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der board list icon](/assets/common/header-board-list-icon-871ea5b4968af0aff7ac9000984dc947.png)
2009년 3*4월호 [쟁점과 현안] 관료법관들에 의해 위협받는 사법독립 / 법관의 독립과 헌법의 명령
[쟁점과 현안] 관료법관들에 의해 위협받는 사법독립
하승수 ●
신영철 대법관이 서울중앙지방법원장으로 있을 당시에 촛불재판에 개입했느냐를 둘러싸고 논란이 뜨겁다. 나는 개입한 것이 분명하고, 그것도 심각하게 개입했다고 생각한다.
컴퓨터로 사건을 자동 배당 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굳이 촛불 관련 재판만 따로 떼어내서 특정 법관에게 몰아주기 배당을 했다는 것 자체가 재판결과에 개입하려 한 것이다. 어느 판사가 어떤 성향인지를 감안해서 재판을 배당하였다면, 그것 자체가 재판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메일 등을 통해 판사들에게 영향을 미치려 한 것도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본인은 ‘사법행정’ 차원에서 그렇게 하였다고 변명하지만, 여러 정황으로 볼 때에 재판결과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가 분명히 엿보인다.
게다가 신영철 대법관은 판사들에게 보낸 이메일 속에서 대법원장의 의중을 거론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정말 심각한 일이다. 실제로 신영철 판사는 그런 일들을 한 이후에 이용훈 대법원장의 제청을 받아서 대법관이 되었다. 정황만 가지고 본다면, ‘충성심(?)’을 인정받아 대법관이 된 것 아니냐는 의심까지도 할 수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생겼을까? 더 큰 문제는 이번 일이 단순히 한 개인의 일탈행동으로만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사실은 사법의 독립이 법원 내부에서부터 무너지고 있다는 경고의 징조가 여러 곳에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87년 민주화 이후에 사법이 독립되었다고 하지만, 사실은 사법부의 관료화가 심해지면서 법관들이 위의 눈치를 보게 되는 현상들이 발생하고 있다. 법관에 대한 평가를 법원장이 하는 법관인사제도는 이런 문제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평가를 받는 입장에 있는 법관들이 법원장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더구나 10년에 한 번씩 재임용을 받아야 하고, 승진도 해야 하는 판사들이 재임용과 승진에 영향을 미치는 상급자의 평가로부터 초연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사실 선거를 통해 선출된 것도 아닌 법관들에게 재판권이라는 엄청난 권력을 쥐어준 것은 국민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위험한 일이다. 자칫 잘못하면 그 사법권이 ‘스스로 독주하는 권력’, ‘국민위에 군림하는 권력’으로 변질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소수의 관료법관들이 사법권을 전횡할 수 있다면, 그런 사법부는 국민을 위한 사법부가 아니다. 이번 신영철 대법관 문제는 그런 위험성이 단지 우려만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사법의 독립은 사법의 민주화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사법이 정치권력으로부터, 그리고 사법부 내부의 관료법관들로부터 독립하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하고, 국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 어떻게 보면 새로운 사법민주화 운동이 필요한 시점이다.
하승수 ● 한국여성민우회 정책위원, 제주대학교 법대 교수
[쟁점과 현안] 법관의 독립과 헌법의 명령
송호창 ●
신영철 대법관 사태가 그 개인의 문제로 치부되고 또 그렇게 덮어지면 사태는 최악이 될 것이다. 사법부 전반의 문제를 해명하고 이런 사태가 다시 재발하지 않도록 그 방안을 모색하여야 한다. 결국 문제의 핵심은 신대법관의 행위가 일반적인 사법행정작용인지 아니면 법관의 재판권 침해인지에 대한 해석이다.
신대법관과 이용훈 대법원장은 신대법관의 이메일 메시지에 나오는 특정 문구만을 따서 ‘정상적인 사법행정작용’이라고 강변한다. “현행법대로 재판을 신속하게 진행하라”는 표현만으로 보면 일견 맞는 말인 듯도 하다. 그러나 도마뱀의 꼬리 한 조각만 가지고 우리는 도마뱀이라고 하지 않는다. 머리부터 꼬리 끝까지 전체를 보아야 그것이 도마뱀인지 도롱뇽인지 구분할 수 있는 법이다.
신대법관은 ‘야간집회관련’이란 제목으로, 야간집회 참가자 사건 담당 판사들만을 모아 ‘일반적인’ 발언을 그것도 수차례 이메일, 전화, 사적 대화를 통해 전달했다. 신대법관의 항변은 도마뱀의 얼굴과 다리 몸통을 모두 두 손으로 가리고 꼬리만 보여주면서 우기는 것이다. 당시 신대법관의 이메일을 받고 상당한 심리적 압박을 느꼈던 판사들은 이 해명을 듣고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 사람은 어느 한 가지에 지나치게 집착하다 보면 자신이 목표로 삼은 것 이외에는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주변 현상을 온전히 자기중심적으로 사고하게 되고 자신의 시각과 다른 생각은 납득을 하지 못한다. 직장 여자 동료에게 친하게 잘 지내보자는 의도로 음행을 범했을 때 그 행동이 ‘성희롱’인지 아닌지는 피해자 입장에서 판단하는 것이 기본이다. 행위자가 주관적으로 아무리 선의였다고 강변해도 성희롱은 성희롱일 수밖에 없다. 신대법관은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의 입장에서 그 행위를 해석한다.
이것이 그의 해석방법이고 그것은 곧 재판에도 그대로 나타날 것이다. 당신이 사건의 당사자라면, 피고인이라면 신영철 대법관 이름의 판결을 받아들이겠는가. 신대법관이 판단하는 대법원의 판결을 하급심 법관들이 의문 없이 받아들일 수가 있겠는가. 사태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도 3명 이상의 법관이 신대법관의 재판권 침해에 항의하며 법복을 벗었다. 만약 신대법관이 포함된 대법원이 앞으로도 계속하여 재판을 진행하고, 문제를 제기한 판사들이 징계를 당하거나 본질적인 사법부의 문제를 스스로 풀어나가지 못한다면 또다시 엄청난 사법파동이 일어날 수도 있다. 그러면 양심에 따라 재판하는 수많은 훌륭한 법관들이 법원을 떠날지도 모른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온다. ‘법관의 독립’은 판사들의 권위를 위한 것이 아니다.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라는 헌법의 명령이다.
송호창 ● 한국여성민우회 이사,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