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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2월호 [민우칼럼 창] 나눔은‘가치의 소통이다’
여성운동에서 아름다운재단의 활동을 시작한지 꼭 3년이 되었다. 나눔운동은 여성운동과는 다른 문법의 운동방식이지만, 기존의 삶과 사람관계의 질서를 바꾸어간다는 점에서는 같다. 다만, 같은 음악이지만, 음계와 코드를 바꾸어 다른 음색을 내야하는 피아노 연주곡이라고 할까.
‘이웃으로 이웃을 돌보는’ 개인과 사회
새로운 나눔운동은 ‘자선을 넘어 변화’를 꿈꾼다. 자선과 구제의 전통적 나눔운동을 넘어 기부와 수혜, 모금과 배분으로 요약되는 나눔의 전 과정에서 개인의 삶의 방식과 사회적 가치의 ‘변화’를 중심에 둔다. 나누면서 개인의 삶이 서서히 변화하며, 이런 개인들이 많아질수록 보살핌과 돌봄의 가치가 경쟁적 생존이 지배하는 사회를 성찰하게 한다. 이 점에서 나눔운동은 세상을 바꾸는 다른 방식의 운동기획이며, 사람을 움직이는 다른 언어와 실천이다.
성별, 직업, 종교, 인종 등 모든 경계를 떠나 선 자리에서, 자신의 작은 부분을 나누며 ‘의미있는 삶’을 찾는 사람들, 나눔으로 책임과 연대의 사회적 관계를 생각하는 사람들, 그들은 ‘새로운 시민’이다. 생활 안에서 돈, 재능, 전문성 등 무엇이건 나눔을 통해 ‘이웃으로 이웃을 돌보는’ 삶의 가치와 의미를 경험하고자 한다. 과잉의 시대에 결핍과 차별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기억하는 구체적 행위인 기부와 나눔은 개개인들에게 특별한 행복과 삶의 이유를 준다. 기부하는 사람들 모두는 ‘나눌 수 있어서 행복하고 기쁘다’고 한다. 나누면서 느끼는 행복함, 그건 나누는 삶이 주는 가장 큰 무형의 가치일 것이다. 나눔이 자신의 삶은 물론, 누군가의 삶에 변화를 가져오는 희망의 씨앗이 된다는 믿음은 그 행복의 원천일 것이다.
가난하고 불행한 삶을 살았던 오프라 윈프리는 여학생들을 지원하기 위한 일에 거액의 기부를 하며 ‘내가 받았던 자신의 가치에 대한 깨달음을 돌려주고 싶어서’라고, 빌게이츠 부부는 ‘모든 삶은 동등한 가치를 갖고 있다’는 신념으로, 혹은 ‘부자로 죽기보다는 행복한 사람으로 죽기를’ 원해서 기부한다. 결국 기부를 통한 나눔은 의미있는 삶과 맞닿아 있다.
그렇게 시작하는 나눔들이 모여서 세상을 바꾸는 새로운 시나리오를 만들어간다. 나눔은 개인의 삶의 가치를 바꾸어주면서, 또한 사회적, 공동체적 이슈를 해결하는 자원을 만들어준다. 대안과 새로운 공동체적 삶을 꿈꾸는 풀뿌리단체를 지원하고, 노숙인들에게 ‘희망의 인문학’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한부모의 경제적 자립을 도우며, 이주노동자들이 자국의 언어로 된 책을 읽을 수 있게 하며, 공부와 경쟁 속에서 다른 문화적 체험을 통해 다양한 삶의 가능성을 찾으려는 아이들의 꿈을 응원하는 일을 한다.
보다 많은 개인들이 나눔의 순환을 만들어 갈 때 세상은 ‘공동체를 생각하는 개인에서 개인을 생각하는 공동체’로 나아갈 것이다.
가치를 소통한다는 것
나눔운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모금이다. 조직이 추구하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자원을 모으는 일이다. 모금은 ‘가치의 사회화’ 혹은 ‘가치의 소통’이다. 사람들이 마음을 열고, 조직이 실현하려는 가치에 공감과 지지의 결과를 보내는 행위가 기부이며, 모금이다. ‘나눔은 지갑을 열기 전에 마음을 여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모든 운동은 조직이 지향하는 ‘가치를 확산’하는 것, 가치에 공감하고 참여하는 사람을 조직하면서 개인과 사회의 변화를 만드는 일이며, 모금은 가치의 사회적 실현을 위한 물적 자원을 만드는 일이다. 가치에 공감하는 사람의 수와 물적 자원의 크기는 동전의 양면이다. 결국 자원의 동원, 모금은 전략과 프로그램이기 이전에 어떤 가치를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이다.
사람들은 조직이 지향하는 가치에 감동할 때 마음을 열고 기부를 한다. 조직의 가치는 사람들의 가슴을 뛰게 만들어야 하고, 자신이 함께 하면 세상이 조금씩 달라질 것이라는 꿈을 갖게 해야 한다. 그래야 사람들은 그 가치를 실현하는 데 기꺼이 나서며 그 가치를 구현하는 일부가 되고자 하는 마음을 갖는다. 결국 모든 운동은 어떠한 가치와 비전으로 어떻게 사람들이 감동하고 공감하게 만들 것인가의 문제가 아닐까.
윤정숙 ●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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