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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3*4월호 [마포나루에서]큐슈 여행에서 느낀 소소한 즐거움에 대하여!
본 꼭지는 민우회 상근활동가들이 <마포나루>에서 살아가고 있던 이야기들을 담은 꼭지입니다!
쉼프로젝트는 한국여성재단에서 여성공익단체활동가들의 쉼과 재충전을 위하여 2009년 여성공익단체 역량강화사업으로 “짧은 여행, 긴 호흡” 사업입니다!
여행에 관한 짧은 기록
우연히 급작스럽게 ‘쉼’이라는 시간이 내게 던져졌다. 응모한 ‘쉼’프로젝트에 선정 되었다고 연락이 왔을 때 깊은 밤, 기쁜 맘을 문자로 호들갑스럽게 나누었고, 바쁜 일정 속에서 여행 일정을 조정하고 계획한다는 것이 쉽지 않아 보따리 꽁꽁 싸서 어느 집 담벼락 밑에 살짝 내려놓고 도망가고 싶은 생각도 가끔 들었지만, 여하튼 우리는 여행을 다녀왔다! 5박 6일의 모든 순간을 꼼꼼히 기록하였다가 머리가 지끈거릴 때 마다 꺼내보려고 하였는데 여행을 다녀온 지 한 달여의 시간이 지난 지금에서야 <함께가는 여성> 원고 덕분에 나의 여행을 기록하게 된다.
싱기루, 가락, 바람, 폐달, 주가이, 칡 시간을 잃다!
자전거를 타고 ‘변화와 여행을 사랑하는 언니들의 조각보(퀄트)같은 모임’ 세바퀴! 급조된 팀명이었지만 그 의미는 뭔가 거창하다! 세바퀴 팀엔 형님 같은 주가이, ‘민우회’ 바람, 성산동으로 이사 온 후 잠 못 드는 새벽 종종 도시락 반찬을 만드는 싱기루, 자전거를 타고 사무실 근처 재래시장에서 장을 보는 페달, 유창한 일본어 실력을 자랑하는 칡, 연극에서부터 영화까지 연기 열정 가득한 가락이 모여 있다. 이렇게 여섯 그리고 개구쟁이 윤재까지! 2월 남쪽 나라, 큰 섬 ‘큐슈’에서 우리는 시간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후쿠오카-나가사키-구마모토, 우리가 머물었던 도시에 대한 단상.
#.후쿠오카 : 세련됨이 가득한 도시, 부산을 닮았음. 곳곳에 한국말이 쓰여 있어 다니기에 참 편했던 도시.
#.나가사키 : 묘하게 유쾌한 도시, 묘하게 발랄한 도시. 1945年 감당하기 힘들었던 충격을 기억하면서도 망각하고자 하는 도시. 꽤 규모가 큰 차이나타운 존재. 인천을 닮았음. 나가사키 짬뽕-백색짬뽕이 유명함.
#.구마모토 : 밤 문화가 발달한 도시. 중후함이 느껴지는 도시. 아소를 안고 있는 도시. 말고기 회가 유명함.
20090210_@‘우미노나카미치’역으로 가는 길
바다 건너 남쪽 섬마을은 봄이더이다. 연두빛 들판에 매화꽃이 피고 동백이 피고, 노오란 나무 열매들. 비온 뒤 맑게 갠 날이라 그런지 집집마다 빨래가 널려 있었다. 온갖 가지 옷들과 이불 빨래들. 햇볕 아래 보송보송함. 이 동네 사람들은 맑게 갠 하늘을 향해 ‘안녕!’ 인사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 듯했다. 시골길, 여유로움, 고요함. ‘우미노나카마치’역으로 가는 길이 마냥 행복하다.
20090212_@이자하야
여행 책자에는 ‘나가사키역’에서 운젠으로 바로 가는 버스가 분명히 있다고 하였다. 하지만 ‘나가사키’역 인포메이션센터에서는 바로 가는 버스가 없다고 한다. 운젠으로 가기 위해 ‘나가사키’역에서 JR을 타고 ‘이자하야’역 하차. 그러나 이자하야 버스터미널에서 운젠으로 가는 버스는 방금 떠났고 2시간 뒤에나 운젠으로 가는 버스가 있다고 한다. 작은 시골 마을 이자하야. 욘사마를 좋아하는 친절한 터미널 매표소 언니에게 짐을 맡기고 아침산책 시작. 놀이터에서 한참 그네랑 미끄럼틀을 타다가, 주택가에 만들어진 붉은 기운과 습한 기운이 가득한 동네신사 방문. 남에 집에 들어선 고양이마냥 조용조용 발걸음을 움직인다. 맞은편에 또 하나의 신사가 있다. 붉고 습한 신사와 달리 햇빛 가득한, 오랜 시간 사람들의 손때 묻은 정감 있는 신사. 그곳에서 약수 한잔 들이 키고, 일가(一 家)가 함께 카스테라를 굽고 모나카를 만드는 과자점에서 친절한 주인 할아버지가 전해주는 달달한 간식거리들을 먹고, 주인 할아버지 손녀딸?가족들과 사진 한 장 찍으며 은은히 마음을 나누고. 서울 있는 엄마에게 전해 줄 작은 모나카 상자 손에 들고 흐믓 했던 아침. 마음까지 고요해지더라- 발걸음까지 평화로와지더라-
20090213_@아소산
창밖으로 보이던 아소산의 모습은 마치 대지의 여신이 평온하게 하늘을 바라보며 누워있는 모습 같다. 아소에 올라섰을 때 ‘경이롭다.’는 표현을 이곳에서 말하는 것이 옳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부드러운 능선과 능선이 끊임없이 마주하는 산, 아소산. 그 안에 내가 있었다. 자연의 품속에 포옥 담겨 있었다. 아소산에서 왜 이리 임여사가 생각이 나는지, 엄마와 함께 다시 오고 싶다는 생각과 ‘아소산. 참 엄마를 닮은 산이구나.’ 라고 홀로 중얼거린다.
비록 나 지금 일상으로 돌아오더라도...
걷고 또 걸었던 여행, 대화가 이어지다가도 간간히 찾아오는 침묵이 어색하지 않았던 여행. 똑같이 느끼다가도 각자의 해석과 느낌이 공존했던 여행. 여행의 피로를 달달한 밀납초 향과 시원한 맥주 한 잔으로 씻어 냈던 여행. 이 모습이 바로 세바퀴팀의 여행 풍경이었다. 그리고 이번 여행은 ‘나만의 여행을 또 기획해볼 수 있겠다! 어느 날 또 이렇게 떠나야지!’라는 생각을 가지게 만들었다. 직접 책을 뒤져가며 여행지를 선정하고, 여기저기 물어가며 목적지를 찾는 즐거움을 느끼고, 새로운 것을 알게 되고, 고정된 생각을 말랑말랑하게 하는 여행의 매력에 난 지금 흠뻑 빠져있다. 일상으로 돌아 온 지금, 지나온 여행을 추억할 수 있어 그리고 또 다른 충전과 쉼을 기획할 수 있는 용기를 내안에 만들 수 있어 지금이 딱 좋다!
그래서 올봄은 경주다! 뿅!
● 바람 - 산들에 부는 바람이 아닌 임여사의 딸, ‘민우회’바람입니다.
세바퀴 팀명을 지어주신 꼬깜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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