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5*6월호 [마포나루에서] 친해지길 바래! 나루人들의 볼살 떨리는 1박2일!
마포나루에서-친해지길 바래! 나루人들의 볼살 떨리는 1박2일!
김희영(꼬깜) ●
반년이 지난 마포시대
이럴 수가. 벌써 나루 생활 6개월이 지나고 있다. 출퇴근시 다른 단체 활동가들과의 어색한 마주침과 머뭇머뭇한 인사가 이제는 꽤 자연스런 일상이 되고 있으니 6개월 살았다할만 하겠다. 평동 살 때랑은 만나는 사람의 폭도 다르고 공간도 다르다보니 적응하기 꽤 힘들 것이라는 연초의 예상은 금세 뒤집혔다. 식신본능, 여성인권보다는 주로 먹는 것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고 있는 나는(아직 구강기다) 이제 서대문구를 떠나 마포구의 맛집 검색이 퇴근 전 일과가 되어 버린걸 보니 이제 마포시대 적응 완료다. 다들 뭐 한 두개씩 생각나는 에피소드가 있겠으나 나에게도 나름 나루 생활 에피소드가 있는데 2층 환경정의 화장실에 변기가 막힌 걸 확인하고 급하게 도망쳤던 일(지면을 빌려 사과를. 정말 죽고싶었어요.)이나 성미산 소극장에서 몇 년 만에 친구(공연 보러 온 것 같은데 왠만하면 다시 보고 싶지 않았는데)를 만나 서로의 직업 세계를 탐색했던 일이랄지. 분명한건 좋든 나쁘든 평온했던 평동과는 달리 훨씬 더 역동적으로 많은 사람을 만나고 있다는 거다.
양평에서 만난 나루인들
나루 활동가들의 얼굴이 이제 구별은 되겠다 싶었던 4월, 민우회를 포함한 환경정의, 녹색교통, 함께하는 시민행동의 활동가들과 양평으로 1박 2일로 워크샵을 떠났다. 워크샵 전 날까지도 당일의 출발 시간을 30분 앞당겨 공지한 민우회 준비팀 광년과 은날의 치밀한 작전을 뒤로하고 조금 아~주 조금 늦게 드디어 양평으로 출발. 들뜬 마음에 수다로 범벅된 버스에서 나몰라라 엎어져 자고 일어나니 양평이다. 넓은 잔디와 우거진 나무, 강도 흐른다.
첫 번째 프로그램은 나루 운동회. 뭘 여기까지 와서 몸으로 경쟁해야 하나, 투덜대던 속마음과 달리 ‘행동’팀에서 미친 듯이 뛰고 있는 나를 발견하기도 하고(풍선을 발목에 매달고 서로의 풍선을 터뜨리는 게임 때 몰래 풍선을 작게 불다가 걸린 일은 엄청난 항의를 받았지만 처장2인과 소장1인이 포함된 ‘행동’팀은 그날 1등 먹었다.) 진정 게임을 승부여부에 집착하던 팀에 소속된 죄로 평생 처음 해봤던 꼬마야꼬마야 게임 때는 이겨야 한다는 집념으로 가득 찬 서글픈 모습이 사진에 잡히기도 하였다. 또 나를 살펴야되? 중얼대면서 시작된 민우 활동가 은지의 MBTI 강의 때는 나루 사람을 MBTI 유형으로 기억해내는 재미를 제공하기도 했다.(아 저 사람은 isft 였지. 아 저 사람은 풍운아. 어머 저이는 보헤미안 이러면서) 늦은 시간에는 각 나루 단체들의 사업 내용이나 팀 명 등과 관련한 문제를 풀어보는 나루 골든벨이 진행되었다. 시민행동 오관영 처장의 별칭을 맞추는 것이 1차 질문이었는데 한자로 청과 우라는 힌트에 당당하게 “맑은 소”라고 답해(정답은 푸른소였다.) 푸우, 청소, 푸른 비 등 수많은 오답자와 함께 탈락되기도 하였다.
워크샵 기간 동안 아침과 저녁을 가로질러 밖에 나가 보면 뛰고 있는 멤버는 대부분 환경정의 활동가들이었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족구나 축구, 발야구를 하는 듯 했다. 소위 ‘공만 던져주면 논다’는 환경정의에 대한 소문을 증명이라도 하듯 소처럼 들판을 뛰어다니는 환경정의의 운동(exercise)파들의 모습은 대부분의 워크샵 기간 동안 방안에서 각종 게임과 TV 시청이 주요 프로그램이었던 민우회인으로서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애석하게도 닮고 싶진 않았다. 녹색교통 님들은 사실 드문드문 계단에서 만났을 때의 강렬하거나 푸석했던 인상과는 달리 화려한 수사를 담보한 진행능력을 가진 활동가와 나루 골든벨 때 수많은 힌트에도 불구하고 희한한 오답으로 독특한 캐릭터를 드러낸 m처장의 모습을 보며 의외의 분위기를 느꼈고, 층수 차이가 커서 마주침이 덜했던 시민행동 활동가들의 마인드와 자유로운 영혼은 뒷풀이 시간 소소한 대화들로 어렴풋이 느끼기도 하였다.
오늘도 나루
<나루>라고 하는 성산동 언저리의 건물 안에 살고 있다는 물리적 동질성이 얼마나 서로를 묶을 수 있는 끈이 될까 라는 생각을 했던 것도 사실이고 평소 낯선 이와의 동행을 진정으로 달가워하지 않는 나의 성격에 비춰보면 훨씬 더 까슬까슬하게 이 공간의 사람을 대했던 것도 부정할 수 없다. 워크샵을 간다는 업무연장성 관계맺음에 귀차니즘이 슬쩍 작동되었던 것도 있었고 말이다. 연대라는 거창한 이름을 제외하더라도 같은 공간에(물리적인 것을 넘어) 있다는 것이 주는 일상성의 힘을 믿어야 하는데도 잘 믿어지지 않는 부분도 그렇다.(워낙 의심이 많은 성격-_-) 그래도 나루 워크샵으로 간단한 인사만으로 알 수 없었던 의외의(?) 캐릭터들을 보니 이제 조금은 볼살 덜 떨리면서 인사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은 확실하다. 사실 그걸로 워크샵 목표 완수다. 여전히 가끔은 시선 흐리거나 매번 계단을 오가며 만나는 많은 사람이 부대끼지만 그거야 성격인데 어쩌겠냐만은.
김희영(꼬깜) ●
마포에 맛집 있으면 알려주세요. 먹는 걸로 풀고 있는 요즘.(매번 그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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