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der board list icon](/assets/common/header-board-list-icon-871ea5b4968af0aff7ac9000984dc947.png)
2009년 3*4월호 [쟁점과 현안] MB식의 무리한 개발추진과 과잉진압이 빚어낸 참사
천웅소 ●
조합과 건설사들은 막대한 개발이익!
쫓겨나는 세입자는 ‘빈손’
이번 참사가 난 용산 4구역은 40층 규모의 주상복합 아파트 6개동을 짓는 용산의 핵심지역으로 꼽히는 곳이다. 삼성물산, 대림, 포스코가 시공사로 구성돼 있으며 분양가 상한제 미적용으로 예상 분양가는 3.3㎡당 3500만원으로 예상되는 소위 노른자 지역이다. 하지만 이러한 고 분양으로 인한 높은 수익 보장에도 불구하고, 원주민은 낮은 보상과 이주비로 내몰리고 있다. 용산지역 부동산중개업소 등에 따르면 용산 4구역 재개발조합과 건설사들은 2조원짜리 프로젝트인 이 지역 재개발로 인해 막대한 개발이익을 챙길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조합에서 이 지역 900여 명의 영세상인과 세입자에게 주거 이전비로 책정한 돈은 70억 원 정도로 당사자에게는 물론이거니와, 전문가들이 보기에도 매우 인색한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용산은 6개월, 도쿄는 12년
용산 4구역은 2006년 4월 도시 정비 구역으로 지정된 뒤 6개월만인 그 해 10월 조합설립 인가가 되었다. 그리고 2007년 5월 재개발 사업 시행 인가가 이뤄졌다. 통상 사업인가 기간이 3~4년 걸리는 다른 지역에 비춰보면 용산4구역의 사업 진척 속도는 매우 빨랐던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무리하게 추진되는 재정비는 다른 철거지역에서도 반복됐듯 부실 보상의 논란과 폭력사태를 불러왔다. 또한 단 16일간의 조사를 통해 주거, 상가 세입자들에게 1,680~2,500만원의 보상금을 책정했는데 이는 상가 세입자들에게 가게 권리금은커녕 인테리어비용에도 훨씬 못 미치는 돈이었다.
일본 도쿄 롯폰기의 경우 주민 설득에 공을 들인 탓에 지구 지정에서 조합설립까지 무려 12년이나 걸렸고 주민들을 상대로 1,000여 차례의 설명회를 가졌다. 그러나 이번 용산에서는 조합 설립까지 걸린 시간이 6개월, 조합 대의원 대회가 열린 것은 10여 차례에 불과했다. 그 동안 수많은 현장에서 확인됐듯, 개발 과속은 개발인허가 과정에서의 비리와 불법행위, 보상과정에서의 부실보상과 철거폭력 등 숱한 문제들이 뒤따르게 마련이다. 이쯤이면 우리나라의 개발 과속은 위반 수준이 아니라 위험수준에 도달한 것이 아닌가 싶다.
원주민 재정착율 20% 미만, 누구를 위한 개발인가?
용산은 아직 시작단계이지만, 이미 입주까지 끝난 재개발-뉴타운 지역에서의 원주민 재정착율을 보면 과연 지금의 개발이 누구를 위한 개발인지 헷갈릴 수밖에 없다. 실 예로 길음 뉴타운의 경우에는 원주민의 재정착율이 20%에도 못 미쳤다. 10가구 중 8가구가 살던 곳에서 이사를 갔다는 것이다. 또한 이는 단순히 원주민들을 살던 곳에서 내쫓는 것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주민들의 인근 지역으로의 이주는 그 지역의 소형 주택 수요를 증가시키고 전, 월세란을 일으켜 세입자들에게 이중 삼중의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
그럼 그렇게 서민들에게 고통을 안겨준 개발이 끝난 후에는 원주민들이 다시 들어갈 수 있는 집은 많이 생겼을까? 한마디로 아니다. 개발이익을 쫓는 현재의 민간합동 개발방식으로는 조합이나 시공사 스스로 수익성이 떨어지는 소형 아파트를 짓는 것은 애시 당초 기대하기 불가능할 뿐더러, 법적으로 보장하고 있는 소형 주택의 공급비율조차도 각종 규제 완화 정책으로 인해 점차 낮아지고 있는 현실이다. 집은 계속 공급 되는데, 원주민들이 들어가 살 수 있는 집은 계속 소멸되는 상황인 것이다.
드라마의 주인공 금잔디마저도 당한 철거용역들의 불법행위
현재 K방송국에서 방영되고 있는 “꽃보다 남자”를 보면, 옥탑 방에서 동생과 함께 자고 있는 주인공 금잔디가 집이 통째로 흔들리는 진동과 소리에 지진인 줄 알고 깨어나, 급하게 문밖으로 나가다 철거업체 직원을 맞닥뜨린다. 이때 철거업체 직원은 ‘지금 이 건물을 부수고 있으니 빨리 짐 싸서 나가라’라며 금잔디를 독촉하고, 결국 주인공은 동생과 함께 하루아침에 옥탑 방에서 쫓겨나는 신세가 되고 만다. 내용 전개에 있어서는 중요한 장면이 아니라 그냥 웃고 넘어갔겠지만, 이는 철거업무를 하러 들어온 철거 직원이 퇴거의 업무까지 병행하고 있는 전형적인 불법적 상황이다. 더군다나 현실에서의 이러한 상황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폭력적이다.
흔히 이러한 불법상황은 현장에서 퇴거와 철거를 구분하지 않는 것에서 발생하는 문제이다. 빈 건물을 철거하는 철거 업무와 신체를 다루는 퇴거의 업무는 명확히 구분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많은 현장에서는 이것이 경찰과 공무원들의 방조아래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즉, 빈 건물을 철거해야 하는 용역 직원이 인명을 다루는 일까지 함께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만화를 원작으로 하고, 픽션이긴 하지만, 개발에 있어서 세입자의 권리와 의사가 얼마나 쉽게 무시될 수 있고, 현장에서의 불법행위가 얼마나 쉽게 행해지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토지주택공공성네트워크1)는 개발현장에서 인명 및 재산사고 예방을 위하여 경비업체 무자격자 채용 및 불법장비 사용을 강력히 규제하기 위한 경비업법 개정안을 김성순의원을 통해 발의하였다.
제2의 촛불’이 걱정된다고?
‘제2의 용산참사’를 걱정해라!
이에 토지주택공공성네트워크는 지난 1월29일 용산참사에 대한 시민사회단체와 전문가들의 의견과 진단을 수렴해 <재개발-뉴타운 개발사업의 목표방식의 개선과 강제퇴거 시 인권침해 근절을 위한10대 요구사항>을 발표하였다. 그리고 시급히 개선해야 할 과제로 <뉴타운-재개발 6대개혁입법안>을 마련하여 현재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뉴타운-재개발 6대개혁입법안에는 임대주택법, 경비업법, 행정대집행법, 민사집행법,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이 있으며, 이 중 임대주택법과 경비업법 일부개정안은 이미 발의되었다.
뉴타운-재개발문제의 문제점 해결을 위한 방향과 대안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왜곡된 개발 목표를 바로잡아야 한다. 재개발-뉴타운 개발사업의 목표를 개발이익(수익성) 극대화, 건설경기 부양, 강남대체 고급 도시 개발 등의 왜곡된 목표에서 본래 목적인 “영세한 원주민의 낙후된 주거환경개선”으로 되돌려야 한다.
둘째, 원주민들의 재정착률을 높여야 한다. 뉴타운-재개발 지역의 원주민들은 대부분 영세한 가옥주와 세입자들이다. 우선 재정착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들의 소득능력과 주거수요에 맞춘 소형저가주택, 임대주택 건설비율을 확대하고 세입자에 대한 주택자금 저리융자 등의 실질적 이주대책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분양원가와 관련해서는 개발과정에서의 부동산거품인 가격인상분을 그대로 분양 가격과 임대보증금, 임대료에 반영하는 현행 가격결정 방식을 분양원가에 기초한 분양가격 결정으로 바꾸며, 임대료 또한 원주민의 소득수준을 감안한 임대료차등부과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또한 재개발-뉴타운 개발 사업으로 주변 집값이 상승하지 않도록 민간의 분양가상한제는 폐지되지 않고 차질 없이 추진되어야 한다.
셋째, 개발속도를 조절해야 한다. 동시다발적 이주 수요를 야기하여 주변 전세 값, 소형 주택가격의 상승을 불러오는 과속개발방식을 수정하여 이주 수요를 재개발사업 내에서 해결할 수 있는 순환재개발이나 순차적 개발방식으로 개발속도를 조절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광역공영개발 방식의 도입이 필요한데, 용적률 제고, 도로-공원-학교-문화시설 등 도시기반시설 설치비용 공적지원 등의 인센티브 부여를 통하여 원주민들이 광역공영개발을 선택하도록 하여야한다. 그로인해 개발이익을 환수하고 도시계획에 맞추어 도시기반시설을 확충해야 한다. 또한 이명박 정부는 제2, 제3의 용산참사를 불러올 수 있는 뉴타운 개발 추가지정, 개발속도 단축 등의 개발드라이브정책을 중단하여야 한다.
넷째, 관할 행정기관의 책임행정 확립과 정치권에서의 재개발 공약 선거악용이 중단 되어야 한다. 민간개발사업인 재건축과 달리 본질상 공공이 추진하는 공익사업인 재개발-뉴타운 개발사업의 취지에 맞게 관할행정관청인 시장, 구청장이 사업주체와 영세 가옥주-세입자등 사이의 분쟁에 적극 개입하여 분쟁을 예방, 해결하는 책임행정을 확립하해야 한다. 정치권도 보궐선거,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 표를 얻기 위해 남발하는 재개발-뉴타운 공약을 삼가야 한다.
다섯째, 철거용역의 불법행위를 근절해야 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유엔인권위원회의 결의 등 국제기준에 부합하게 강제퇴거 시 관할관청, 경찰 등 공공기관이 준수해야 할 인권기준을 지침화하고 공익사업의실현을위한토지의취득및보상에관한법률(공익사업법)에 그 법률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건축물을 부수는 철거행위와 철거현장의 철거민의 퇴거와 격리 등 인명을 다루는 경비업무는 전혀 성질을 달리하는 업무이다. 그렇기 때문에 경비업 허가를 받지 않은 단순철거업체가 철거민의 퇴거와 격리 등 인명을 다루는 과정에서 불법폭력을 일삼는 행위를 근절하고 경비업체의 인명에 대한 안전, 인권 처리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감독관청인 경찰서장의 책임을 강화하기 하는 등의 경비업법, 행정대집행법 등을 개정해야 한다. 더불어 경찰서장의 직무유기행위에 대한 상급단체인 국회의 감시기능도 강화되어야 한다.
집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
‘집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 이라는 SH공사의 광고카피가 생각난다. 이는 돈을 벌기위한 투기의 수단으로 전락해 버린 집을 원래 목적인 살기 위한 집으로 되돌려야 한다는 불편한 진실을 상기시킨다. 이번 용산참사에서 희생당한 5명의 철거민들은 한나라당의원들의 주장처럼 도심을 점거한 테러범도, 경찰이 주장하는 전문 시위꾼도 아닌, 자신들의 삶의 터전을 빼앗기는 것에 맞선 평범한 우리 이웃이자 친구, 아버지였다. 다시는 용산참사와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길 빌며, 이 글을 빌어 용산참사에서 운명을 달리하신 고인들의 명복을 빈다.
1) 토지주택공공성네트워크 : 이명박 정부의 토지-주택정책을 감시하고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55개의 시민-환경-주거단체들이 지난해 9월에 모여서 만든 네트워크입니다. 주요단체로는 주거연합, 전국철거민협의회, 토지정의, 환경정의, 참여연대, 민언련,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이 있습니다.
천웅소 ●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간사,
주 업무로는 ‘토지-주택문제’를 맡고 있습니다.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