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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2월호 [모람풍경] 민우회 OHP(Open House Party)를 다녀와서
12월 13일 토요일 민우회 OHP(Open House Party)는 나에게 어느 단체의 회원이 되어 초청받는 최초의 경험이었다. 주변에 무관심한 나에게 어느 단체의 회원이 된다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사실 회원이 되는 것 보다 이렇게 나름 적극적으로 활동을 하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이 었다.
물론 이것은 하루아침의 결과는 아니다. 나의 친한 친구가 민우회 안에 있고 그 전부터 여성문제에 관심을 가져온 탓에 민우회는 처음부터 나에게 편안한 쉼터 같은 느낌으로 다가왔다. 점점 외톨이가 되어가고 있다고 느끼는 나에게 마음을 열 수 있는 작은 공간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기대감이 샘솟은 것이다. 그래서 2008년 초부터 나와 민우회의 관계는 시작되었지만 이렇게 공식적으로 그 안에 들어가는 것은 처음이었던지라 작은 떨림과 기대감이 나를 감싸 안았다.
평온한 민우회의 새 보금자리 나루, 나를 알아봐 주며 인사해주는 활동가들, ‘드릴러’가 그저 의미 없는 이름에 그치지 않고 내 안에서 의미가 되는 순간, 나는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다. 나는 그들의 이름조차 다 모르고 있기 때문이었다. 꼬깜에게 부지런히 사람 확인을 하며 나의 죄의식을 잠재웠다.
나루의 지하 극장에 마련된 뷔페는 너무나 맛있었다. 예상외의 큰 만족감이었다. 두 접시를 비우고 나서야 나의 허기는 잠잠해 졌다. 그곳에는 어림잡아 60여명의 사람들이 민우회의 앞날을 축하해 주기 위해 모여 앉아있었다. 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을 처음 봤거나, 처음 봤다고 느끼는 상태였기 때문에 어색함과 긴장감을 느꼈다.
서로를 소개하며 OHP는 시작되었다. 이름, 소속, 나이, 사는 곳, 학벌 등 건조한 소개가 익숙한 또는 전부가 되어버린 세상에서 나의 기분, 취향, 고민들은 오히려 거짓처럼 느껴진다. 내가 좋아하는 색깔, 책, 영화, 만화, 꿈은 사랑에 빠졌을 때나 나눌 수 있는 은밀한 것, 환상적인 것, 무의식적인 것이 되어 버렸다. 이웃의 토토로 같은 만화의 세상 속에서나 존재할 수 있는 것, 우리는 끊임없이 현실의 외피만을 고민하고 나누도록 강요받는 세상의 일부가 되어 버린 것이다.
나의 의식이 번뇌하는 사이 스윙댄스와 밸리 댄스의 공연이 있었다. 우리에게 위로를 주는 것은 수천마디의 말이 아니라, 이런 작은 몸부림일 것이다.
‘다라이 속 먼지 하나’가 부른 ‘Corinne Bailey Rae’의 ‘Like A Star’는 사랑에 대하여 생각하게 했다. 흩어져 가는 사랑이 내안에 갇혀 화석이 되면 그것은 집착이 되고 죄의식과 후회만을 남긴다. 내 손위의 흘러내리는 오일 같이 내안에 아름답게 기억될 때, 또 어디에선가 나의 사랑을 찾을 수 있는 거겠지….
나는 시간이 나서 ‘두근두근’이라는 노래를 부를 수 있었다.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하는 것 만큼 행복한 것은 없다. 맥주한잔, 나는 끝까지 남아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었고 집으로 향했다.
행사를 연다는 것은 참으로 고단한 일이다. 그 일이, 사람들과의 관계가 어깨를 짓누르는 것이다. 민우회 활동가들의 무게가 나는 남일 같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서 잘 준비된 잔치 상은 편한 마음만으로 즐길 수가 없다. 공감하는 것과, 소통하는 것, 믿고 의지하고, 동조하고, 격려하는 것, 모두 민우회 OHP에서 느낀 것들이다. 이제서야 너와 나는 서로 알아갈 준비가 되었다.
드릴러 ●
2009년에는 일본어를 배우고, 밴드를 멋지게 하고 싶다. 그리고 과감하게 나의 인생을 시작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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