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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5*6월호 [쟁점과 현안] 한국 연예산업의 희생양 ‘故 장자연’
쟁점과 현안-한국 연예산업의 희생양 ‘故 장자연’
강현희 ●
왜 유독 여성연예인들은 자살을 선택하는가?
배우 이은주의 자살과 그 후에도 계속되는 여성연예인들의 자살, 그리고 올해 다시 시작된 故 장자연씨의 자살에서 신인배우 우승연 자살까지.
유독 여성 연예인들이 자살을 선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경찰은 여성연예인들의 자살 배경을 모두 ‘우울증’으로 결론짓는 것은 왜일까?
우울증은 심한 스트레스 또는 사회적, 유전적으로 나타나는 심리적 불안정, 무기력을 의미한다. 경찰들의 말대로라면 왜 여성연예인들은 심리적 불안감과 무기력을 떨치지 못하고 죽음을 선택하는 것일까? 그리고 그 심리적 불안감의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스타에 대한 갈망, 시시각각 변화하는 대중들의 기호, 화려함 속에 가려진 경제적 어려움, 인간적 외로움... 이유는 다양할 것이다. 그러나 유독 여성연예인들의 자살이 많은 사실에 대해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이번 故장자연씨 사건은 2002년 방송사PD, 스포츠신문 간부, 연예기획사 간부, 정치인 등이 연루된 대형 연예계 비리가 터진 이후 여전히 변하지 않는 연예산업 구조의 문제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 사건이었다. 왜 여전히 여성연예인들에게는 끊임없이 ‘성상납’이 요구되는 것일까?
여기서 우리는 연예산업의 구조를 살펴 볼 필요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특별한 케이스를 제외하고는 대다수가 연예기획사를 통해 연예계 진출의 기회가 주어진다. 기획사는 소속 연예인을 시장에 내 놓으려 노력하고, 시장에 내놓은 상품은 대중들이 더 잘 볼 수 있는 좋은 자리에 내놓기 위해 노력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故장자연 사건처럼 ‘상납’이 존재하게 된다는 것이다.
연예산업시장은 시장에 나가려는 ‘상품(연예인 지망생)’과 그 ‘상품’을 구매하려는 구매자(광고주나 프로듀서)그리고 상품을 널리 알려주는 ‘홍보자’(언론사) 그리고 홍보자들과 유연한 관계를 유지해야하는 ‘권력자’(정치인)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상품을 보고 선택하는 ‘선택자’(대중)는 이 연예산업구조 속에 마지막 관람자일 뿐이다.
문제는 공정한 캐스팅 기회가 주어지는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아 물 밑에서 캐스팅이 이루어지는 연예산업의 구조와 연예인 지망자가 많아 우후죽순 생겨난 연예 기획사들의 수요만큼 치열한 경쟁의 연예사업의 특성상 광고주와 프로듀서, 언론사 고위관리, 정치인은 ‘절대 권력자’로 기획사에서 챙겨야드려야 하는 일종의 VIP들이라는 사실이다.
좋은 배우나 연예인을 키워내는 것이 기획사의 주 업무지만 기획사의 존치여부와도 깊은 관련이 있기 때문에 VIP들의 요구를 기획사는 무시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고, 이런 시장경쟁의 구조 속에서 일부 여성연예인들은 VIP를 위한 접대부로 전락하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연예인, 즉 스타가 되기 위해 본인들이 알아서 ‘상납’하는 것을 보호할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하는 일부 대중들이 있지만, 문제는 이것이 스타를 갈망하는 한 여성의 문제가 아니라 연예산업구조 속에 여성은 주체가 아닌 객체로 밖에 남을 수 없다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한 개인이 알아서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라 故장자연씨의 유서와 사건을 통해 알려진 것처럼 기획사에 의해 또는 또 다른 권력에 의해 강제로 요구된다는 것이고 이런 요구가 결국은 여성연예인을 죽음으로 몰아간다는 사실이다.
故장자연 사건이 채 정리도 되기 전에 우승연이라는 신인배우가 다시 자살을 선택했다. 그리고 경찰은 故우승연의 자살을 ‘우울증’때문이라고 발표했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 그러나 故장자연의 시신이 발견된 후 전 매니저가 유서와 상납리스트를 세상에 알리기 전까지 故장자연씨의 자살을 ‘우울증’으로 발표했던 경찰을 생각하면 과연 故우승연 역시 ‘우울증’이었을까? 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다.
눈을 가린 경찰과 입을 다문 언론
정치적인 문제에는 치밀하게 모든 증거자료와 사건 당시 관련자들을 포섭하고 수배하던 경찰이 유독 故장자연 사건 관련자들에 대해서는 관대하다. 휴대폰 기록만 추적해 봐도, 기획사 앞 CCTV만 조사해 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을 경찰은 보지 않았다. 그리고 이 사건의 주동자인 김대표의 수첩에 기재된 내용마저도 눈을 감고 보지 않는다. 진실을 확인할 수 없는 게 아니라 확인하지 않았으며, 확인된 사실에도 눈을 감는 게 우리의 경찰이었다.
그리고 언론은 입을 다물었다. 민주당 이종걸국회의원이 故장자연리스트에 조선일보 사장과 스포츠 조선 사장인 방씨부자의 이름을 언급했지만 어느 신문에서도 조선일보라고 표현하지 않았으며 방씨부자의 이름을 언급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절대권력의 하나인 조선일보에게 밑 보이고 싶지 않았던 우리의 언론들은 그렇게 입을 다물고, 이제는 故장자연 이라는 이름이 신문 지면과 방송화면에서 사라지고 있다.
故장자연씨의 죽음의 의미는?
故장자연 사건은 한 여성이 스타를 갈망해 성을 상납한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사회구조적인 문제(남성중심, 성적 차별, 권력구조, 경제적인 문제, 상급자와 하급자관계) 속에서 처참히 유린당한 인간의 인권문제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제2의 장자연 사건이 발생하지 않으려면 리스트에 올려진 대상자들을 철저히 수사하고 죄에 따라 처벌했어야 했다. 하지만 우리 경찰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절대권력자들은 2002년 연예계의 대비리를 시간 속에 흘려보냈듯 故장자연이라는 이름도 그렇게 사라지게 하려 하지만 우리는 이 사건을 2002년처럼 그냥 흘려보내지 않을 것이다. 대중과 인식을 같이할 것이고, 연예사업의 구조가 변화할 수 있도록 연예산업 종사자들과 시민단체, 법조인, 학자등과 연계해 노력할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강현희 ●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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