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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9*10월호 [마포나루에서]두둥! 무/엇/을 교육할 것인가
두둥! 무/엇/을 교육할 것인가
정은지 ●
편의점에서 콜라를 샀는데 900원! 가격이 또 올랐구나, 어제부터 콜라를 벌컥벌컥 들이킨다. 나는 화가 나거나 답답하면 콜라를 마신다. 물론 소화가 안 될 때도. 걸어오다 생각해보니 저녁에 먹으려고 생협 요구르트와 우유를 사온 것이 떠오르며, 참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싶다.
그러고 보면 사는 것은 참 모순적이다. 교육 팀에서 활동을 한 것도 벌써 4년이다. 뭐 더 거슬러 올라가면 고양여성민우회에서 상근활동가일 때도 가장 많이 했던 업무 중 하나가 교육기획이라고 보면, 몇 년일까? 교육기획을 하려고 마음먹을 때, 막 아이디어가 뭉게뭉게 떠오르고 그냥 팍! 하면 강좌하나가 뚝! 떨어졌으면 좋겠는데, 그렇지 않은 것이 요즘의 고민이다.
민우회는 하반기에 <여성주의학교>와 같은 대중강좌를 정기적으로 진행한다. 올해도 이 프로그램을 위해 여름휴가 전부터 기획이 있었고, 올해는 좀 더 잘 해보고자 사람들도 만나고 자료 조사도 좀 더 하러 다니고 그랬던 것 같다. 그런데 ‘새롭게’ 는 참 어려운 것 같다. 2-3개의 아이템으로 계속 기획논의가 되다 얼마 전 최종 논의과정에서 ‘완전’ 변화가 생겼다. 그리고 또 한 개는 다른 단체에 유사한 강의가 진행될 예정이라 조정하게 될 듯 하다.
결국 다시 시작을 해야 하는데, 어제부터 컴퓨터 모니터만 계속 째려보고 있다. 이번 강의는 다양한 주제의 대중강좌로 진행할 예정이지만,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것과 민우회 지향의 균형점, 합의점을 맞추는 것이 어렵다. 이미 기획된 인문학 강의는 다른 강의가 셋팅 되는 대로 함께 홍보할 예정이다. 교육의 성패를 결정하는 요인이 강사가 절반이라고 하면, 인문학 강의를 할 박민영 선생님은 굉장히 포괄적이고 방대한 지식을 갖고 있어 ‘내공 있는’ 인문학 강의를 해줄 것 같다. 다만 이 프로그램을 적절히 사람들에게 소개할 수 있는 홍보문안이 잘 만들어져야 할 터인데 걱정이다.
몇 년 전 교육 팀에서 2-3명이 토론을 했던 적이 있다. 무엇을 교육할 것인가? 현대인은 너무 바쁘고 온라인교육도 많고 재미있는 일들도 많고, 우리처럼 운동을 하는 활동가들은 많은 사람들을 만나 소통하고 싶지만 예전처럼 많은 사람을 만날 기회가 적어지고 있다는 것에 대해 한참을 토로했다. 그 이야기는 결국, 사람들이 관심 있는 교육을 잘 기획해서 예전처럼 아주 많은 사람을 만나는 대형 강의가 아닌 다른 방식의 변화된 교육형식 등을 통해 다가가야 한다는 것으로 결론지어졌다.
이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2009년 교육은 다양한 아이템을 통해 선택의 폭을 넓히고 소통하는 강의를 만들어가고자 한 것이었다. 그래서 기획된 인문학강의는 이를테면, <사는 것이 답답한 당신을 위한 위로의 강의, 힘내기 강의>인 셈이고, 유사한 아이템이 있어 폐기될 여행 강의는 <떠남과 비움을 통한 삶의 여행>이라는 주제로 진행될 예정이었다. 민우회에서 교육을 하는 것은 사람들을 만나기 위한 장을 열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제도교육의 틀에 갇혔던 사람들에게 다른 방식의 사회적 지향에 대한 가치를 교육하고자 하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일방적인 배움이 아니라 함께 만들고 진화하는 역동적인 과정이다.
‘교육’ 이라는 단어가 주는 딱딱함과 일방적임1)보다는 기존의 교육을 뒤집는 새로운 공부, 발랄함, 신선함, 반전 그런 것들이 담겨야 하는데 그래서 기획은 늘 어려워만 진다. 새로 기획하기 위해 하루 만에 급조했다 던진 아이템이 10가지 정도는 된다는 점을 볼 때 스스로의 기획력에 약간 감동(?)하였지만, 성공하는 기획과 실패하는 기획에는 큰 차이는 사실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좋은 기획은 사람들을 한 1.5-2보쯤 앞서 가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보다 조금 뒤에 있으면 진부해지고, 2보보다 앞서가면, 너무 앞서서 사람들이 듣지 않는다고 해야 하나? 더욱이 교육기획은 강사에도 많이 좌우되는 영역이기도 하고 말이다.
이제 곧 문을 열 <가을강좌>는 어느 때보다 풍성한 아이템으로 다양한 선택의 폭을 넓히도록 할 계획이다. 사는 것도 답답하고 팍팍한데 시원한 가을 강좌를 열어야 하지 않을까? 글을 쓰는 동안, 인문학강좌와 명사특강 방식으로 아이템이 일부 정리되었다. 우여곡절 끝에 나온 만큼 더 재기발랄하고 속 시원한 강의가 되지 않을까?
1) 한때 서태지의 교실이데아로 노래되었던 것들, 나는 개인적으로 핑크플로이드의 The Wall 뮤직비디오를 더 좋아한다. 이보다 끔찍하게 제도교육을 직설적으로 묘사한 것을 본적이 없다.
정은지 ● 강의 시기가 정해지지 않아서 참 곤란한데 10월~11월 곧 개봉예정이랍니다. 많은 기대와 참여 부탁드려요! 일정이 확정되면 민우회 홈페이지에 홍보물이 올라갈 예정이니 관심의 안테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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