 했다. 특히 전국에서 효부상을 탔던 여성을 인터뷰하여 그녀들의 진짜 삶을 들여다보기로 한 것은 우리 모두가 기대를 하고 있다. 효부상을 타기위해 그녀가 겪었을 지난한 고생의 뒤안길을 살짝 엿봄으로서 이시대의 진정한 효부상의 기준은 무엇인가 세워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 일 것 같아서이다. 성 평등한 삶을 제대로 사는 페미니스트 남성들에게 주는 사윗상을 제정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우리가 접했던 여성의 역사유적지는 참으로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그 초라함을 우리가 어루만져줘야 땅속의 그녀들이 외롭지 않을 것이다.
문춘희 ● 여성역사해설사모람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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