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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7*8월호 [MB와 나] 광장은 어디에나 존재해
[MB와 나]광장은 어디에나 존재해
봉자 ●
난 남들과 같지만 다르게 생겼다. 눈 두 개, 코 하나, 입도 하나이지만 작은 키, 짧고 굵은 몸. 물론 내가 남들과 다르다고 누가 나에게 손가락질을 하거나 집에만 쳐박혀 있으라고 한 적은 없었다. 나 역시 상대방이 나와 다르다고 비난과 힐난을 퍼부은 적도 없었다. 다양한 생김만큼 다양한 가치관과 생각들이 세상에 공존하는 것, 그리고 그 공존을 인정하는 것이 민주주의라고 생각했다.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그 누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그 누구’는 소통하겠다는 말을 밥먹듯이 하지만 그 말은 결국 거짓말이었다. 학생들은 교과서에서 배운대로 거리로 나와 자신들의 목소리로 얘길했다. 지나가던 사람들은 옹기종기 광장에 모여들었고 함께 촛불을 켰다. 그렇지만 그 누구는 살수차로 촛불을 껐고 사람들 가슴 속에는 횃불이 켜졌다. 사람들은 지치지 않았다. 안전한 먹을거리와 행복해질 권리를 위해서 천원짜리 김밥을 들고 광장에 앉았다. 찬 바닥에 앉아 거리공연이 펼쳐지면 함께 웃기도 하고 어깨춤을 들썩이기도 했다. 그러면 될 줄 알았다. 소통을 하겠다고 했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돌아온 것은 명박산성과 전경차로 빙 둘러쳐진 광장 뿐이었다.
상상 그 이상을 보여주는 MB정권은 거짓말로 일관했다. 그들에게 국민은 없었다. 가만히 있으면 잘 먹고 잘 살게 해주겠다는데 닥치고 할 일이나 하란다. 내가 할 일이 뭘까? 사실 잘 모르겠다. 답답한 마음에 다시 광장을 찾아 모르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울음을 나눴다. 넥타이 부대가 다시 나왔고, 유모차 부대가 거리로 나섰다. 우리는 다시 광장에 모였다. 비록 그 광장은 막혔지만 인터넷 광장에서 마을 공터의 광장에서 다시 모여 소통을 하고 있다. 이 코미디가 이미 끝났음을 우리는 말하지만 정권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작년 촛불 때 난 매일 거리에 나섰다. 광장이 봉쇄되면 광화문 언저리 골목에 앉았고, 촛불을 들고 광장 주변을 산책하기도 했다. 내가 배운 민주주의는 그랬고 그래야만 했다. 쇠고기 파동과 용산참사 그리고 언론악법에 매일 화가 치밀지만 그래도 뭔가를 해야했다. 홧병이 날 지경이다. 나 뿐만 아니라 내가 만난 대다수의 사람들은 MB정권의 거짓말 덕분에 거짓말에 대한 집단 트라우마가 생겼다. 내가 보는 것과 느낀 것만을 믿게 되었다.
최근에 난 82cook이란 사이트에 가입했다. 작년 촛불 때 유모차 부대와 쇠고기 파동에 대한 토론으로 유명해진 사이트다. 주로 주부들이 활동하는 그곳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났고 그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그 분들은 십시일반으로 촛불시민들에게 주먹밥을 나눠주며 자원봉사하고 계신다. 난 그들이 참 좋다. 거창한 민주주의가 아니라 내 삶의 영역 안에서 할 수 있는 범위만큼의 헌신을 다하신다. 입으로만 민주주의와 법치를 얘기하는 MB정권과는 딴판이다. 화나면 글도 쓰고 댓글도 남긴다. 평생 할 욕을 이 정권 들어서 다 하고 있는 것 같다는 분들과 동질감을 느낀다. 누군가는 이야기한다.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 물론 어느 부분은 후퇴가 맞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민주주의는 분명 진보하고 있다. 광장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시청이나 광화문만이 광장은 아니다. 인터넷의 토론방도 광장이 될 수 있다. 그곳에서 의견을 나누고 여건이 되는 사람은 실제 광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인터넷 광장과 시청 앞 광장이 이어져있다. 교육감 선거 때 사람들은 게시판에 투표하고 왔다는 글을 남겼고 댓글은 박수소리로 가득했다. 사실 난 주소지와 실거주지가 다르다. 그렇지만 왕복 3시간이 넘는 곳까지 달려가서 투표를 하고 왔다. 선거에 무관심하던 내가 바뀌었다. 10월 재보궐 때 지지하는 당은 없지만 지지하는 후보가 나온다면 사비를 털어서 선거운동을 하려고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부끄럽게 살았던 삶을 참회하고 싶다. 그리고 풀뿌리 민주주의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싶다.
민주주의를 이끌어 가는 힘은 다양함이다. 모두가 똑같은 모습으로 광장에 설 필요는 없다. ‘조중동이 신문이면 나는 샤론스톤이다’는 문구를 들고 나올 수도 있고, 밤새 온가족이 텐트치고 광장에서 아침을 맞이할 수도 있고, 인터넷토론 게시판에 글을 남길 수도 있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즐기는 자들의 것이다. 나 역시 가끔 집회에 가서 오랜만에 만난 지인들과 맥주 한 캔씩 따서 욕도 하고 광장을 산책하기도 하지만 누구 하나 틀렸다고 말하는 사람이 없다. 나와 그들은 끈질기게 자유를 쟁취할 것이다. 즐기면서.
신문을 보지 않다가 정기구독신청을 했다. 상품권으로 끈질기게 구애하는 악의 세력이 있었지만 현관문 앞에 당당히 ‘찌라시 사절’이라고 붙였더니 이젠 동네에서 고집있는 아줌마로 소문도 났다. 이젠 어찌할 도리가 없다. 순수하고 열정만 있던 내가 깡다구있는 아줌마로 변모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뭘까? 불매운동에도 동참하고, 카드 서명란에도 ‘조중동OUT’이나 ‘MB OUT’이라고 당당하게 서명한다. 그것만으로도 부족한 것 같다. 등산용 깔개도 샀다. 도통 말을 못 알아 듣는 MB정권과 장기전을 치루기 위해 어디든 달려가 앉을 것이다. 내 몸 하나 건사하기도 힘들지만 MB에게 보청기 해줄 돈을 마련하기 위해 일도 열심히 할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 끝까지 살아남아 떡 돌리는 날 난 맥주를 사기로 했다. 누군가 실수를 하면 기다려 주는 게 내 삶의 방식이었지만 난 이제 지쳤다. 굳이 나오는 욕을 틀어막고 홧병 걸리는 것보다 방송국차량을 보면 마이크에 대고 심한 욕이라도 해줄거다. 가만히 있으니 가마니로 보이나. MB정권. 당신들 실수한거야. 나 대한민국 아줌마야!!
봉자 혹은 아프리카에 내리는 비 ●
불광동을 지키는 30살 아줌마.
화나면 화낼 줄 알고 좋으면 좋아할 줄 아는 대한민국 소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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