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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5*6월호 [생협이야기] "공정무역을 지지하십니까?"
생협이야기-공정무역을 지지하십니까?
* 공정무역(Fair Trade)이란 생산자에게 생산 활동에 따른 정당한 가격을 지불해 안정된 생활을 영위하게 하는 무역을 말한다.
박정아 ●
지난 몇 십 년 동안 자유무역은 이론과 달리 선진국과 제3세계와 불공정한 교역조건을 형성했다.
자본은 어떤 규제도 받지 않은 채 더 낮은 임금과 허술한 환경기준을 찾아 국경을 자유롭게 이동하며 이윤을 남겼다. 반면, 가난한 나라 노동자들은 불공정한 가격에 착취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윤만을 쫓는 시장과 자본은 제3세계 노동자의 존엄성 훼손이나 생태계 파괴와 같은 사안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1996년 미국의 <라이프>지는 “당신이 150달러를 주고 산 나이키 신발을 만든 사람은 12살 파키스탄 어린아이이며, 그 아이가 하루에 받는 돈이 고작 2달러에 불과하다”며 ‘자유무역’의 어두운 면을 적나라하게 고발하기도 했다.
“원조가 아닌 무역을!”
공정무역이라는 개념은 2차 대전 이후 세계 경제가 호황에 접어 든 50년대 후반부터 등장했다. 이어 미국의 텐 사우전드 빌리지, 영국의 구호단체 옥스팜 등의 시민단체들이 제3세계의 정치적 민주화를 지원하고 빈곤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정무역에 뛰어든다. 1969년 네덜란드에서는 제3세계 상품을 판매하는 월드숍이 최초로 문을 열었다.
1968년 인도 델리에서 열린 UNCTAD 컨퍼런스(United Nations Conference on Trade and Development)를 비롯하여 공정무역에 대한 관심은 “원조가 아닌 무역을!”(Trade Not Aid)” 이란 구호아래 시민운동으로 모이게 된다. 이는 북반구 선진국이 무역의 모든 이득을 전유한 채, 아주 작은 부분만을 개발원조라는 형태로 가난한 제3세계 생산자들에게 돌려주는 불공평함을 타파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공정무역이 지금과 같은 ‘사업’의 형태를 갖추고 주류 시장경제에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공정무역 커피의 대명사인 ‘막스 하벨라르’가 등장한 1980년대부터다. 막스 하벨라르는 공정무역 업계 최초로 인증마크를 도입해 소비자들의 공정무역 제품 구매를 쉽게 했고, 인지도를 높이는 등의 기여를 했다. 막스 하벨라르의 성공 이후 유럽에서는 독일의 ‘트란스페어’, 영국의 ‘페어트레이드재단’ 등 공정무역 업체들이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지금은 북미와 유럽을 넘어 오스트레일리아, 일본 등 전 세계적으로 인간적인 시장을 만드는 대안기업의 형태로 떠오르고 있다.
여성민우회 생협의 공정무역 생활재
여성민우회 생협은 지난 2006년 설탕과 커피 등 수입품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생활재 공급을 요구해온 조합원들의 요구에 부합하고자 생활재 선정원칙을 개정하고 수입품 항목을 추가했다. 이 때 가능한 공정무역 생활재를 우선 공급하기로 결정했다. 아직 초기 단계라 다양한 품목을 취급하고 있지 못하지만 생활에 필요한 생활재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공급해 공정무역에 대한 조합원들의 인식을 전환하기 위한 여러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현재 여성민우회 생협에서 취급하고 있는 공정무역 생활재들은 아래와 같다.
●공정무역 커피
공정무역 인스턴트 커피는 콜롬비아 커피 생산자 연맹에서 소유한 가공공장에서 생산되고 있고 FLO 공정무역 인증을 받았다. 동티모르산 원두커피는 농약, 화학비료, 유전자 조작 위험이 전혀 없는 야생 커피를 전통 수작업 방식으로 수확하고 있으며 1상자 당 400원이 동티모르 평화 재건과 커피농가 지원 사업에 쓰이고 있다.
●마스코바도 설탕
마스코바도는 필리핀 전통의 흑설탕 제조방법을 말한다. 미국 자본이 들어와 정제 백설탕을 생산하고 미국산 설탕을 수입하면서 마스코바도 제조법은 사라져 가고 설탕 생산 노동자와 농민은 더욱 빈곤에 빠졌다. 이런 빈곤에 빠진 노동자와 영세농민의 자립을 지원하려고 마스코바도 설탕을 공급하고 있다. 설탕 한 봉지에는 200원의 교류기금이 포함되어 있다.
●팔레스타인 올리브유
팔레스타인 올리브유 민중교역은 영토분쟁과 고립화 정책으로 인해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는 팔레스타인 농민의 자립과 중동지역, 더 나아가 전 세계의 평화실현에 기여하려고 한다.
●초콜릿
콜롬비아 ‘Compania Nacional De Chocolates’사로부터 아동노동 없이 생산된 카카오를 직거래로 수입하여 식품첨가물을 넣지 않고 만든다. 초콜릿 생산자에게는 중간상인을 거치지 않고 공정한 가격을 직접 현금으로 지급해 음식과 생필품 등을 바로 구입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최고는 아니지만 최선
그러나 지금의 공정무역이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는 형편이다. 여전히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고, 애초 공정무역이 내세운 가치들이 온전히 실현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공정무역은 다른 대안이 없는 조건에서 최고라고는 할 수 없지만 최선이라고는 말할 수 있다. 자유무역과는 달리 인간의 얼굴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공정무역 단체 네팔리 바자로는 공정무역으로 발생한 수입의 일정 부분을 생산자 마을에서 아동교육 사업에 투자하고 있다. 그리고 이 같은 제3세계 노동자와 어린이들을 지원하는 사업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공정무역을 지지하는 이들이 기계로 찍어낸 제품과는 달리 모양이 조금씩 다른 도자기나 팔찌 등 공정무역 제품을 구입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일반적인 상품을 사는 것에는 얻을 수 없는 보람 때문이다. 나의 소비가 누군가(특히 제3세계 어린이나 여성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믿음, 바로 그것 때문이다. 이제 당신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공정무역을 지지하십니까?”
박정아 ● 여성민우회생협 생활재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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