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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7*8월호 [민우역사기행] 좌충우돌 내가 겪었던 민우회 재정 사업
[민우역사기행]좌충우돌 내가 겪었던 민우회 재정 사업
오서방 ●
민우회 재정 사업~이렇게 말을 하니 너무 거창한 것 같지만 내가 처음 접한 민우회 재정 사업은 열악한 소규모 영세 사업 내지는 식품 제조 공장이었다.
1995년 겨울이던가 무슨 인삼차를 만든다고 시간되는 회원들 함께 하잖다. 그렇게 민우회 재정 사업에 아무 것도 모르고 첫 발을 디뎠다. 이제 추억 속에만 존재하는 <여성 평화의 집> 주차장에서 그 추운 겨울에 고무다라 씻고 인삼 씻고 칼질하고 음 칼질은 넘 못해서 이것저것 잡일을 했던 인삼차~그 추위 속에서 옷 두둑하게 시골 아낙네처럼 입고 칼질하고 떠들던 그 분위기가 지금은 왠지 그립기만 하다.
그러더니 봄에는 딸기잼을 만든단다. 딸기잼을 만들 때 너무 고생한다길래 그 어두운 시골길을 밤눈 어두운 지현언니랑 위로 방문차 달려갔던 적도 있었다. 잠시 위로 방문이었을 뿐이었는데 사람이 부족해보였던지 아님 왜 그랬는지 기억은 않나지만, 모기 쫓아내면서 딸기 먹어 가면서 딸기잼 탈까봐 열심히 주걱으로 젓던 기억이 난다. 자기는 땀을 한 말이나 흘리면서 회원이라고 특별히 부채질도 해주고 선풍기도 틀어 주고 했던 상근자들은 왜 그리도 예쁘던지..밤중에 들이켰던 박카스는 왜 그리도 달고 맛나던지...
기억에서 딸기잼이 잊혀질 때쯤 민우회는 또 다른 사업 아이템을 생각해냈다. 새로운 아이템은 유자차~ 한 겨울 우리의 아픈 목을 따뜻하게 어루만졌던 유자차를 마실 때마다 직접 만들던 고통이 생각난다. 추운 겨울날 그 많은 유자를 손이 시뻘개지도록 찬물에 닦고 자르고 그 속을 으깨기도 했고 다들 한 방에 모여 앉아 바느질하던 여인네들처럼 혹은 빨래터에서 수다떨던 그 옛날 사람들처럼 커다란 고무다라 끼고 앉아 유자를 열나게 썰었더랬다. 손에 물집 잡히게 유자 썰어 본 기억이 몽글몽글 솟아난다. 어찌나 유자랑 친근하게 놀았는지 하루 종일 일을 하고 전철을 타면 향수를 뿌리지 않아도 몸에서 유자향이 솔솔 올라오곤 했다.
그때 난 민우회 회원들은 광신교도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난 어차피 쉬는 날 가서 하는 거지만 심지어 월차내고 온 열혈회원들도 있었고 힘든 회사일 마치고 온 회원들도 있었으니까. 그래도 그렇게 일하고 나면 다음 날 삭신은 쑤시지만 우리가 만들었던 유자차 병과 딸기잼들을 생각하며 괜시리 뿌듯해 했다.
이렇게 몸으로 떼우는 먹거리 사업을 하다가 드디어 민우회도 문화산업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이른 바 남산 걷기 대회!! 걷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게으를 수 있는 권리를 주장하는 나는 ‘이게 잘될까’하는 의구심이 쑥 불거졌지만 한편으로는 민우회가 해서 안되는 일이 어딨어~~라는 열성회원(^^)다운 생각으로 마인드 전환!!
행사 전날 남산 전체를 돌면서 무언가를 설치한다고 하길래 유이랑 가뿐한 맘으로 조금만 하고 근처 친구네서 놀아야지’하고 상근자를 따라 남산을 갔다. 근데 우리를 남산 어딘지도 모르는 깜깜한 산길에 데려다 놓더니 설치하란다. 처음엔 열성적으로 했다. 근데 해도해도 끝이 나지 않는다. 진짜로 이른 봄 남산의 추위는 뼈를 에이는 듯하다. 깜깜하지, 가로등도 별로 없지, 춥기도 하지 난 진짜로 조금만 하고 집에 갈려고 했다. 근데 다 하고 내려오니 어느덧 새벽이 밝아 오고 있었다. 집에도 못가고 밤을 새서 몰골은 흉악한데 채로 좋다고 사람들과 어느새 남산을 오르고 있었다. 다시 들춰 본 추억의 사진 속에는 피곤한 모습이 아닌 활짝 웃는 내가 있고 민우회 사람들이 있다.
이렇게 민우회와 세월을 보내면서 드는 생각은 음~ 민우회는 다단계 회사 내지는 사이비 종교 집단, 것도 아니면 새우잡이 어선일지도 모르겠다는 것이다. 일단 발을 디디면 빠져 나올 수도 없고 빠져 나오고 싶어지지도 않는 그런 곳이니까. 사실 힘들게 일하면 별로 힘들다는 생각이 그때는 든다. 왜? 육체적으로 힘든 건 맞으니까. 그래도 지나고 나니 기억 속에선 아쉽고 즐겁고 가슴이 따뜻해지는 그런 시간이었고 공간이었다. 아, 아련하다.
오서방 ●다음엔 또 뭘 시킬래나? 기대 반 걱정 반!
![](http://www.womenlink.or.kr/nxprg/editor/img/emotions/03.gif)
민우회는 회원들의 소중한 회비로 운영됩니다. 그~으러나~! 회원들의 회비만으로는 민우회를 운영하기 늘 빠듯하여 민우회는 매해 재정 사업을 진행해 왔습니다.
제 1막 - 먹는 것, 신는 것
▸ 1987 민우회 회원달력 제작 및 판매 : 그 달력은 지금은 어디쯤 있을까?
▸ 1988~2002 레몬차, 인삼차, 딸기잼, 유자차
민우회 상근자들과 회원들이 함께 모여 며칠을 밤새 직접 자르고, 졸여 만든 딸기쨈과 유자차… 당시를 기억하는 상근자들은 살짝 눈물샘을 찍기도 하지만, 여전히 회원들에게는 그 맛과 품질에 있어 단연 최고였다라고 회자되고 있지요.
▸1995 양말판매 : 판매가 천원. 크흑~ 양말에도 민우회가 찍혔다는 ㅋㅋ
▸1995 보약차판매 : ‘날씨가 더워지니 몸이 허하시다구요? 여기 믿고 드실 수 있는 신토불이 보약차가 있습니다’라는 오매불망한 홍보문구가 민우회 소식지에 실렸더랬습니다.
제 2막 - 우리 모여서 함께 놀고 즐겨볼까?
▸2003~2004 웃어라, 여성! 남산 걷기 대회 : 재정사업의 획기적인 변화! 2천명이 넘는 민우회 회원들이 이른 아침에 함께 걸으며 즐기다. 그러나 이른 봄 남산의 새벽 추위는 여전히 상근활동가들을 통해서 전해져 내려온다.
▸2004~2008 콘서트 : 인순이, 김범수&심수봉, SG워너비&M To M&박혜경&SeeYa,YB 윤도현밴드, 마야, 강산에, 뜨거운 감자 김C! 와우!!! 그동안 공연했던 출연진만 해도 민우 연예 기획사를 차려도 될 듯해요.
▸2007 이전기금 마련 ‘길을 여는 사람들’ : 안정적인 활동 공간 마련을 위해 이전 기금에 함께 해 준 회원여러분~!!! 고마웁고 고맙습니다~
▸2009 연극 Art : 배우, 기획사, 회원, 관객들의 나눔으로 이루어진 멋진 공연!
제 3막 - 개봉박두!
대한민국의 모든 분들이 민우회 회원이 될 때까지~!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민우회의 재정사업은 앞으로도 쭈욱 계속됩니다. 눈물이 나는 이유는 무엇을 하든, 언제나, 변함없이 정성껏 나누어주시는 회원분들의 마음 때문입니다. 그 마음에 늘 한 고개, 한 고개 잘 넘어 왔습니다. 고맙습니다!
앞으로 제 3막은 어떤 모습이든, 늘- 함께 해주실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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