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3*4월호 [쟁점과 현안] 실효성 있는 내용도, 비전도 없는 현 정부의 여성정책
권미혁 ●
2월 25일은 이명박 정부 출범 1년이 되는 날이었다. 사회 각 영역에서 평가한 지난 1년간의 이명박 정부 성적표는 초라했다. 여성정책 역시 예외가 아니어서 한마디로 ‘낙제 점수’라고 할 수 있다.
여성정책의 흐름 못 읽어
과거 부녀자 정책이었던 여성관련 정책은 문민정부 이후 본격적으로 여성정책의 정체성을 확보한 이후 참여정부까지 여성부 신설, 여성발전기본법과 여성인권 3법(성폭력특별법, 가정폭력방지법, 성매매방지법) 제정, 성주류화를 위한 도구 마련(성별영향평가, 성인지예산 제도 도입 등), 여성대표성 확대제도 도입(할당제 등) 등을 통해 제도적 장치를 일정 정도 마련하였다.
여성정책의 흐름상 이명박 정부는 아래 두 가지의 과제를 갖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첫째, 그동안의 여성정책이 제도마련에 힘을 쏟았다면 이제는 이미 마련된 제도들을 보완하고 실효성 있게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여성정책의 패러다임도 남녀평등정책에서 양성평등 정책으로, 그리고 성평등 정책으로 변화해왔고 이 같은 새로운 흐름에 발맞추어 성평등 사회를 만들기 위한 종합적 시책 마련이 절실하다.
그러나 새로이 들어선 이명박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여성부 폐지를 거론하면서 성평등 정책을 낡은 것으로 치부했다. 여성계의 반발로 여성부는 존치되었지만, 2007년 1조 1,994억원에서 2008년 539억원으로 1년 만에 95.5%가 줄어든 예산 규모와 직원 100명의 초미니 부서로서 현재 여성부는 실질적 여성정책을 전담하기 어려운 조직이 되어 버렸다.
그러다 보니 현재 여성정책은 여성부의 기본 업무인 ‘여성폭력에 대한 지원 사업’과, 경제 살리기 관점에서 시작한 ‘여성일자리 창출 사업’이 주로이며, 사업의 양이나 질에서 매우 미흡한 실정이다.
“성평등 정책의 실종”, “여성인권 의식과 젠더 거버넌스 부재”,
“가족·보육정책의 후퇴”,“구호뿐인 여성일자리 창출”
짧은 지면에 이명박 정부 1년간의 여성정책을(주로 여성부 활동을 중심으로) 구체적으로 평가하기엔 지면상 무리가 있지만 다음과 같이 압축된다고 할 수 있겠다. “성평등 정책의 실종”, “여성인권 의식과 젠더 거버넌스 부재”, “가족·보육정책의 후퇴”, “구호뿐인 여성일자리 창출”.
구호 뿐인 여성일자리 창출사업
이명박 정부 여성정책의 대표격인 일자리 창출 사업은 구호만 있을 뿐, 실효성 있는 집행내역이 거의 없다. 2009년에 여성부가 ‘여성인력개발 및 활용’을 위해 추진하기 위해 지정한 <새일센터> 50개소 중 45개소가 여성인력개발센타나 여성회관에게 지정한 것으로 기존 여성인력개발센타와 기능에서 차별성이 거의 없다. 공약으로 내세웠던 ‘좋은 일자리 50만개 창출’ 약속 역시 예산도 확보되지 않은 상태여서 과연 지켜질지 미지수이다.
잔여복지적, 보수적 관점으로 회귀한 보육, 가족정책
일, 가정 양립정책의 핵심인 가족, 보육정책 역시 잔여복지적이고 보수적인 관점으로 회귀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공공성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보육정책에 ‘바우처’라는 시장주의적 제도가 도입되고 있다. 자녀양육수당이나 전자바우처는 보육에 대한 국가책임을 방기하는 것으로 보육의 시장화·자율화를 재촉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또 다른 예로, 현재 저출산 문제를 담당하는 기구가 복지부 ‘저출산고령사회정책국’ 산하 ‘저출산인구정책과’로 축소된 것을 들 수 있다. 성평등한 환경이 뒤따르지 않는 저출산정책은 그 실효성이 담보되지 못함에도 과(課)의 명칭에서 보듯 인구정책적으로만 접근하여 보수적 관점으로 후퇴한 것을 알 수 있다.
젠더 거버넌스의 후퇴
이명박 정부 들어 전반적으로 정부와 시민사회단체간의 협력과 분업을 통한 거버넌스 체제가 주춤하고 있다. 특히 여성폭력정책 등 여성인권 정책은 여성폭력피해자를 지원하고, 지원체계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과정에서 그 어느 곳보다 민간과 정부의 협력이 필요한 곳이다. 그러나 지난 1년간 타 사회복지시설보다 잦은 지도점검과 회계 점검, 새올행정시스템의 일방적 사용요구 등 현장에 대한 이해부족과 행정편의적 방식으로 민관협력 체계는 급속히 약화되어 여성인권 사업의 후퇴로 이어지고 있다.
이상에서 보듯 이명박 정부의 여성정책은 전반적으로 보수화, 퇴조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위기를 맞아 여성비정규직의 양산과 여성생존권이 악화되는 현실은 여성정책의 활성화를 도리어 요구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여성정책의 실종은 여성의 삶과 관련해 아쉬운 대목이다. 특히 현재 큰 틀에서의 성평등 정책의 비전이 없음이 큰 문제점임을 지적하고 싶다. 이제 정부 영역에서의 여성정책은 영영 실종될 것인가, 그리고 이것이 현실이 된다면 우리 여성운동은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가질 때이다.
권미혁 ● (구)권멱쌤이 벤자민으로 개명했어요.
작명에 힘써주신 분들과 스파게티를 먹었답니다.
권멱쌤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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